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김대중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 그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국민의 곁을 떠났다. 영결식과 운구행렬을 지켜본 수많은 국민들은 애도 속에서 고인의 삶을 기리고, 추모했다.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맡은 전 YWCA 총무 박영숙 권사(향린교회)는 “대통령님의 서거는 우리에게 슬픔만을 남기지 않았다”며 “우리 민족의 숙원과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을 풀어내는 화해와 통합의 바람이 지금 들불처럼 번지게 하고 있는 것은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큰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박 권사의 말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화해’란 선물을 남겼으나 ‘통합’이란 숙제도 함께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6일의 국장 동안 여야, 동서, 이념, 계층으로 분열돼 갈등을 겪던 이 나라는 잠시나마 그 싸움을 그쳤다. 또 이 기간 MB 정권 들어 대화 한번 없었던 남북관계가 북측의 ‘특사조문단’ 파견으로 남북 화해의 큰 진전을 이뤘다.
고인의 서거는 한국 기독교에도 큰 선물을 안겨줬다. 그의 국장 기간인 21일 경색된 남북관계로 잠시 주춤했던 남북교회가 교류의 물꼬를 다시금 틀기로 한 것이다. NCCK 실무진들과 조그련측은 이날 중국 심양에서 회동을 갖고, 올해 11월 경 ‘평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합심 기도하기로 합의했다.
고인이 떠난 자리. 상실의 아픔 속에서 남은 자들이 해야할 일은 더욱 분명해 진다. 두말 할 것 없이 ‘화해’란 뜻밖의 선물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다. ‘화해’는 ‘용서’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둘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또 이 ‘용서’는 ‘오랜 기다림’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기고 간 ‘화해’의 바람이 들불처럼 번지게 하는 것은 남은자들의 몫이다. 때론 ‘용서’의 자세로 때론 ‘오랜 기다림’의 자세로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사회 대(大)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고인의 유지(遺志)를 받드는 일이 아닐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