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정부는 개신교에만 유리한 종교편향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상임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나섰다. 대책위 상근직원만 현재 최소 2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견지동 조계종 본부에 대책위 전용 사무실까지 생겨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헌법파괴 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범불교대표자회의’ ⓒ이지수 기자 |
불교계는 ‘범불교대표자회의’를 28일 오후 2시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고 ‘헌법파괴 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범불교대책위원회’ 위원장에 승원스님(가평 백련사 주지)을 위촉했다. 이 위원회는 작년 8월 27일 서울광장에서 10만여 불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계기로 조직된 상설기구였으나 거의 가동되지 않다가 이번에 재가동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금까지 불교계에서 종교편향 대처는 조계종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지만, 이날 회의에는 불교 내 여러 종단의 지도자 60여 명이 참석해 종교편향 대처를 공동 결의했다는 것. 위원장에 위촉된 승원스님은 “우리는 종교편향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그들(개신교)은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작금의 현실에 더욱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우리는 오늘 모였다”고 말했다.
본 위원회는 ‘종교편향 종식’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지만, 사실 ‘개신교’에 대립각을 세운 것이나 다름 없다. 위원회가 보고한 2008년~2009년 활동내역에 따르면, 9개 활동내역 중 7개가 개신교에 직접 관련됐고, 2개가 간접 관련됐다.
구체적인 내역은 ▲성동경찰서 옥상에 십자가 설치(->철거 조치) ▲전주 덕진경찰서장, 직원 워크숍에서 기도문 낭송(->덕진경찰서장 지역 스님들과의 면담자리에서 공식 사과) ▲부산시 해운대구청장, 특정종교(개신교) 행사 참석하여 해운대에 축복기도 당부한다고 발언(->사과 회신 받아냄) 등이었다.
또 2009년 사업계획에서도 특정 종교가 타깃이 된 경우는 개신교 밖에 없었다. 대책위는 “개신교의 국가복음화운동에 대한 대응전략을 3년에 걸쳐서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종교-정치-경제가 권력카르텔을 이룬 ‘홀리클럽’에 누가 속해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위는 대규모 조직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다. 대책위가 내놓은 ‘조직정비의 건’에 따르면, 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상위기구에 고문단, 하위기구에 상임대책위, 법률지원단, 사무국 등 10여개 조직이 있다. 이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직 개편이 조만간 이뤄진다.
조직 중 상임대책위는 불교 각 종단의 대표급 지도자들로 구성될 전망이다. 법률지원단은 소송을 자문한다. 이는 ‘법 개정’까지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 대책위는 “2008년 입법발의 되었으나 개정되지 못한 종교차별 금지 관련 법령 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2009년 2월에 개정 공포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의 징계조항 강화를 위한 재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가 밝힌 활동 기조 중에는 국내 종교간 갈등을 부추길 만한 요소도 있어 우려되고 있다. 대책위는 강남구 일부 도로 ‘칼빈길’ 지정 등을 지적하며 “민족고유의 문화를 말살하려는 책동에 맞서서 민족진영과 연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개신교는 외래종교로 불교는 민족종교로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봉은사길’, ‘조계사길’ 등 불교에서 따온 이름도 서울 시내에는 존재한다. 불교의 석가탄신일 기념행사는 지상파 생중계되고 있으며, 석가탄신일 즈음에 열리는 연등축제는 종로와 우정국로 등 서울 한복판에서 일대 교통을 마비시킬 정도로 크게 치러지고 있다.
대책위는 지역별 대책위원회를 설립하여 전국적인 조직망을 확보하고, 사이버모니터링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종교편향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동영상을 제작하고 웹진과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발행할 것이라 밝혔다. 개신교 성시화운동의 개요와 문제점을 소개하기 위한 소책자도 발간한다.
범불교대책위가 종교의 평화적 공존을 도모할 지, 오히려 종교간 갈등을 심화시킬 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