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일신교의 평화로운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다

<신의반지> 북리뷰



▲신간 '신의 반지' ⓒ돋을새김

금세기 들어 종교간 대립이 어느 때보다도 극렬해지자, 지성계에서는 종교에 ‘이성’을 찾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신간 <신의 반지>도 종교가 열광주의를 넘어서 인류 문명사에 기여하기를 당부하는 책이다.

책의 저자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종교간 대립의 중심에 있는 기독교, 이슬람교와 같은 일신교들이 ‘이성의 시대’를 맞아 위기에 봉착했다고 분석한다. ‘초월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일신교가 ‘이성’과 대립하고 있다는 것.

종말 이후나 사후 세계에 집착하며 계몽주의적 입장에서 발전했던 종교와 이들의 열성적인 태도는 이미 계몽되어버린 대중과 변화한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또 모든 일신교에는 다른 종교에 대한 질투와 경쟁심이라는 갈등 유발 요소가 잠재돼 있고 팽창주의가 내재해 있다면서 냉소하고, “이제 일신교들은 저 높은 곳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딛고 서서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계몽주의적 교리와 비이성적인 열성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권한다.

저자가 일신교에 제시하는 ‘숙제’는 ‘문명화’다. 그는 “종교가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은 ‘문명화’”라면서, “세속 문명 등과 연합해 비열성적 문화종교로 변신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세계화라는 것은 문화들이 서로를 문명화시킨다는 뜻이다. 최후의 심판은 일상사 속으로 흘러 들고, 계시는 환경보고와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가 될 것이다. 이것으로 나는 일반 문화학의 정신에 근거하고 있는 이 성찰의 중심사상으로 되돌아가려 한다…(중략)…오직 문명화의 길만이 아직도 열려 있다.”(책 274쪽)

책 제목 ‘신의 반지’는 1779년 발표된 독일 극작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의 희곡 ‘현자 나탄’에 나온 반지 설화에 빗댄 것이다.

소유자가 합법적인 상속자임을 증명해주는 반지 한 개를 지닌 아버지가 반지 모조품 두 개를 만들어 아들 셋에게 하나씩 물려준다. 세 아들은 각자 자신이 진짜 반지의 상속자라고 주장해 재판관을 불러오고, 재판관은 세 아들에게 스스로의 행실을 통해서만이 진짜 반지의 상속자임을 입증할 수 있다고 판결한다.

여러 종교가 저마다 ‘절대적이고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판단은 대중의 몫이라는 의미다.

저자는 1983년 <냉소적 이성 비판>으로 세계적인 철학자로 떠올랐으며, 이 밖에 <인간농장을 위한 규칙>, <자본의 세계 내부에서>, <분노와 시간> 등을 펴냈다. 현재 독일 카를수르에 국립 조형대학 총장으로 있다.

현대 철학계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저자의 목소리에 종교인들이 한 번쯤 귀 기울여볼 만하다. 


돋을새김 ㅣ 두행숙 옮김 ㅣ 275쪽 ㅣ 1만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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