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프강 후버 EKD 회장에게 선물을 건네는 권오성 NCCK 총무 ⓒ김정현 기자 |
한국교회의 지도자들과 독일개신교연합회(EKD) 임원단이 18일 오후 2시 30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한독교회 지도자 대화모임(Korea-German Church Leaders Dialogue)을 가졌다.
EKD는 한국을 방문하기 전 12일부터 15일까지 먼저 평양을 방문하고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바 있다. 이번 모임은, 17일 오후 기독교회관에서 방문 성과를 보고했던 기자회견 이후, EKD가 평양에서 받았던 신학적인 도전과 충격들에 대한 관찰과 해석에서 한 걸음 나아가 에큐메니컬 펠로우쉽과 종교간 대화, 자유, 인권, 평화, 경제, 선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꾸며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국제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모임의 시작에 앞서 권오성 NCCK 총무는 독일 교회 최초의 공식적인 이번 방문이 한국 교회의 발전상과, 에큐메니컬을 비롯하여 복음주의 등 한국교회의 폭넓은 모습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리라 전망했다. 권 총무는 “EKD의 북한 방문과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양국 교회가 에큐메니컬 펠로우쉽을 더 많이 나눌 것을 제안했다.
볼프강 후버 EKD 회장은 "우리는 결코 쉬운 손님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척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며 이 점에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EKD는 이어 1981년 NCCK의 독일 방문 이래로 8차례에 걸쳐 확대되고 지속되어 온 독일 교회와 한국 교회의 상호 교류를 언급하고 북한 조선그리스도교 연맹의 참여로 교류의 범위가 더 넓어진 데에 대한 감격을 전했다. 후버 회장은 한국과 독일의 교회를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주제로 통일을 들었으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것은 한국 교회가 걸어온 길에 대해 세계의 에큐메니컬 교회가 인정한다는 것이고, 평화와 자유와 같은 주제가 세계의 기독교회들에게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오성 NCCK 총무와 볼프강 후버 EKD 회장의 선물 교환 후 이어진 발표회는 "한독교회 파트너쉽의 전망"과 "사회적·정치적 상황 속에서의 교회의 역할과 선교", 2가지 주제 하에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독일 헤센 나사우(Hessen-Nassau) 교회 부회장 코델리아 코프쉬 목사(Rev. Ms. Cordelia Kopsch)는 통일된 독일과 민주화 이후의 한국을 언급하며 “극복된 것 같은 문제가 다시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통일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분열의 문제를 품고 있는 독일과, 독재를 극복했으나 민주화와 인권이 다시 위협받고 있고 북한과의 만남이 가능해졌지만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두고 다시 한 번 성찰해야 할 때임을 역설했다. 코프쉬 목사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후원하고 서로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며 에큐메니컬한 만남의 원천임을 배웠다”고 회고하며, “남북한 기독교인들의 접근과 만남은 앞으로도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교회는 앞으로도 이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후원할 것이다. 이 과정은 교회와 한국을 넘어 분열된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는 일에 우리가 동참하는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신학적인 기반 하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정책을 통해 경제적인 정의를 구현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독일의 기독교인은 이러한 동반자적인 관계를 통해 오이쿠메네(oikumene)라는 하나의 집에 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부 순서에서 이화여대 명예교수 서광선 박사는 영어로 진행된 발표에서, 초대교회들에 많은 서신들을 보냈던 바울에게 답신을 보내는 신학적 가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서 박사는 부유하지만 탈도 많았던 고린도 교회를 언급하며, 많은 영적 축복을 받고 세계적인 기독교 국가가 되었지만 지극히 작은 자 하나(one of the least, 마25:34-46)를 돌아보지 않는 교회가 되어버린 한국 교회를 한완상 박사의 저서 제목을 인용해 <예수 없는 예수교회>(Christian Churches Without Jesus)로 비교·묘사했다.
아프간 선교사 피살 사건을 예로 들며,“반 기독교적이거나 한국 선교사에 적대적인 지역에 대한 한국 교회의 선교 열정은 19세기 서양의 식민지 선교에서 나타난 열정을 뒤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한 서 박사는, 그러나, 눅 4:18,19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선언을 인용하며 한국 교회를 선교에 충실한 교회로 개혁해가는 젊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희망의 뜻을 전했다.
독일 개혁교회 명예회장 게리트 놀텐스마이어 박사(Dr. h.c. Gerrit Noltensmeier)는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와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의 말을 인용하며,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신뢰하고 따라야 할 하나님의 말씀이며, 교회는 타인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놀텐스마이어 박사는 “국가와 교회는 서로 구별되는 존재지만 서로 관계가 있으며, 교회는 이 사회 속에서 복음을 전하고 봉사하며 이 사회를 위해서 일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제 정의로운 전쟁이 아니라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신학적 이론을 개발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금융 위기를 통해서 금융 체제 자체가 붕괴의 길을 걷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기독교 사상에 근거한 사회적 시장경제 사상이 필요하며, 그것을, 지속성의 관점에서, 생태적 관점에서, 후세의 삶을 고려하면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성 속의 일치와 화해를 의미하는 오이쿠메네를 언급하며, “EKD는 기독교인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슬람을 예로 들며 다른 종교가 독일에서 통용되고 있는 인권이나 기본권, 여성의 지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며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세를 취해야 함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놀텐스마이어 박사는 “인간은 자기의 자유를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더욱 잘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이기적으로 살 때, 사랑을 포기할 때 자유마저도 잃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힌 놀텐스마이어 박사는 "그러면서 동시에 교회는 교회의 구조에 있어서나 사회로부터 받는 도전에 있어서나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질의 답변 순서에서 제기된 북핵을 제외한 강대국들의 핵에 대한 질문에 대해 놀텐스마이어 박사는 “북핵 뿐 아니라 강대국들의 핵도 마찬가지로 폐기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코프쉬 목사는 2부 순서에서 발표된 내용들에 더해, “큰돈을 들여서 물질적으로 많은 혜택이 가난한 나라에 돌아가게 하는 것보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움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고 변화를 불러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후 6시, 정해진 시각이 지났음에도, 더 토론을 하려는 참석자들이 많았지만 사회를 맡은 박종화 NCCK 국제위원회 위원장은 "한 번에 다 논할 수 없는 문제들이라 생각한다. 차후에 더 논의하도록 하자"고 제안하며 모임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