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박사 ⓒ베리타스 DB |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한적십자 총재 등을 지낸 진보 지식인 한완상 박사가 1978년 펴냈던 한국교회 비판서 ‘저 낮은 곳을 향하여’를 개정해 다시 펴냈다.
새 책 ‘한국교회여, 낮은 곳에 서라’(포이에마)에서 한완상 박사는 “1970년대 교회 현실보다 오늘의 현실이 더 나아지지 않았기에, 어떤 면에서는 더 열악해졌기에” 31년 전의 책을 재발간 한다고 말했다.
제1부에서 저자는 팔레스타인이라는 역사적 현장에서의 예수의 발자취를 추적함으로 한국교회가 “허위의식을 벗고 약한 자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 로마 통치자들은 목에 힘을 주어 ‘팍스 로마나’를 외치며 가는 곳마다 길을 닦고 건물을 세웠으나 그 업적은 식민지 민족의 저항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이룬 것일 뿐이었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종교적 기득권층이 모세의 전통을 잇는 사람들은 자신들뿐이라며 가난한 민중을 경멸하고 죄인으로 정죄했다. 이 때 예수는 이들의 교활함과 표독스러움을 꿰뚫고 폭로하는 삶을 사셨다.
저자는 역사적 예수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늘날 ‘예수믿으미’는 많지만 ‘예수따르미’가 적은 이유는 “개인의 영혼 구원만 강조하고 사회 구원은 하찮은 것, 반신앙적이고 반기독교적인 것으로 폄하하는 보수적 교회의 그릇된 가르침에 있다”고 지적했다.
제2부에서는 좀 더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기독교가 처음 이 땅에 들어오던 시절에만 해도 교회와 크리스천들은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민족운동의 선봉에 섰으나, 이 땅에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둥지를 틀자마자 초기의 정신을 버리고 근본주의 사상에서 비롯된 권위의식에 사로잡히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또 이분법적 사고와 율법주의적 사고에 발이 묶여 분열을 반복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분열을 발판으로 양적인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교회, 근본주의에 사로잡혀 젊은이들의 기백을 빼놓는 교회, 양적으로는 팽창하는 본질은 잃어버린 모습을 지적한다.
신앙인으로서, 또한 사회인으로서 저자가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은 “한국교회가 낮은 곳에 서는 것”이다. 그는 “예수의 삶이 그토록 감동적인 것은 그 분이 우아한 패배를, 우아한 고난과 죽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며 “갈릴리 예수와 함께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한완상 박사는 자신을 슈바이처 박사의 뜻을 이어 ‘소셜 닥터’(social doctor)의 역할을 하고자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교편을 잡고 ‘저 낮은 곳을 향하여’와 ‘민중의 지식인’을 썼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