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민주주의·평화통일에 평생 바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예배 열려

 ▲22일 오후 4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故 김대중 前 대통령 추모예배가 기독교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김진한 기자

거목이 송두리째 뽑힌 자리. 상실의 아픔은 컸다. 고인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4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故 김대중 前 대통령 기독교 추모위원회 주관으로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예배가 열렸다. 예배 순서자들은 하나 같이 고인이 생전에 남긴 말들을 곱씹었고, 그의 삶에서 묻어났던 ‘예수의 정신’을 조명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 칠흙 같은 어둠 속을 헤쳐온, 도전과 응전의 치열한 삶을 살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어록들이다.

추모기도에서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김 전 대통령을 두고, “시대의 길잡이” “우리 민족의 기댈 곳” “우리가 나아갈 등대”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시대의 스승” 이란 수식어를 붙이며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김경호 목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생전에 했던 ‘인생은 아름다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씀이 우리를 통해 온전히 계승되고 발전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민주화 운동의 동지 이해동 목사(평화박물관 이사장)는 ‘살아도 죽어도’란 제하의 설교에서 “죽음이란 현실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며 “그 분의 빈자리가 너무 컸기에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해동 목사는 그러나 “다만 한 가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몸은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분의 올곧은 큰 삶 만큼은 되새겨야 한다”며 “우리 각자의 흐트러진 삶을, 흐트러진 옷깃을 반듯하게 여며야 할 때”라고 했다.

이해동 목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욕이 아닌 대의만을 쫓아 살았던 분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을 위해 살지 않았다”며 “오로지 대의를 위해 한 평생을 바친 분”이라고 했다.

3.1 민주구국선언(명동성당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이해동 목사. 그는 감옥에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인상, 그리고 그의 면면을 살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을 △ 인간미가 넘치는 지극히 인간적인 분이라고 했고 △ 국정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분석과 판단이 가능한 실력있는 정치인이었다고 했으며 △ 매우 돈독한 신앙인이라고 했다.

이해동 목사는 특히 “민주화·평화 통일 운동의 불굴의 의지는 마지막에 언급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앙’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오르게 된 것도 “이런 예수 정신을 우리 민족의 지평에서 실현시키기 위했던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해동 목사는 원수를 보복이 아닌, 용서와 사랑으로 갚은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얼마 전 전두환 대통령이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에게 건넨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이해동 목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실천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당시 이희호 여사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시 전직 대통령들이 가장 행복했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한때 그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가 아닌, 용서와 사랑으로 보답한 것이었다.

추모사를 전한 한명수 목사(예장합동 증경총회장)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교단과 종파를 뛰어 넘은 민족의 지도자”라고 했고, 윤문자 목사(전 여신협 공동대표)는 “대통령 재임시절 여성 인권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던 지도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며 시대의 경종을 울린 지도자”라고 했다.


특히 이날 예배에는 일본 NCC 이지마 마코토 목사도 참석해 일본 기독교인들을 대표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했다. 마코토 목사는 “자유와 민주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해 한 평생을 바친 고인을 추모한다”고 밝혔다.

마코토 목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앙적인 면면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찾았다. 그는 이 진술을 그대로 읽으며 추모사를 마쳤다.

“나는 그저께 구형을 받았을 때 의외로 차분한 마음이었습니다. 그 날은 평소보다 더 잘 잤습니다. 나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면 이 재판부를 통해 나를 죽일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나를 살릴 것이라고 믿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기 때문입니다. 내가 죽더라도 국민들의 손에 의해 민주주의가 살아날 것을 확신합니다. 이번에 다시 구속돼 성경을 읽고 더 한층 하느님께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용서하고 이해합니다”

이날 예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의 셋째 아들 김홍걸 부부가 참석했다. 참석한 추모객들은 헌화를 마치고, 김 전 대통령의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예배의 사회는 정진우 목사(서울제일교회)가, 인사말은 NCCK 권오성 총무, 축도는 박경조 주교(NCCK 전 회장)가 맡았다.

* 명동성당 사건

가톨릭 신부, 개신교 목사, 대학교수, 재야정치인 등이 민주회복을 주장하면서 ‘민주구국선언문’을 발표한 뒤 가두로 뛰쳐 나오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해산된 사건이 발생했다. 열흘 후 서정각 서울지검장이 일부 재야인사들의 정부 전복 선동 사건으로 규정하고 관련자 20여명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입건하면서 대형 사건으로 확대됐다.

*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980년 신군부세력이 김대중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가 20여명을 북한의 사주를 받아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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