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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태 칼럼] 이명박 정부와 보수교단의 배타성

이명박 정부는 여러 면에서 편향적이고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인사에서 영남 편향적이고, 종교에서 소망교회 편향적이고, 기업에서 대기업 편향적이어서 한마디로 말하면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부자들 편향적이다. 노무현정부가 코드인사를 했다고 비판을 받았다면, 이명박 정부는 역대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종교편향까지 보임으로써 국민들뿐만 아니라 종교인들까지 분열시키고 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신뢰가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체 국민을 위한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가 이렇게 특정 지역, 특정 계층, 특정 종교를 편애하고, 다른 지역이나 집단, 다른 종교를 홀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편향은 그가 속한 보수적 장로교회의 뿌리 깊은 전통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 장로교회는 발생초기부터 개신교회들 가운데 가장 배타적이고, 또 장로교단 자체 안에서도 교리적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을 일삼아온 교파이다. 이 교단의 창시자 칼빈은 제네바에서 신정통치를 하면서 삼위일체론을 믿지 않는다고 셀베투스라는 스페인 출신의 의사를 종교재판에서 이단으로 낙인찍어 불살라 죽였다. 가톨릭교회가 보헤미아의 개혁자 얀 후스에게 한 짓을 개혁교회의 창시자가 한 것이다. 또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칼빈의 예정론을 둘러싼 논쟁에서(1604-1619) 신의 기계론적 예정론을 주장하는 극단적 보수파인 고마루스파는 하나님의 선택에서 인간의 선행도 고려된다는 아르메니우스파를 토르트렉히트 총회에서 이단으로 몰아 파문했다.

당시 아르메니우스파에 속해서 종교간의 관용을 주창했던 국제법의 아버지인 그로티우스(Grotius)는 이 사태를 경험하고는 “교회는 결코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집단이 아니라 분쟁을 야기하는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기독교 특히 장로교회는 성서보다는 교리체제에 과도하게 매달려서 배타적 집단이 됨으로써 평화와 화해를 가져올 수 없는 교단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그 결과 이 장로교파는 다른 개신교회들과 달리 자신들 안에서도 교리적 차이들로 분열을 거듭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01년 미국 장로교회의 해외 선교부 총무인 브라운(A. Brown)이 한국의 선교사들을 방문하고 돌아가서 보고서를 쓴 일이 있다. 그의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한국에 간 선교사들은 매우 보수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 선조가 100여 년 전에 스코틀랜드나 네덜란드에서 했던 것과 꼭 같이 한국인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것은 과거의 한국에 온 장로교 선교사들이 얼마나 수구적이고 배타적 인간들이었는가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이러한 교리주의적이고 배타적 장로교회가 한국에 전파됨으로써 다른 교파들에 대한 배타성은 물론 장로교단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갈등을 야기했다. 그 결과 한국의 장로교회간판을 단 교파가 100개도 넘는다. 한국에서의 이러한 장로교회의 배타성과 자기분열에 대해서 세계장로교회는 1970년대 연구위원회를 두어 그 원인들을 연구하고 분석한 일이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의 이러한 장로교의 분열과정에서 생긴 종교적 내지 사회적 갈등도 엄청나서 개신교회 중에 장로교회가 가장 신뢰성을 잃고 있는 집단이 된 것은 아닌가?

이러한 장로교회의 수구적 배타성, 이것들로 인한 분열들의 양상이 특정정당의 지역주의적이고 이데올로기적 배타성과 결합되어 새로운 배타적 보수정권의 탄생에 기여한 것은 아닌가? 또 이것을 자신들의 종교적 승리로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군사독재시절 진보적 교단들이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서 투쟁할 때, 정교분리의 원리를 내세워 그들을 비판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보수적 장로교회의 자가당착이다. 이명박 정부의 제반 편향성과 배타성은 이미 대중의 민심을 잃고 있어, 그 정부와 정치적으로 유착했던 수구적이고 배타적인 장로교회의 신뢰와 선교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규태(성공회대학교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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