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내 들춰 보인 한비야, '신앙'을 이야기하다

▲짐바브웨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하며 활짝 웃고 있는 한비야 ⓒ월드비전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여성특위가 뽑은 신지식인 5인 가운데 한 명, 평화를 만드는 100인에 선정된 그녀, 한비야(52).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이다.


잘 나가던 직장을 제 발로 차고 나와 세계를 누빈 뒤,그 기록을 도서 <바람의 딸, 지구 세 바퀴 반> 등으로 남겨 수많은 청년들에게 도전을 심어줬고, 40대 늦은 나이에 국제 NGO 긴급구호 팀장으로 제3의 인생을 시작해 또 한 번 '충격'을 줬다.


그의 지치지 않는 열정은 어디서 나올까? 이번에 출간된 그녀의 5번째 저서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에서 그녀는 '신앙'이라고 답한다. 

▲'감사할 수 없는 것까지 감사하는 성숙한 감사의 기도를 구호 현장에서 배울 수 있었다.' 한비야 에세이집 '그건, 사랑이었네' 中 ⓒ푸른숲

이번 책을 쓰며 그녀는 "땀 냄새 물씬 나는 조끼를 벗고 샤워를 한 뒤 소파에 앉아 일기를 쓰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편하게 썼다는 얘기일 터. 그래서일까. 그녀의 여린 속내가 다 들춰 보여진다.


‘파키스탄의 8천 미터급 산인 낭가파르바트를 오르던 도중 거대한 빙하를 만났다. 빙하 지대는 크레바스라는 갈라진 틈 때문에 몹시 위험하다. 거기 빠지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조심하며 한 발 한 발 빙하를 건너고 있는데 한 순간 본능적으로 발이 멈췄다. 맙소사! 발이 멈춘 곳은 천길 낭떠러지 얼음벽 벼랑 끝자락이었다.’

여기까지는 영락 없는 '여전사' 한비야다. 그러나 이번 책에서 한비야는 조금 더 마음을 들춰 보인다.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내 목덜미를 확 끌어당기는 바람에 죽을 뻔한 순간을 간발의 차이로 넘겼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럼 내 뒷목을 꽉 잡아 뒤로 넘어뜨린 그 손은 누구의 것이었겠는가? 뻔하지 않은가?’라고. 그건 '하느님의 손'이었다며 “내가 하느님의 보호에 감사 드리지 않는다면 난 정말 사람도 아니다”고 말한다.


신앙 이야기는 책 전반에 향기롭게 녹아들어 있다. 7년 전 잠비아에서 만난 한 청년은 고난 속에서도 감사하는 신앙을 가르쳐주었다. 온 몸에 부스럼이 가득한 게 한 눈에 봐도 에이즈 말기 환자인 청년이 '욥기'서를 읽으며 말한다. "하느님이 저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알고 싶어서요. 하지만 나는 고통도 하느님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믿어요. 하느님이 이런 고통 중에 있는 저를 무척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기에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 말을 한비야는 가슴에 담았다. “그 후로 매일 저녁기도 때마다 아프리카 청년식 감사 기도를 하나씩 넣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몸도 마음도 지치는 구호현장에서 '기도'는 늘 새로운 힘을 북돋워주었다. 짐바브웨로 파견 나간 첫 날 아침기도를 하려고 성호를 긋고는 '하느님' 하고 불렀더니 하느님이 '내 딸아, 나 여기 있단다' 하며 바로 곁에 서 있는 듯한 느낌에 힘이 불끈 솟았다.


짐바브웨로 파견 나간 넉 달 동안은 매일 두 시간씩 기도하고 성경 읽기도 했다. 그 때 기도제목이 '50대에는 무엇을 하오리까?' 였는데, 아무 응답도 없었다. 어느덧 짐바브웨에서 드리는 마지막 주일예배. '왜 아직도 응답을 안 하실까' 초조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도자가 '앞으로의 10년의 삶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것이 아닌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기도하는 가운데 굵은 눈물방울이 뚝 떨어지고 가슴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면서 어떤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가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라.'


한비야는 "종국에는 하느님이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믿음이 내 신앙의 원천, 아니 내 모든 힘의 원천이다"는 진한 신앙고백으로 사람들 앞에, 하느님 앞에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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