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수십 년만에 재회한 이산가족들이 역사의 한을 고스란히 눈물로 표출했던 26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독교통일학회’(회장 주도홍)는 학술포럼을 열고 통일을 위한 한국 기독교의 역할을 모색했다.
▲26일 기독교통일학회 학술포럼 ⓒ이지수 기자 |
기독교통일학회는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보수와 진보를 뛰어 넘어 협력해야 한다는 데 뜻을 두고 2006년 창립된 학술단체로서 길자연, 김명혁, 박종화, 오정현 목사 등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신학대 교수뿐만 아니라 일반대학교의 기독교 교수들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제성호 교수(중앙대 법대), 정지웅 박사(통일미래사회연구소장), 김병로 박사(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발제를 통해 현 시점에서의 적절한 대북 제스처는 무엇인가를 발표했다. 특히 제성호 교수와 정지웅 박사는 한국교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 또는 ‘북한주민의 인권 문제’ 중 어느 하나에만 치우쳐서는 안 되며 두 현안 모두를 다루는 것이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인권문제 침묵은 ‘비도덕적’”
제성호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북한의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을 말할 경우 남북관계가 경색된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이것은 할 말을 하는 것이지 적대적인 관계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또 우리가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데 대한 수혜는 주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인권을 얘기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전면적으로 뒤틀린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제 교수는 기독교 NGO들이 인권문제에 목소리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독교 NGO들이 인도적 지원에 주력하고 인권문제는 ‘정부가 맡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특히 진보적 성향의 교회가 이 문제에 소극적인 데 대해 “원래 인권문제는 진보의 몫인데 어떨 땐 한국의 진보와 보수가 뒤바뀌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인도적 지원과 인권문제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정지웅 박사는 ‘인권문제를 말하되, 정부와 민간이 따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이산가족조차 만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정부는 민간의 대북 인권운동은 지원하되 유엔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발의하는 등의 과감한 액션은 자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반면 민간은 외국의 정부나 민간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문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적 지원-인권문제 지적 함께 가야”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강조한 제성호 박사는 인도적 지원도 인권문제와 직결돼 있다며,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제 박사는 “북한 주민이 헐벗고 굶주린 것은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기본적인 인권문제”라며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 곧 인권 실현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제성호 박사는 또 식량이 군부에게 돌아가면 ‘군사지원’이 되므로 모니터링에 철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지웅 박사 또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며 인도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군부 등 정권에 식량의 일부가 돌아가는 것은 ‘사회의 핵심계층부터 지원을 주는 당연한 상식’으로 봐야 한다며 제 박사와 차이를 보였다.
정 박사는 인도적 지원이 통일에 대비한 전략적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이나 민주화 요구는 경제성장과 시민사회의 성장에 기초한다는 것이 정치발전론의 정설”이라며 이에 경제수준을 향상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대북지원과 남북경협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북·중 관계가 유착되고 이는 (남북) 통일에 결정적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