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 ⓒ베리타스 DB |
“아직까지 이 문제를 다뤄야 하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한국교회의 미래가 없습니다.”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가 한국교회의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을 꼬집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7일 삭개오작은교회에서 열린 ‘제3회 갈릴리복음성서학당 4강’에서 ‘한국교회의 아킬레스건은 성서해석의 문자주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전하며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의 폐해를 설명하고, 이를 극복할 때만이 한국교회의 갱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자주의적 성서해석, ‘신성함을 빙자한 영적 오만’
김경재 교수는 “성경만큼 값진 책은 인류역사상 없었다”고 성경이 갖는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성경이 주는 영적 양식은 인류가 수만 년 동안 먹어도 모자람이 없고, 성경을 끊임 없이 읽다 보면 말씀이 주는 활력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일을 2가지 꼽으라면 ‘한글 창제’와 ‘성경 한글 번역’일 것이라며 성경이 한민족에게 주는 의의를 강조하고, 19세기 성경이 한글로 번역된 이후 수많은 이들이 성경을 읽고 힘을 얻어 한국의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한국교회는 오히려 성경이 그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성경 자체가 문자가 아니라 성경을 보는 눈이 ‘문자주의’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특히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곳에서 ‘복음주의적 신앙과 신학’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기독교 복음을 유폐시키고 있는데, 이는 신성함을 빙자한 영적인 오만과 기만, 태만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이 가져온 폐해
김경재 교수는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의 ‘시대착오성’을 지적하고 이로 말미암은 폐해를 나열했다.
첫째,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이 인간 이성의 능력을 제한한 데 대한 폐해다. 17~18세기에 인간 이성의 중요성을 주창한 계몽주의가 신학에 갖는 의의는 “하나님이 인간 내면에 심어주신 이성의 빛을 환히 비추어 우리 삶의 터무니 없는 관습과 권위를 타파하고, 복음이라는 진주에 묻어 있는 먼지를 이성(성서비평)을 통해 털어내어 복음의 진수를 뚜렷이 드러내자는 것”이었는데, 신학자들이 계몽주의라는 시대정신을 활용하여 기독교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능력이 없자 아예 이성의 의의마저 무효화 해버렸다. 이러한 태도는 ▲’신적 계시’를 빙자한 교리적 독단주의를 낳고 ▲이성과 합리에 근거한 현대인들의 진리 탐구를 첫 걸음부터 단절시킨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둘째, 자연과학과 신학 간의 불필요한 갈등 초래다. 김 교수는 “문자주의는 성경의 모든 내용이 문자적으로 계시된 진리라고 믿는 도그마 때문에 현대과학과 불필요한 대립을 자초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은 구원의 길을 가르쳐주는 ‘종교서적’이지 과학적인 것까지 다루는 ‘만물백과사전’이 아니다”며 성경문자주의자들이 성경을 근거로 진화론을 부정하거나, 지구사를 1만년 이내로 계산하는 것은 ‘지성의 침묵과 왜곡을 강요하는 정신적 테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밖에 김경재 교수는 19세기 역사주의에 비추어 “성경 또는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가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상숭배적이며, 절대를 말하자면 오직 하나님만이 절대적”이라며 성경 자체의 절대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성경의 기자가 의도했던 대로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자가 성경을 기록할 당시 함께 했던 진리의 영이 동일하게 임해야 가능하다던 칼빈의 ‘성령의 내적 조명’을 설명하며, “결국 계몽주의적인 성서비평 역시 궁극적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계해야 할 4가지 성서해석의 유형
김경재 교수는 경계해야 할 4가지 성서해석의 유형을 정리하며 강연을 마쳤다. 4가지는 첫째, 성경의 문자적 무오류성을 강조하면서 성경을 ‘완전무결한 대백과사전’이라고 보는 문자영감설이다. 둘째, 성경이 쓰여졌던 당시의 시대적 정황을 무시하고 특정 구절을 일반화함으로 교리적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태도다.
이와 함께 성경의 본래 가치마저 퇴색시키는 자유주의 신학도 경계해야 한다며, 셋째 “성서기자들의 영감이나 계시체험, 구원진리증언을 간과하는 인본주의적 자유주의 신학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 눈에 보이는 세계가 다가 아니라는 ‘창조세계의 다차원적 실재’를 인정하지 않고 근대자연과학의 ‘인과율 법칙세계’에만 갇혀서 ‘영적 실재’를 무시하려는 독단적 과학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