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故 김수환 추기경 삶과 신학 '삼위일체적' 관점서 조명

이정배 교수 서강대 학술심포지엄 발표

▲감신대 이정배 교수가 故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사상을 삼위일체론에 입각해 조명했다. 이정배 교수가 17-18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 ‘아시아 교회의 리더십 – 故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며’에서 발제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감신대 이정배 교수(신학과)가 지난 2월 타계한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사상을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론에 입각해 조명했다. 이 교수는 17-18일 서강대 신학대학원(원장 김용해) 주최로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 ‘아시아 교회의 리더십 – 故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며’에서 유일한 개신교 발제자로 나와 ‘개신교 신학자가 본 김수환 추기경의 에큐메니칼 신학’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추기경을 학술적으로 조명하기보다 추모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이번 학술행사에서 이 교수는 김 추기경을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대표적인 지도자 중 한 명’으로 평가했다. 또 김 추기경의 인격을 ‘성자’에 빗대고 에큐메니컬 운동에 헌신한 점을 ‘성령의 역사(役事)’에 빗대는 등, 그의 삶이 기독교의 본질에 충실한 삶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썼다.

이 교수는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김 추경이 ‘살아생전뿐 아니라 하느님의 품에 안기시는 순간까지 백성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우리 역사와 교회 한 가운데 계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김 추기경이 에큐메니컬 사역에 헌신하게 된 개인적 출발점은 ‘청빈’과 ‘양심’과 같은 인품이라고 밝히고, 이는 삼위일체론의 ‘성자’에 빗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이 사제로서 50년간 봉직하면서 ‘청빈’과 ‘양심’을 자신을 지탱하는 양 축으로 삼았다”며 이 중 ‘청빈’은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채근’이었고 ‘양심’은 ‘국가와 민족의 현실에 대한 책무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추기경은 양심의 몫을 다하기 위해 인혁당 사건의 은폐 조작을 파헤친 정의구현사제단을 지지하고 유신헌법을 거부한 지학순 주교를 존경하는 등, 민주화를 위해 애썼다고 밝혔다.

둘째로 이 교수는 김 추기경이 추구한 ‘일치’와 ‘공동선’의 가치를 성령론적 시각에서 조명했다. 이 교수는 김 추기경이 군사독재와 유신체제, 계층갈등과 지역갈등, 더 나아가 기독교 종파 간의 갈등 가운데서 그리스도교는 갈등을 치유하며 일치와 공동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이는 김 추기경의 ‘성령’에 대한 이해와 관련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이 가장 많이 인용한 성경구절 중 하나인 ‘…우리가 하나인 것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소서’(요한복음 17장 11절)는 성령이 하시는 일을 언급한 구절이라며, 김 추기경은 “하나됨은 성령의 역사로 인한 것이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추경이 생전에 추진했던 ‘성체대회’도 성령에 대한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셋째로 이 교수는 김 추기경이 아시아에서 어떻게 에큐메니컬 활동을 전개했는가를 살펴보고, 그의 이러한 활동이 ‘하느님 이해’(성부 이해)에 근거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김 추기경은 “(한국이라는) 국가와 민족의 지평에만 머무르지 않았고, 아시아까지 내다봤다.” 2차 공의회 이후에 보여지는 김 추기경의 사상과 행동이 아시아 주교협의회와 맥을 같이 하는 데서 이러한 점이 엿보인다는 것. 또 “김 추기경은 한국 및 아시아의 가톨릭교회가 그들 문화와 동화된 가톨릭교회 이미지를 창출하지 못한 채 로마보다 오히려 더 로마적인 가톨릭교회로 되는 것을 우려할 만큼 ‘아시아성’에 대한 자각을 분명히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 추기경의 이러한 신념에서 가톨릭신학의 ‘신적 포괄주의’가 엿보인다고 피력했다. ‘가톨릭’(Catholic)이라는 말 자체에 내포된 의의인 ‘온갖 차이와 차별을 초월하여 온 우주를 품는 포괄주의’가 아시아의 가톨릭교회를 서구 가톨릭교회에 종속시키지 않고 그 자체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가진 교회로 바라보는 김 추기경의 시각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발제를 마치며 “삼위일체론에 입각하여 추기경의 에큐메니컬 신학을 정리해 보았는데, 추기경께서 이런 도식 하에 자신을 신학을 펼쳤는지는 확신이 없으나 조직신학자인 필자의 눈에는 상술한 구조로 추기경의 삶과 사상이 보여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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