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교수, 삭개오작은교회 담임목사) ⓒ이지수 기자 |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가 “하나님의 나라는 다차원적(多次元的)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요지의 강의를 23일 갈릴리복음성서학당에서 전했다. 갈릴리복음성서학당은 김 교수가 담임하는 삭개오작은교회에서 열리는 신학강좌로 이번에 제3회를 맞았다.
이번 강좌에서 김경재 교수는 “한국교회의 많은 신도들이 ‘저마다의 하나님나라 이해’에 빠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개 3가지의 이해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는 ▲사후에 가는 하늘나라를 하나님나라라고 여기는 경우 ▲마음의 평강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나라 ▲지상에 정의와 휴머니즘이 꽃피는 것이 하나님나라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김경재 교수는 “이 중 어느 하나만을 하나님나라의 전부라고 여긴다면 기독교 신앙이 올바로 성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적 성향이 짙은 교회에서 가르치듯 ‘현실세계는 천국을 향해 나아가는 도상의 여관집이며 마침내는 폐기될 시한적 피조물’이라고 볼 경우 “현실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 사랑이 사라져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으며, 대개 5가지 차원에서 하나님나라를 체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5가지는 ▲개인의 실존적 내면에 임하는 하나님나라 ▲공동체 안에 임하는 하나님나라 ▲자연생태계 안에 임하는 하나님나라 ▲사후에 체험하는 하나님나라 ▲우주적 종말사건으로 실현되는 하나님나라다.
먼저 ▲개인의 실존적 내면에 임하는 하나님나라는 “’마음이 깨끗한 자들’이 자유, 평강, 기쁨, 은혜의 충만을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뒷받침하는 성구는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는 누가복음 17장 21절 등.
둘째로 ▲공동체 안에 임하는 하나님나라란, 신앙공동체와 인간공동체 안에 인애와 공의, 샬롬이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기독교가 현실을 방기하는 개인 신비주의 종교가 아니라며, “성서에 기초한 기독교는 사회공동체 안에 정의, 자유, 평등, 박애, 생명존중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성구는 아모스 5장 24절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등.
셋째로 ▲자연생태계 안에 임하는 하나님나라는 ‘미래’보다 ‘현실’에 초점을 둔 이해다. 김 교수는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역사의 미래 전망에 주목했다. 그 결과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했다고 지적되고 있다”며, 호세아 2장 21절~22절처럼 “인간만이 아니라 피조물의 신음이 그치는 것” 또한 온전한 하나님나라가 갖추어야 할 한 요소라고 말했다.
넷째로 ▲사후에 체험하는 하나님나라란 “의인들과 성도들이 죽음과 동시에 맞게 되는 ‘영광의 하늘’(coelum gloriae)”로서, 신도들이 흔히 ‘천국’ 혹은 ‘하늘나라’라고 부르는 차원의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덧붙여 이러한 차원의 하나님나라는 “문자적으로 보아 창공 저 어딘가에 있는 곳이라기보다, 영광의 빛 가운데서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현존을 더 가까이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도들이 죽음과 동시에 하늘에 속한 ‘신령한 몸’(육체가 아닌 영체)으로 덧입혀지는 변화를 받아 만물의 보편적 갱신의 때, 곧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뤄지는 때까지 ‘영광의 하늘’에 존재한다는 것이 오늘날 기독교의 대체적인 고백이며, 이러한 사후 세계를 체험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에 의한 은총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주적 종말사건으로 실현되는 하나님나라에 대해 말했다. 이는 역사의 오메가에 실현될 하나님나라를 뜻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차원의 하나님나라에서 주목할 것은 ‘처음 하늘과 땅의 폐기’가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으로의 창조적 변형’이라고 강조하고, “이 세계 안에서 만물은 하나님의 영광의 빛으로 스며들며, 더 긴밀한 사귐과 사랑의 통교가 일어나며, 모든 소외가 극복되고 생명충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