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 논란으로 뜨거웠던 올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다원주의사회 속에서 한국 교회와 크리스천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색이 개신교 차원에서 논의됐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대표회장 손인웅 목사)가 16일 오후 서울 연세대 공학원에서 ‘다원사회 속에서의 기독교와 기독교인의 자세’라는 주제로 열린대화마당을 개최했다.
ⓒ 오유진 기자 |
첫번째 발제에는 원로 종교학자인 정진홍 석좌교수(이화여대 종교학과)가 나섰다. 정진홍 교수는 “기독교가 종교다원현상과 직면해 해야 할 일은 ‘메타노이아’ 즉 ‘죽어 되사는 일’ 하나 뿐이다”며 기독교의 배타와 독선을 버릴 것을 주장했다.
정 교수는 역사적으로 타종교와의 비교를 통해 정립되어온 기독교 정체성의 기반을 지적하며 “배타와 독선이 없었다면 기독교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다르다. 우린 옳고 너희는 틀리다. 그러니 우리는 존재하고 너희는 없어지거나 우리와 같아져야한다’ 등의 타자 소멸 지향적인 논리로 살아남은 지금의 기독교는 배타적이며 갈등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순교라고 말했다. 그는 “순교를 감동적으로 전승시키는 것은 죽음 권면의 문화를 고양시키는 것이며 폭력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순교에서 파생될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닌 증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독교 언어의 문화가 타자 배제의 원칙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기독교 언어는 우리끼리는 감동스러울 수 있으나, 일상적 소통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타자의 언어를 부정함으로 결국 타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정 교수는 종교 언어를 고백의 언어라고도 표현했다. 자신의 고백이기때문에 그것을 사실이라고 주장하면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기독교 생존원리였던 배타와 독선이 다원사회에서는 오히려 파멸 또는 소멸원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종교다원현상에 직면한 한국 교회에게 ▲배타와 독선을 버림으로 인해 초래될 자기상실을 경험할 것 ▲고백의 언어를 인식의 언어와 더불어 발언할 것 ▲자신이 힘의 실체임을 비일상적인 언어로 수식하는 것을 삼갈 것 ▲증오의 전승을 단절할 것 등을 제시했다.
또 다른 발제에서 강영안 교수(서강대 철학과)는 기독교 비판이 이론에 대한 회의나 의심보다는 잘못된 실천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열매(복음의 가르친 삶의 실천)가 없기 때문에 마치 나무 뿌리(가르침)조차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결과가 온 것”이라며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실천적 삶에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또 종교 다원주의라는 용어 대신 ‘종교 다원적 상황’이라고 표현, “그리스도인은 불교 신자와 무교 신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 즉 종교 다원적 상황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현실적으로 수용하자”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종교 다원적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타종교에 대한 존경 ▲믿는 근거, 믿는 이유를 만일 타종교인이 원한다면 증거하고 설명, 토론할 수 있는 준비 ▲일상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한 삶을 사는 것 등을 제안했다.
논찬자로 나선 김원배 목사(예원교회, 한목협 상임회장)는 정진홍 교수의 발제에 도전을 받았다면서 “사도들의 태도는 분명, 그들이 지향하는 진리에 대한 충성과 타종교에 대한 관용이 모두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다원종교의 상황 속에서의 강자가 아니었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 기독교가 배타와 독선을 버리고 낮아진다면 종교다원의 상황 가운데서 창조적인 종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에 창립된 한목협은 시대 정신에 맞춰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대화마당을 12회째 꾸준히 개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