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한국 유치와 관련, 국내 보수 교단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어 교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예장합동은 얼마 전 총회에서 WCC 유치에 대한 신앙과 신학의 변질을 우려하며 보수 복음주의의 연합과 결집의 필요성을 공론화했으며 같은 보수 계열의 예장고려 총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총회에서 WCC 한국 유치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예장합동은 ‘세계 개혁주의 보수교단협의회를 조직 및 세계대회 개최의 건’이란 헌의안을 논의했고, 이를 만장일치로 가결, 2013년 WCC 총회에 상응하는 보수교계 결집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WCC의 신앙·신학적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교회 신앙의 변질을 우려했다. 참석한 총대들 중 일부는 반(反)WCC 입장을 견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WCC의 신학이나 신앙이 한국교회의 정통신학을 변질시킬까 우려하는 입장을 보였다.
예장 고려는 한국교회가 WCC 제10차 총회를 유치하게 된 것에 성명서를 통해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한다”며 “WCC는 기독교 이름을 가장하고, 공존, 평화, 환경, 인권, 하나됨(일치) 등의 모토를 사용하여 정통 기독교를 저해하는 이른 바 反성경, 反기독, 反교회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제시했다.
이들이 발표한 WCC 반대와 투쟁 사유에 따르면 첫째, WCC는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 기독교만이 아니라 타종교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기 때문이었고, 둘째, WCC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인간이 저술한 하나의 역사책이라는 인본주의 성경관을 주장하기 때문이었다.
또 셋째, WCC는 ‘영혼 구원’이 아닌 정치적 해방과 경제적 착취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악으로부터의 해방이 구원이라는 세속적 구원론을 주장하기 때문이었으며 넷째, WCC는 각 종교에 나타난 영적 능력과 신비를 동일한 성령의 역사로 보는 범신론적 종교 혼합주의를 주장하기 때문이었다.
이밖에도 ▲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근거로, ‘복음전파’를 금할 뿐 아니라, 각 종교간의 대화를 통해 각자 자기 종교를 잘 믿으면 된다는 선교 무용론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 WCC는 사회주의운동, 공산주의운동, 인권운동, 민주화운동 등에 주력해온 기독교 이름의 정치 단체이기 때문이다 등을 들어 WCC 한국 유치 반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WCC에 반대하는 보수 교계 결집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예장고려는 성명서에서 한국교회 보수교단들을 향해 “진리를 사랑하고, WCC의 모든 어둠의 불의들에서 주님의 교회를 지키기를 원하는 한국의 모든 보수교단들은 이 일에 공동으로 제휴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WCC 한국(부산)총회개최반대투쟁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위원장에는 보수 교단의 지도자로 알려진 경향교회 원로 석원태 목사가 추대됐다.
WCC 총회 유치는 NCCK 회원 교단. 그 중에서도 예장통합이 구심적 역할을 해 21세기 초 한국교회가 힘겹게 거둬들인 수확이었다. 세계교회라는 무대에서 한국교회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지만, 예장합동, 고려 등으로 이어지는 이 같은 보수 교계의 결집이 자칫 반쪽자리 WCC 유치를 낳을까 우려되고 있다.
당초 WCC 유치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유치위원들은 보수 교단으로 아직 WCC에 회원권을 두지 않은 오순절교회와도 연대해 한국교회 전체가 WCC 유치에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WCC 총회를 유치를 확정한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보수 교단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