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인공지능 '행위자' 논쟁 확산...종교·과학 학계서 윤리와 통제 문제 제기

양권석 성공회대 전 총장, 2026 CRS 종교와과학 컨퍼런스에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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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양권석 성공회대 전 총장이 강연하고 있다.

한신대학교 종교와과학센터(CRS)와 신학사상연구소 등이 주관하고 한신대학교가 주최한 '2026 CRS 종교와과학 컨퍼런스'가 7일 오전 9시 서울캠퍼스 채플실에서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는 '인공지능의 종교와 과학: 생명과 사물의 관계론'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인간·사회·윤리적 문제를 다룬 연구들이 발표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양권석(성공회대학교 명예교수)은 인공지능을 기존의 도구 개념이 아닌 '행위자'로 봐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인공지능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능동적 행위자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는 수동적 기술을 넘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기존의 기술 이해와 윤리 체계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의료와 과학 분야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활용해 마비 환자의 신체를 움직이거나, 신약 개발과 질병 진단 과정에서 정확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활용 사례가 소개됐다. 일부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기존 의료 체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군사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이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양 교수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 과정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한 사례를 언급하며, "가자 지구 주민 23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하마스와 지하드 무장대원과의 유사도를 1~100점 사이의 점수로 매겨서 공격 표적을 찾아내 리스트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사용된 것으로 설명했다.

또한 공격 대상 생성 시스템인 '복음(The Gospel)'과 표적의 위치를 추적하는 "'아빠 어디 있니?(Where's Daddy)'라는 프로그램"도 함께 활용된 것으로 언급됐다. 이와 같은 기술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공격 대상 선정과 실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양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국가 간 경쟁에서도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의 세계는 인공지능 기술 지배권을 차지하는 나라가 결국은 미래의 패권이 될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쟁 구도가 경제와 군사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술 패권을 둘러싼 국제적 긴장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양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이 경제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자본주의는 인간과 생물체의 모든 정보와 사적인 경향까지 데이터화해서 자원으로 만들어내는 자본주의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더 이상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라 데이터로 분할 가능한 존재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과학계에서도 인공지능 발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인간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인간이 기술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을 언급하며, "인공지능의 진화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인간은 결국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될 것"이라는 경고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을 단순한 중립적 도구로 보는 기존 인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양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특정한 철학적·사회적 전제를 반영하고 있으며, 인간의 인식과 행동 방식까지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사회 구조와 가치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한 철학적·신학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기술의 활용과 통제에 대한 윤리적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군사적 활용과 관련해 국제적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학문적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박현준 기자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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