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감리교목회자대회(전감목) 조직위원들이 10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 산수유 한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 중 이들은 최우선 과제로 ‘개혁총회’를 제안했고, 그 전제로 ‘구성원들의 합의’를 들었다.
조언정 목사(전감목 사무처장)는 “개혁총회 소집을 위해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감목은 오는 9월까지 개혁총회 소집을 위한 ‘전국목회자 서명운동’ ‘연회별 간담회’ ‘감리교 제 단체와의 연석회의’ 등 감리교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에 매진하기로 했다. 감리교 구성원들의 합의만 뒷받침 된다면 ‘개혁총회’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감목 조직위원들은 기자들 사이 ‘개혁총회’의 초법성 논란이 제기되자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기도 했다. ‘합의’를 전제로 하지만 전감목이 추진하려는 ‘개혁총회’는 교회법과 사회법의 선상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광수 목사(전감목 정책기획처장)는 “현재 감리교의 감독회장 사태를 묵인하고, 침묵하는 것만으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무엇이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합의만 전제된다면 초법성 논란은 그 다음의 일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전 목사는 ‘개혁과 법’이 함께 존중되는 최소한의 합법적 장치도 마련해 나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혁총회를 고집하는 전감목 “감리교 원로화 막아야 한다”
전감목이 ‘개혁총회’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이제껏 성명서 등을 통해 현행 감리교의 법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이들은 ‘늙은 감리교’를 ‘젊은 감리교’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리교 현행 법에 따르면 일반 목회자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참정권을 갖는 총대로 선출되는 연령대는 60대가 되서였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감리교 미래를 이끌어 갈 피 끓는 젊은 목회자들은 자연히 침묵할 수 밖에 없다. 권철범 목사(대외협력 부국장)는 “감리교 운영 세력의 고령화는 감리교가 망하는 지름길이다”라며 "이제는 젊은 목회자들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감목은 이런 발상에서 평신도들도 참여하는 ‘개혁총회’를 제안한 것이고, 총대들 입장에선 꽤나(?) 과격하게 보이는 ‘간선제를 직선제로’라는 구호를 외치게 된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개혁총회’는 평신도들이 참정권을 획득하는 중요한 개혁의 과정이었다.
하지만 전감목은 그밖에 ‘개혁총회’에서 논의될 기타 사항. 즉, 감리교 사태로 구성원들 사이 수면위로 급부상한 총회제, 선거제, 감독제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조언정 목사는 “우리가 개혁총회를 합의 과정을 통해 열기만 한다면 그 다음 과제(입법안 도출 등)는 우리 몫이 아니다. 개혁총회에 참석한 구성원들의 몫”이라고 말하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개혁의 주체는 자신들이 아니란 말이었다.
개혁총회 주장하는 전감목, 구성원들의 합의 중시
그렇다면 전감목이 감리교 사태의 현실적(?) 대안으로 선택한 ‘개혁총회’는 어떻게 열 수 있을까? 총대들과 평신도들이 참여하는 개혁총회가 만약 열린다면 예상 인원은 1만 2천 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제각각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주장을 편다면 어떤 결의도 이뤄내기 힘들 것이며 총회에 올라온 안건들은 ‘진행 중’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전감목이 택한 첫번째 사업은 설문조사였다. 이들은 개혁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목회자, 평신도들을 상대로 개혁총회에서 다뤄질 안건들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공감대만 형성해 놓고, 구체적인 안건을 제시하면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분석이다.
전감목 “정치 세력화는 시도하지 않을 것”
“‘개혁총회’가 만약 실패한다면?” 이런 기자들의 냉소적인 질문에도 전감목 조직위원들은 “안될거라 생각하고 하기 보다는 될거라 생각하고 하는게 낫지 않느냐”며 “지금으로선 개혁총회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개혁총회 소집이 됐을 때 해체를 생각해 봤느냐”란 질문도 있었다. 전감목의 정치 세력화를 염두해 둔 기자의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전감목은 긍정도 부정도 피했다. 그러나 한 가지 약속 만큼은 했다.
진광수 목사는 “다른건 몰라도 만약 전감목이 존속될 시 자신들의 이익을 내세우는 정치 세력화는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 기득권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장에는 전감목의 권종호 목사(실행위원장), 진광수 목사(정책기획처장), 조언정 목사(사무처장), 심자득 목사(사무국장), 백용현 목사(대외협력국장), 권철범 목사(대외협력 부국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전감목은 감독회장 사퇴와 관련, 감신대 82학번이 주축이 된 100일 기도모임이 모체가 됐다. 지금은 감신대를 비롯해 협성대, 목원대까지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개혁을 외치는 상당수 목회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