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배 교수(숭실대 기독교윤리) |
숭실대에서 기독교윤리를 가르치고 있는 이혁배 교수(사진)가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담론을 폈다. 계간지 <신학사상> 최근호에 게재한 연구논문 ‘한국교회의 행태와 전망, 그리고 과제’에서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교회의 4가지 문제로 친미반공주의, 배타주의, 권위주의, 물량주의를 꼽는 일반적 견해를 제시하는 한편, 이것들이 가져올 변화를 예견하면서는 몇 가지 신선한 주장을 펼쳤다.
먼저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배타주의, 권위주의 등을 견지하여 대사회적 이미지가 약화됨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교회는 ‘소형교회’라고 전망했다. 중대형교회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인적 자원,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개신교의 대사회적 이미지 악화란 불리한 여건을 어렵지 않게 뚫고 나갈 수 있지만, 소형교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더구나 소형교회 신도들은 목회자들이 추구하는 교회성장이 실현되지 않아 경제적이고 심리적인 부담이 가중될 경우 중대형교회로 수평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실제로 이런 현상은 현실화되고 있다”며 “요즘 중대형교회에 새로 등록하는 이들의 절대다수가 비신자가 아니라 교회를 다닌 경험이 있는 기신자들”이라고 뒷받침했다.
둘째로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물량주의’를 계속해서 지향할 경우 신자들이 ‘지쳐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신자유주의적인 원리가 확산되면서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경쟁에 지쳐 있다. 이런 정황에서 교회마저도 양적 확대를 위해 경쟁 일변도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신도들의 이탈행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교회를 향해 대중이 기대하는 가치는 경쟁과 제압이 아닌 연대와 배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사회의 소비문화가 심화됨에 따라 교회 내에 생겨날 변화를 전망하며, 신도들이 목회자들에게 바라는 ‘경건 기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문화에 포획된 신도들은 과거보다 더 물질지향적으로 변하기 쉬운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교회 안에서는 절제되고 금욕적인 생활을 동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목회자들의 거룩한 이미지를 이전보다 더 많이 희구하고, 목회자의 성스러운 삶에 만족하려는 성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신도들의 이러한 요구에 목회자들이 ‘우리도 연약한 인간’이라는 식의 ‘방어논리’를 내세우며 신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목회자의 리더십은 지금보다 더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소비사회로의 전이가 초래하는 또 하나의 변화는 여가산업이 교회가 수행해 왔던 기능을 대체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이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대중들은 각종 편의를 누리고 여가를 즐기는 생활양식을 지니게 되었으며, 여가에 대한 대중들의 이러한 관심은 교회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며, “왜냐하면 여가는 종교의 기능적 대체물(functional alternatives)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 안에서 구성원들의 긴장처리를 담당하는 주요한 제도는 종교와 여가인데, 이러한 맥락에서 종교와 여가는 경쟁관계에 높여 있다는 설명이다.
논문을 마무리하며 이 교수는 개신교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1등 종교’로서의 입지는 오랜 시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이는 개신교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변화에 대한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