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인류의 우주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수천억 개의 은하와 셀 수 없이 많은 행성들이 존재하는 우주의 모습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소재가 아니라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세계관이다. 이른바 우주 시대를 맞아 기독교 신학은 인류의 새로운 땅인 우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김정형 교수(종교철학)는 최근 「신학사상」에 발표한 논문 '새로운 우주의 출현과 포괄적 우주 신학의 전망'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제시했다. 이 논문에서 김 교수는 단순히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페르니쿠스 이후 드러난 새로운 우주가 기독교의 창조론과 구원론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탐구했다.
'지동설'보다 더 큰 변화는 '많은 땅'의 발견
논문에 따르면 김 교수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의 핵심을 단순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라는 사실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변화는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거주할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땅(worlds)'이 존재한다는 새로운 우주관의 등장"이었다.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은 창세기의 세계관과 중세 천문학의 영향을 받아 하나의 땅, 곧 지구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현대 천문학은 광대한 우주와 수많은 행성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신학 역시 새로운 질문에 답해야 함을 요구했다.
종교개혁자의 반론을 다시 읽다
이에 김 교수는 특히 종교개혁자 필립 멜랑히톤의 논의를 재조명한 대목이다. 멜랑히톤은 "예수 그리스도는 한 번 죽으시고 한 번 부활하셨으므로 많은 세계를 상정해서는 안 된다"라며 여러 '땅'의 존재가 기독교 구원론과 양립하기 어렵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멜랑히톤의 논증이 몇 가지 검증되지 않은 전제 위에 세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외계 생명체가 반드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죄를 지은 존재인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이 지구에만 적용되는지, 성육신이 단 한 번만 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등이 모두 다시 검토되어야 할 질문이라는 것이다.
외계인이 없어도 우주신학은 필요하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우주신학을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와 분리해서 논의했다. 지금까지 우주신학은 대부분 "외계인이 있다면 기독교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김 교수는 "외계인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우주 자체가 이미 신학적 성찰을 요구한다"고 역설했다.
만약 지구만이 유일한 지적 생명체의 터전이라면, 오히려 광대한 우주 속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와 하나님의 창조 목적을 더욱 깊이 묻게 된다는 점도 짚었으며 또 반대로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면, 창조와 구속을 우주적 차원에서 새롭게 이해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는 점도 주목했다. 어느 경우든 기존의 지구 중심적 신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신학적 상상력의 시대
논문 말미에서 김 교수는 "신학적 상상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경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광대한 우주가 드러난 오늘날, 기독교 신학 역시 창조와 구원,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확정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앞으로 우주신학이 다루어야 할 질문들을 제안하며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학적 사유의 확장"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