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현행 역사교과서, 기독교 역할 축소 반영돼

<2007 개정교육과정> 역사부분 수정을 위한 공청회

현행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 서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8일 오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2007 개정교육과정> 역사부분 수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한국교회역사바로알리기운동본부 전문위원장)는 주제 발표에서 현행 역사교과서에서 기독교가 타 종교에 비해 폄하되어 기술되고 있음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명수 교수는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기독교 역사가들은 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서술을 연구하였다”며 “그 결과 기독교 서술은 타 종교에 비하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되어 왔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폄하되어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역사교과서는 기독교서술을 위하여 단 하나의 독립된 항목도 할애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관해서 박 교수는 종교를 다룸에 있어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에 비해 민속을 중심으로 한 마을제사에 지나치게 많은 양이 할애되어 기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5학년 2학기 교과서 125쪽을 자료로 제시한 박 교수는 “여기에 비해(마을제사가 다뤄지는 것에)한국의 대표적인 종교에 대해서는 각각 반 쪽씩을 할애하고 있다”며 “특별히 기독교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하여 '크리스트 교'라는 항목에서 함께 취급하여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동 교과서 137쪽을 들어 박 교수는 고사 지내는 문제를 놓고, 기독교와 비기독교 학생들 간 논쟁하는 장면을 실어 자칫 기독교가 편협한 종교로 비춰지게 했다고도 지적했다.

중학교 교과서와 고등학교 교과서에선 특히 민족의 자긍심을 보여준 3.1 운동의 역사 중 개신교의 기여도가 축소된 점을 지적했다. 중학교 교과서인 『중학교국사』 중 289∼290쪽엔 근대사회에 들어 종교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는 대종교, 천도교,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를 골고루 다루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천주교와 개신교에서도 일찍부터 사회사업과 민중계몽에 힘써왔는데, 특히 일제가 강요하는 신사참배에 항거하여 많은 교회지도자들이 투옥되는 희생을 당하였다. 기독교는 천도교와 함께 3.1 독립선언을 주도하였고, 3.1운동을 지방으로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에 박 교수는 “여기서 말하는 기독교가 천주교를 말하는 것인지, 개신교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다 포함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며 “그러나 한국 종교 중 신사참배를 강하게 반대한 것은 선교사의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기독교(개신교)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 출간된 『한국 기독교의 역사 Ⅱ』의 내용을 발췌해 “천주교인은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사람도 없었고, 신자들 가운데 참여한 사람도 매우 적었다”며 “3.1 운동 관련 수감자의 종교별 현황을 보면 천도교 1,363명(15%), 불교 106명(1.2%), 기독교 1,983명(21.89%), 천주교 53명(0.59%), 무종교 5,468명(60.6%)이었다. 이것은 기독교의 참여가 매우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마찬가지로 3.1 운동의 기술 부분 중 기독교의 축소 현상은 두드러졌다. 박명수 교수는 “기독교에 대한 왜곡 축소현상은 3.1 운동을 기술하는 데서 더욱 잘 나타나 있다”며 “현행 국사교과서는 3.1 운동을 천도교가 주도하였다고 말하면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연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한 가지 고등학교 교과서인 『고등학교 국사』(321쪽) 중 종교를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 박 교수는 “기독교가 제대로 소개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가 지적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개항 이후 종교계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서양종교의 포교가 자유스러워진 점이다. 천주교는 1860년 프랑스와 수교한 이후 선교의 자유를 얻어 포교활동을 전개하였고, 개신교는 1880년대에 서양선교사의 입국을 계기로 교세를 넓혀갔다. 동학은 3대 교주인 손병희 때 친일 세력을 내쫓고 천도교로 개편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리고 단군신앙을 기반으로 대종교가 창시되어 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유교에서는 박은식이 유교구신론을 제창하면서 근대교육과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하였고, 불교에서는 한용운이 불교 유신론을 내세우면서 불교혁신과 자주성 회복을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에 박명수 교수는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행한 것은 단지 교세를 넓힌 것이며 다른 종교는 민족운동, 계몽운동, 교육운동에 앞장선 것으로 나와 있다”며 “하지만 기독교도 어느 종교 못지 않게 계몽, 교육운동에 앞장서 왔다. 이런 식의 기독교 기술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역사교과서에서 여러 종교들 중 유독 기독교의 활동상이 축소되어 나타난 경향들을 지적한 박 교수는 “기독교는 지금까지 외래종교라고 하여 보이지 않게 배척을 받아 왔다. 기독교신자들은 마을 축제에서 강제적으로 제사에 참여할 것을 강요받기도 했다. 요즈음에는 학교에서 드리는 고사에 참여하도록 강요받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근본적으로 다종교사회이며, 기독교인들도 자신들의 신앙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기독교신자들이 다른 종교들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하지만 같은 논리로 전통종교가 기독교인들에게 자신들의 신앙을 강요한다면 그것도 잘못이다”라고 전하며 발제를 마쳤다.

박 교수의 발제가 끝나자 △ 종교학적인 측면 △ 한국사적인 측면 △ 기독교역사적인 측면 △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 각각 고병철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와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 안종철 교수(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 이은선 교수(안양대학교 기독교문화학과), 박재정 교수(경신고등학교 역사교사) 등의 논평이 이어졌다.

고병철 교수는 “향후 기독교 서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종합적, 지속적으로 제시하려면, 교육 목표의 설정, 한국사 이해의 태도, 다른 종교 관련 서술 등을 동시에 고민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안종철 교수는 “국사교과서가 근현대사를 다루는 비중이 전근대에 비해 아직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러므로 개신교에 대한 서술이 차지할 공간은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은선 교수는 “이러한 논의가 오늘의 여러 시각을 가진 논평자들의 논의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개진되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의 논의와 토론을 거치면서 한국기독교가 한 역할에 대해 좀 더 넓은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상호공감하는 역사서술이 이루어져야 하겠다”고 전했고, 마지막으로 박재정 교사는 “불교와 유교는 여러 단원에 걸쳐 언급하고 있는데 유독히 근현사회 단원에서만 '특정종교에 편향이 없도록 서술할 것'이라는 지침이 있어 기독교에 대한 서술을 하기 힘들게 정해놓았다”며 “논자가 이야기하듯 고려 시대가 불교 중심으로, 조선 시대가 유교중심으로 서술할 수밖에 없듯이 근대사회에서도 기독교 역할은 분명히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교회역사바로알리기운동본부·한국교회사학회가 주관한 이번 공청회에는 NCCK 권오성 총무도 참석, 축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공청회를 후원한 단체들은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국회조찬기도회, 한국기독교학회,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한국기독정치연구소, 국제정경리더십연구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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