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
한국교회 성찬 예식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흰 장갑' 착용에 대해 신학적 근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성찬 집례 시 목회자와 배찬원들이 흰 장갑을 착용하는 관습에 대해 "기독교 예전사 어디에도 없는 한국교회만의 독특한 풍경"이라고 밝혔다.
최 목사는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성찬 주일이 되면 한국교회에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며 "목사는 평소와 달리 검은 가운을 입고, 하얀 보에 덮인 성찬상 앞에 선다. 그리고 손에는 어김없이 흰 장갑이 끼워져 있다"고 묘사했다. 이어 "너무 오래된 풍경이라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 장갑은 어디에서 왔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성경과 교회사 전통을 근거로 장갑 착용 관습이 정통 기독교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예수가 마지막 밤 제자들과 떡을 떼고 잔을 나누던 다락방 장면에 장갑은 없다"며 "이후 2,000년간 로마 가톨릭, 동방 정교회, 루터교, 성공회, 개혁교회 등 기독교의 모든 전통을 통틀어 성찬을 집례할 때 장갑을 착용하는 관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세 가톨릭교회에서 주교가 의전용 장갑(chirotheca)을 착용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것은 성찬 집례와는 다른 맥락이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사실상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 흰 장갑 관습의 배경으로 일본 의례 문화를 지목했다. 그는 "일본에는 모든 공식 의식(式典)에서 흰 장갑을 착용하는 관습이 있다"며, 한국에 이 관습이 들어온 경로로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 경험과 당시 농경사회적 현실 등을 언급했다. 다만 "직접적인 신사참배의 잔재라고 단정짓기보다는, 식민지 시기 일본식 의례 문화가 한국의 공적 의식 전반에 침투한 결과의 하나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성찬의 거룩함을 이유로 장갑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최 목사는 "'성찬은 거룩한 예식이니 정결한 손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설명이 지배적"이라면서도 "성찬이 거룩하다면 말씀 선포도 거룩하다. 기도도 거룩하고, 세례도 거룩하다"고 반문했다.
또한 "장갑을 끼는 것이 정결을 위한 것이라면, 집례자와 배찬원만 장갑을 끼고 정작 떡과 잔을 직접 받아 입에 넣는 회중은 맨손인 것은 어떻게 설명하는가"라며, "이 불일치는 흰 장갑의 기능이 실제로는 정결이 아니라 '시각적 엄숙함'의 연출이라는 것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흰 장갑은 신학이 아니라 미장센이다"라고 표현했다.
최 목사는 성찬의 본질을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도, 자격 없는 자로서도 받을 수 있다는 그 복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찬의 거룩함은 흰 천과 흰 장갑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무균 상태가 아니라, '주의 몸을 분별하는' 공동체의 태도에 있다"며 고린도전서 11장을 언급했다.
끝으로 최 목사는 "물론 장갑을 벗자는 말이 성찬을 가볍게 대하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성찬의 무게와 엄숙함은 소도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임재에서 온다"고 밝혔다. 이어 "성찬례가 있는 주일에 집례자의 흰 장갑을 볼 때, 한 번만 물어보자. 저 장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나님을 위한 것인가, 보는 사람을 위한 것인가"라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