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장현 교수(한신대 조직신학) |
류장현 교수(한신대 조직신학)가 9일 향린교회에서 열린 한국민중신학회(회장 노정선) 정기세미나에서 국내 이주노동자 및 이주여성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시각이 필요하다며, ‘민중신학적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떠돌이 민중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주창해 관심을 모았다.
‘떠돌이 민중신학’이라는 명칭은 문동환의 ‘떠돌이 신학’에서 따온 것으로, 류 교수는 “그들의 정착여부(떠돌이)와 사회경제적 성격(민중)을 고려하여 ‘떠돌이 민중’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문제가 한국사회의 다문화화와 관련해 거대 담론으로 떠오르면서 이미 한국 신학계에서도 이 문제를 활발하게 다루고 있으나, 류 교수는 “기존의 연구들은 ‘떠돌이 민중의 본질적 문제를 간과했거나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의 연구에는 ▲성서적 해석 ▲구속사적 해석 ▲선교적 해석 등 크게 3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류 교수는 ‘민중신학적 관점’에 근거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연구는 기존의 연구보다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떠돌이 민중’을 ‘사회적 소수’ 또는 ‘관심의 대상’으로만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이들을 하나님나라 운동의 주역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떠돌이 민중에 대한 3가지 관점을 제시하고, 이를 “민중신학적 관점에서 본 떠돌이 민중에 대한 새로운 이해”라고 말했다.
3가지는 첫째, 떠돌이 민중을 ‘예수운동의 주역’으로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 류 교수는 “구약에 나타난 이주민 관련 용어나 법전을 분석함으로 그들의 정체성과 인권을 주장하는 기존의 성서적 해석은 떠돌이 민중을 관심과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길뿐 역사의 주체로 세우지 못했다”며 “그러나 구약과 달리 신약에서는 그들이 예수와 함께 하나님 나라의 운동을 도모했던 주역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둘째, 구원의 대상에서 구원의 주체로 시각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기존의 구속사적 해석에서 민중은 ‘선각자에게 의존하는 구원의 대상’이며 ‘예수와 주객의 관계에 있다’고 그 한계를 지적하며, 민중이 ‘예수와 함께 하나님나라를 이루어 나가는 파트너’로서 조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을 구원할 힘이 민중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아니라, 민중 또한 (다른 이들처럼) 성령의 역사를 통해 타인의 구원할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민중을 '선교의 대상'이 아닌 '복음의 증언자'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한국교회가 이주노동자들을 처음에는 ‘개종의 대상’으로만 여겼지만, 최근에 시각의 전환을 체험하면서 이들을 선교사로 양육하여 본국으로 파송하고 있다며 이는 “떠돌이 민중을 통해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파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교회에서 전수 받은 선교의 방법이 ‘칭의론에 근거하여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는 데 한정되어 있다며, 이는 선교사로 세움 받은 떠돌이 민중이 그들에 의해 양육 받을 또 다른 민중을 ‘선교의 대상’으로만 여기게 될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진정한 선교는 예수가 갈릴리에서 행한 민중선교”라며 “그것은 선교사와 선교대상을 주객으로 분리하는 보호주의 선교가 아니라 ‘함께’ 하나님의 정의가 넘치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운동”이라며 이러한 패러다임에 근거한 민중선교가 떠돌이 민중에 의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