▲'구약과 신약 구원관의 통합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신학아카데미 2025 가을학기 2차 학술세미나가 14일 오후 1시 서울 안암동 소재 동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구약과 신약 구원관의 통합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신학아카데미 2025 가을학기 2차 학술세미나가 14일 오후 1시 서울 안암동 소재 동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김균진 박사(연세대 명예교수, 한국신학아카데미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윤철호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조직신학)가 '바울의 구원론 이해의 최근 동향'에 대해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윤철호 박사는 "바울의 구원론에 대한 이해는 영속적인 신학적 논쟁점들 가운데 하나다. 개신교에서는 일반적으로 바울의 구원론의 중심 주제가 '믿음에 의한 칭의' 즉 '이신칭의' 교리에 있다고 여겨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루터 전통의 칭의론에 따르면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통해 죄인에 의를 은혜의 선물로 주시며, 우리는 이 은혜의 선물을 믿음으로만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칭의는 죄인에게 의를 전가해 줌으로써 죄인을 의롭다고 선언하는 법정적 개념으로 간주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윤 박사는 "인간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를 믿음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의롭다고 선언된다"며 "여기서 믿음은 율법의 행위와 대립하며, 따라서 칭의는 그 어떤 인간의 협력적 행위도 배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신교와 달리, 가톨릭 신학자들은 칭의를 바울의 중심 주제로 간주하기보다는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실존을 묘사하는 여러 은유 가운데 하나로 본다"며 "이들은 의의 전가로서의 법정적 칭의 개념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의롭다고 인정을 받은 자들이 실제로 의롭게 됨으로써 자아가 변화된다고 본다. 또한 이들은 칭의가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것임은 인정하지만, 칭의가 인간의 협력적 행위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윤철호 장신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바울의 구원론 이해의 최근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쪽 견해에는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루터가 칭의를 윤리적 삶 또는 성화를 날카롭게 분리하고자 했던 것은 칭의가 철저히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으며, 따라서 인간이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했으며 "반면에 가톨릭 신학자들은 칭의가 철저히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은혜는 인간의 응답적 행위를 요구한다고 보았다. 이들은 또한 칭의는 단지 선언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인간의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칭의와 더불어 이미 성화의 과정이 시작된다고 보았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날의 신학의 특징은 신학자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전통(개신교, 가톨릭)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바울의 구원론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윤 박사는 이날 발제에서 특히 미국 신약학자 마이클 고먼(Michael J. Gorman, 1955~)의 '참여' 개념을 소개하며, 바울의 구원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고먼은 구원론을 그리스도와의 '참여'로 이해하며, 구원은 단순히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현재의 생명에 참여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리스도의 믿음'과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며 "즉,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은 그리스도의 믿음 안에 참여하는 신실한 믿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칭의와 성화가 분리될 수 없지만 동일시될 수도 없다. 바울의 구원론에서는 칭의와 성화가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신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연합함으로써 하나님의 의를 부여받고 의롭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며 "그리고 신자는 단순히 의롭다고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 실제적인 변화를 경험하며,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성화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울의 구원론의 특징은 칭의와 성화를 동일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며 "신자의 삶을 위한 성령의 도우심을 강조하는 데 있다. 성령은 그리스도와의 온전한 연합을 가져온다. 율법이 할 수 없는 것을 성령이 하신다"고 그는 전했다.
나아가 고먼의 바룽 이해에 있어 도전적 측면으로 "칭의와 테오시스(신화)의 동일시에 있을 것"이라고 밝힌 그는 "십자가 형태론의 관점에서 칭의 뿐만 아니라 성화 그리고 신화 즉 테오시스까지 아우르고자 하는 그의 시도는 매우 파격적으로 보이기끼자 한다"고 했다.
고먼에 따르면 테오시스는 칭의와 마찬가지로 십자가 형태론적이다. 즉 테오시스는 십자가 형태의 하나님 안에 거주하는 것이다. 이에 윤 박사는 "일반적인 테오시스 이해는 십자가에서 부활로 나아가는 데 반해서 고먼의 테오시스 이해는 거꾸로 부활에서 십자가로 소급해 들어온다"며 "이와 같은 그의 테오시스 개념은 종말론적 차원의 구원, 즉 부활과 함께 영화롭게 되어 하나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함으로써 누리게 될 영광의 미래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는 십자가 형태론적 칭의라는 은유를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묘사하는 그 밖의 다른 은유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J.A. 피츠마이어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칭의, 성화, 신화 등의 은유들은 서로 분리될 수 없지만 단순히 동일시될 수도 없는 각각의 고유한 구원론적 의미를 표현한다. 칭의라는 은유를 중심으로 다른 모든 다양한 구원론적 은유들을 통합하려는 거먼의 십자가 형태론은 십자가 유일주의(cross unitarianism)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논찬에 나선 오성종 전 칼빈대 교는 "바울의 구원론을 이신칭의 교리로만 한정지을 수 없다"며 "참여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바울 구원론은 기존의 전통적 해석에 대한 성찰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전통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려는 태도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신학을 해석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후 질의응답 순서를 끝으로 세미나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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