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 및 김영한 박사 팔순 기념 학술대회에서 개혁신학회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개혁신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난 7일 기념 학술대회를 열고 지난 30년의 신학적 여정을 돌아보는 한편, 한국 개혁신학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한국개혁신학회 창립 30주년과 기독교학술원장 김영한 박사의 팔순을 함께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조강연에는 Dr. Maarten Karter 아펠도른 신학교 총장, 이은선 안양대 명예교수, 김영한 박사가 나서 각각 「Two-Sided Preaching: Toward a Reformed Homiletics for the Whole Brain」, 「김영한 박사의 열린 개혁주의와 한국개혁신학회 30년 역사와 미래 과제」, 「말씀, 성령, 영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와 사회를 향해 열린 신학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특히 성경의 권위를 굳게 붙들면서도 교파적·신학적 장벽에 갇히지 않고, 성령의 현재적 역사와 영성을 회복하며 오늘의 문화와 소통해야 한다는 방향이 강조됐다.
"설교는 머리로 이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 Dr. Maarten Karter 아펠도른 신학교 총장이 설교학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첫 번째 기조강연에 나선 Maarten Karter 총장은 설교를 지성과 감성, 즉 '온전한 인간'을 향한 행위로 바라보며 개혁주의 설교학의 방향을 제시했다.
Karter 총장은 설교자가 성경 본문을 단순히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설교자는 본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먼저 자신이 그 말씀에 사로잡히고, 본문의 의미를 자신의 삶과 상상력 속에서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 본문 안에 존재하는 긴장과 역설을 지나치게 조정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님의 주권을 말하는 본문을 설교하면서 곧바로 인간의 책임을 덧붙이거나, 반대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본문에 하나님의 주권을 덧붙여 본문의 긴장을 해소하려 하기보다, 때로는 성경이 가진 역설 자체를 설교 안에 담아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설교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사람의 변화와 영향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설교자가 본문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본문에 의해 자신의 감정과 상상력이 움직이는 경험을 해야 하며, 그 경험이 회중에게 전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Karter 총장은 설교자가 본문을 연구할 때 '무엇을 말할 것인가'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자신에게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설교의 궁극적인 결과는 설교자의 기술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역사에 달려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은선 명예교수 "한국개혁신학회, 교단의 벽 넘어 학문적 장 마련"
▲이은선 안양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이어 이은선 안양대 명예교수는 「김영한 박사의 열린 개혁주의와 한국개혁신학회 30년 역사와 미래 과제」를 통해 한국개혁신학회의 창립 배경과 김영한 박사가 제시해 온 '열린 개혁주의'의 의미를 조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개혁신학회는 1996년 창립된 이후 학술지 발간과 학술지원사업, 신진학자 발굴 등을 통해 학문적 기반을 확대해 왔다. 특히 창립 당시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교단의 벽을 넘어 다양한 개혁신학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학문적 장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신학자들이 자신의 교단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한국개혁신학회는 교파와 교단을 넘어 다양한 학자들이 만나 학문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김영한 박사가 추구해 온 개혁주의를 '열린 개혁주의', '열린 보수주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성경의 권위를 철저하게 인정하면서도 분리주의적 근본주의를 경계하고,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학자들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개혁신학의 학문적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는 김 박사의 신학적 활동을 크게 세 방향으로 정리했다. 첫째는 개혁신학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일이었으며, 둘째는 교단의 경계를 넘어 한국 신학자들을 평가하고 대화하는 작업이었다. 셋째는 한국교회의 예배와 설교를 시대에 맞게 갱신하는 작업이었다.
특히 김 박사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예배가 단순히 듣는 예배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오감을 활용하고 삶의 헌신으로 이어지는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설교 역시 번영신학적 메시지를 넘어 십자가의 신학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김 박사의 신학적 방향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성경의 권위를 명확하게 인정하면서도 개혁신학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현대 포스트모더니즘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궁극적으로 개혁신학을 통해 오늘의 문화를 변혁해 하나님의 주권을 실현하는 것이 그것이다.
김영한 박사 "개혁신학의 큰 방향은 말씀·성령·영성"
▲김영한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마지막 기조강연에 나선 김영한 박사는 「말씀, 성령, 영성」을 주제로 개혁신학이 앞으로 붙들어야 할 세 가지 핵심 방향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먼저 한국개혁신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은 것 자체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루터와 칼빈으로 이어지는 개혁신학의 전통이 한국교회 안에서 박형룡, 박윤선 등으로 계승됐으며, 한국개혁신학회 역시 이러한 신앙과 신학의 전통을 이어가는 역할을 감당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개혁신학의 미래를 위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하나님의 말씀, 둘째는 성령의 지속적인 역사, 셋째는 영성이다.
그는 신학적 지식과 학문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면서 동시에 진실과 충성, 사랑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김 박사는 오늘날을 단순한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 '포스트 시대'로 규정하면서, 신학이 공적인 진리를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객관적인 진리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흐름을 넘어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진리'라는 식의 인식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와 신학이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진리를 증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의 권위를 개혁신학이 끝까지 붙들어야 할 핵심으로 제시하면서 동시에 성령의 지속적인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령의 역사를 과거의 특정한 사건으로만 제한하지 않고 오늘의 교회와 신앙 안에서도 역사하시는 성령을 인정하는 것이 개혁신학의 중요한 과제라는 주장이다.
김 박사는 '열린다'는 것이 타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열린 개혁주의는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사회와 문화 속에서 복음의 공적 책임을 감당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말씀과 성령의 역사 위에 영성이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의 자기비움과 십자가의 삶, 그리고 타인을 위한 사랑과 섬김이 신학자의 삶 속에서 구현될 때 개혁신학이 사회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이날 강연을 통해 한국개혁신학이 더 이상 외국 신학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개혁신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해야 한다는 기대도 나타냈다. 한국의 신학자들이 지난 30년 동안 상당한 학문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이제는 세계 신학계에 새로운 개혁신학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