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기독교는 오늘을 위한 것' |
기도하며 노동하는 공동체 ‘예수원’을 이끌었던 대천덕 신부(1918~2002)가 1960년대 성 미가엘신학원(현 성공회대)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강의한 내용이 도서 ‘기독교는 오늘을 위한 것’(홍성사)으로 개정발간됐다.
대천덕 신부는 1957년 한국에 와 2002년 타계할 때까지 한국에 살았다. 그는 1918년 중국 산둥성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중국과 한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후 미국으로 건너가 데이비슨 대학교, 프린스턴 신학교 등에서 수학하고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았다.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은,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성 미가엘신학원의 재건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다.
한국에서 그는 신학원 원장으로 일하다 1964년 원장직을 사임하고 뜻을 같이 하는 몇몇 동역자들 및 아내와 함께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척박한 땅 강원도 태백에 노동과 기도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예수원’ 공동체를 설립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신앙의 세례를 받고 장로교와 성공회를 두루 섭렵한 그의 정신세계는 자유로웠다. 신앙은 ‘보수주의자’처럼 하되 실천은 ‘진보주의자’처럼 해야 한다는 개혁가이기도 했다. 그의 눈에 40여 년 전의 한국은 지나치게 보수화되어 있었다. 그는 글에서 “한국의 기독교가 극단적인 탈속주의로 굴러 떨어질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며 “세상은 산산조각 나고 있건만 전혀 항변하지 않고, 사회윤리에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방치하면서 개인 구원만을 얻으려는 태도”를 우려했다.
또 한국의 ‘은사주의 기독교’는 한국문화의 한 주류를 이루는 광범위한 샤머니즘과 관련하여 위장된 샤머니즘의 한 형태로 변질된 우려가 있다며, 기독교에서 ‘권능’은 ‘자기희생적 권능’이었고 그리스도의 권능은 십자가로 나아가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외침은 40년이 지난 오늘의 기독교에도 유효한 듯 보인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살아계신 하나님’에서는 십자가, 성령, 하나님나라 등 기독교의 기본 진리를 설명하고, 2부 ‘다스리시는 하나님’에서는 과학과 기독교, 마르크시즘과 기독교, 성경적 경제원리, 세계의 빈곤문제, 그리스도인의 경제윤리와 같은 주제를 다룬다. ‘사회참여’를 중시하는 대천덕 신부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3부 ‘일하시는 하나님’에서는 한국교회의 사명 등을 심도 있게 다룬다.
총 271쪽 ㅣ 1만 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