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딥페이크 성범죄와 온라인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기술 범죄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붕괴와 영성의 문제로 분석한 신학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생활관 교목이자 기독교영성학을 전공한 한혜현 박사는 『신학논단』 제124집에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를 통해 드러난 전치된 대상화 현상: 인간의 존엄함 그리고 영성」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 원인을 새로운 개념인 '전치된 대상화(Displaced Objectification)'로 설명했다.
이 논문에서 한 박사는 "N번방 사건, 메타버스 그루밍, 딥페이크 성범죄 등을 예로 들며, 디지털 성범죄가 단순히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발생한 새로운 범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에 존재해 온 인간 대상화와 여성 대상화 문화가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박사는 그러면서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이 인간 내면의 욕망과 분노, 자기중심성을 증폭시키며 현실 사회의 왜곡된 문화를 확대 재생산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치된 대상화' 개념에 대해 부연했다.
한 박사는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전치된 공격성(Displaced Aggression)' 개념을 응용해, 사회 속에서 경험한 분노와 좌절,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왜곡된 감정이 더 약한 대상에게 향하면서 인간을 하나의 소비 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현상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전치된 대상화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뿐 아니라 갑질, 차별, 비인격적 대우 등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인간 대상화 현상과도 연결된다.
한 박사는 이어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처벌 강화나 기술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하는 인간 이해를 회복하고, 타인을 수단이 아닌 인격체로 바라보는 영성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간을 객체화하는 문화가 지속되는 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한 박사는 사회 전반의 가치관과 공동체 문화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성범죄를 법률이나 기술의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신학과 영성의 관점에서 인간 존엄성의 문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전치된 대상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인간 대상화 문화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신학계뿐 아니라 상담학, 사회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논의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 박사는 논문 말미에서 "인간 대상화와 성적 대상화, 전치된 대상화가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고통받는 이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