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중신학회가 20일 저녁 한백교회에서 월례 세미나를 주최, 들뢰즈 철학과 민중신학의 리좀적(탈중심적) 접속을 통해 소수자 신학을 제안했다.
발제에는 ‘들뢰즈와 민중신학:소수자 신학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한정헌 강사(철학아카데미)가 나섰다. 한정헌 강사는 현 민중신학의 과제에 대해 ‘민중이 누구인가?’가 아닌 ‘민중은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민중신학의 위기론은 실제 민중의 외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민중을 포착하지 못하는 관점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압축적 근대화를 경험한 한국의 현실 속에서 고정된 민중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들뢰즈의 ‘시간의 세 번째 종합(미래)’의 관점에서 민중신학을 고찰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민중신학으로서의 소수자 신학을 제안했다.
그에 의하면 들뢰즈의 차이생성 철학은 ‘존재의 일의성’을 통해 정립된다. 존재의 일의성은 존재가 하나의 의미로 언명된다는 뜻으로, 외연이 없는 하나의 존재론적 지평을 상정함으로써 사실상 차이로 동일성을 규정하는 것이다.(동일성은 차이생성의 구성물 내지는 효과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볼 때 세계 내의 만물은 (스피노자의 표현대로) 신의 얼굴들(표현들)이 된다.
한 강사는 “존재의 일의성을 긍정한다면, 만물은 모두 존재론적 등가성을 지닌 (들뢰즈/가타리 맥락에서의) ‘기계’가 되는 것이고 접속을 통해 부단히 생성한다. 이는 ‘변신의 윤리학’ 혹은 ‘되기의 윤리학’으로 이어져 여성-되기, 동물-되기, 분자-되기 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존재의 일의성에 기반한 차이생성과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힘을 포획하는 것이 국가장치이다”고 말했다.
이런 개념들을 통해 들뢰즈/가타리는 국가를 포획장치로, 국가장치에 내부화되지 않은 외부를 전쟁기계로 개념화했다.. 이른바 국가장치 대 전쟁기계의 대결이며 나아가 자본주의 대 소수자의 대결로 확장된다.
한 강사는 “따라서 단지 힘없고 배제되었다고 다 같은 소수자가 아니다”라며 “진정한 소수자는 소수자-되기에 참여하고 자기 자신의 소수성을 긍정하는 사람들을 말하며, 이들은 포획장치에 흡수되지 않은 주름으로서 내부의 외부”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소여로서의 소수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수자-되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들뢰즈/가타리는 흑인도 흑인-되기를, 여성도 여성-되기를, 유대인도 유대인-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이 들뢰즈/가타리의 논의를 수용할 때 신학은 초월적이고 선험적인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생성의 구성체가 되며, 따라서 또 다른 동일성으로의 구성적 가능성을 향해 자기 자신을 개방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재의 동일화된 케리가마가 권력에 의한 효과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과거 민중의 구성요소였던 항들이 몰락하고 오늘날 새로운 항들의 도래와 함께 새롭게 민중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전과 동일한 해결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민중신학의 새로운 문제틀을 설정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사회에서 주로 공간론적으로 편중되어 있는 들뢰즈의 철학을 시간론/생성론의 관점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신학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민중신학의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