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신학이 장소와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 이유는

한스 슈바이츠 박사 고희기념 국제학술 대회 열려

▲ 30일 루터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한스 슈바르츠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루터회
“‘신학의 세계화’와 ‘세계화 시대에 신학하기’는 동일한 의미이다. 신학은 결코 장소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도 아니며, 시대에 따라 변하지도 않는다. 복음의 진리와 가치는 시간에 의해 퇴색되지도 않고 상황에 의해 변질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 신학이 가야할 길을 유럽에서 건너온 한 노(老) 신학자는 또렷하게 제시했다. 30일 루터대학교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기조강연을 맡은 한스 슈바르츠 박사(독일 Regensburg 대학교 조직신학)는 먼저 세계화 된 교회와 신학이 세속화란 유혹에 넘어가 방향성을 상실할까 우려했다.

슈바르츠 박사는 “전 세계에 많은 신학대학이 생겨났고 자국인으로 이루어진 신학자 그룹과 교회들이 넘쳐난다. 이미 교회와 신학은 세계화되었다”며 “그러나 문제는 교회와 신학이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세속화의 도전에 방향성을 잃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세속화의 거대한 도전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슈바르츠 박사는 19세기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정책이 세속화의 거대한 도전을 불러왔다고 봤다. 그는 “당시 선교는 강대국의 식민지 정책과 밀접한 관련 속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독교의 교세가 급속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세속화는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세속화 현상은 신학 대학강단에서도 일어났다. 슈바르츠 박사에 따르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과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신학대학들이 이제 더 이상 신학과를 고집하지 않고, 종교학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가속화 되고 있다고 한다.

서구와 더불어 아시아 지역에 관해선 “한국은 매년 수 천명의 선교사를 외국에 파송하고 있지만 정작 자국내에서 기독교의 영향력과 교세는 침체 또는 하향 국면이다”고 했고, “인도의 경우 제대로 교육 받은 신학자들이 자국에서 가르치려 하기보다 영국이나 서방 국가에 머물기를 원한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도의 기독교인 숫자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와 같은 공산권 국가들은 동일한 아시아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슈바르츠 박사는 “최근 이 지역의 기독교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를 “기독교가 그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삶의 의미를 던져주고 미래의 지향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라며 “공산권 체제하에서 그들은 참된 자유를 맛보지 못했고 삶의 궁극적 목표를 찾지 못했지만 이제 복음을 통해 그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신학의 세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한 파울 틸리히, 판넨 베르크의 신학적 방법론을 살펴보기도 했다. 

슈바르츠 박사는 “파울 틸리히는 자신의 상관방법론을 통해 문화와 신학을 하나로 엮어내려고 시도했다”며 “그의 방법론은 루터의 대교리 문답서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라고 했다. 루터에 의하면 인간의 궁극적 관심사가 곧 신이고, 때문에 모든 인간은 신의 존재를 인정하든 부정하든 간에 본질적 차원에서 신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런 루터의 진술을 틸리히는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이란 용어로 바꾸어 설명했다는 것이다. 슈바르츠 박사는 “신학은 곧 궁극적 관심사를 온전한 곳으로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라며 “즉 문화는 질문하고 신학은 그들의 언어로 답하는 것이 틸리히의 상관방법론이다. 그는 이 방법을 통해 성서의 진리를 현대인에게 전하고자 했다”고 했다.

판넨베르크에게선 상아탑에 갇혀있는 신학을 신학자들의 놀이 공간이 아닌 공동의 장으로 끌어낸 것에 고무적인 평가를 내렸다. 슈바르츠 박사는 “판넨베르그 역시 신학의 ‘과학화’ 또는 ‘학문화’를 주장하면서 간(間)학문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한다”며 “그에 의하면 신학과 교회는 세속화된 세계 한 가운데서 세계를 향해 하나님의 계시 사건을 전해야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바울, 틸리히, 판넨베르크에게서 공통 분모를 찾기도 했다. 슈바르츠 박사는 “(이들의 공통점은)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다양한 방법으로 성서적 진리를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 처럼 변하는 상황신학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황신학이란 이름으로 성서적 진리를 퇴색시키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슈바르츠 박사는 “세계화 시대라는 다양한 상황과 문화 가운데서도 잃어버려서는 안 될 중요한 신학의 방향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류에게 삶의 궁극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며 그 답을 실존적이고 성서적 근거에서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30일부터 8월 2일까지 ‘세계화 시대에 신학하기’란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슈바르츠 박사의 고희를 기념해 ATS(Asian Theological Society)가 주최했다. ATS는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슈바르츠 박사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학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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