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상 교수(장신대, 기독교윤리학) ⓒ이지수 기자 |
“인문학만의 인문학이 되어버려 오늘날 인문학이 ‘위기’라고 합니다. 신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통하지 않는 신학은 외면당하고 말 것입니다.”
노영상 교수(장신대, 기독교윤리학)가 인문학의 퇴조 원인과 대안을 분석하고, 이에 비추어 한국 신학계가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16일 대전 침신대에서 열린 ‘한국기독학회 제 38차 정기학술대회’ 주제발표 ‘신인문학이 오늘의 한국신학에 주는 의미와 문화적 실천신학의 제기’에서다.
“인문학의 위기에서 신학의 위기 본다”
“인문학의 위기에서 신학의 위기를 본다”는 노 교수는, 인문학이 위기에 처한 이유부터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인문학은 “신자유주의의 만연에 따라 돈벌이되지 않는 학문쯤으로 전락했고, 타 학문과의 소통 없는 연구 풍토로 인해 세상과 더 멀어졌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도 있었다. 한정된 담론에 의거하여 인간의 보편적 본질을 간추려내기 어렵고, “신(神)의 초월적인 면을 배제하고 인간의 능력에 의존해서만 인간 환경을 개선하려는 낙관론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문학의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신인문학”
이에 인문학에서는 여러 방면으로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데, 이는 크게 ▲응용인문학(applied humanities) ▲표현인문학(expressive humanities) ▲문화인문학(cultural humanities)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응용인문학’은 인문학과 타 학문 간의 만남을 통해 ‘제 3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인문학과 과학이 만난 ‘테크노인문학’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작업에는 과학 기술, 마케팅 기술, 인문학적 기획력, 예술적 감수성 등이 요구된다. ‘표현인문학’은 문화 표현의 주체를 다양화하고 그 방법 또한 다각화하여, 문화 표현의 ‘개인성’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표현의 공동체적 통합’을 구현한다는 것. ‘문화인문학’은 문화의 범위를 ‘문화 전반’으로 확장시키는 시각을 제공한다.
신인문학의 견지에서 신학이 나아갈 길 모색
이어 노 교수는 응용인문학, 표현인문학, 문화인문학 등 ‘신인문학’의 견지에서 오늘날 한국의 신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응용인문학’의 견지에서 그는 ‘실천신학’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근래의 실천신학자들이 이미 주장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노 교수는 “과거엔 실천신학의 범주를 예배학, 선교학, 기독교교육학 등에 한정시켰으나, 브라우닝(Don S. Browning)과 같은 근래의 실천신학자들은 전 신학이 실천 지향적이어야 함을 강조하며 과거의 실천신학 범주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학의 ‘실천성’은 강조될수록 좋다며, 신학대학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의 50% 이상이 실천신학에 안배되고, 신학대 수업이 강의 위주에서 워크샵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표현인문학’의 견지에서, 다양한 표현 채널을 활용한 신학교육이 신학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강의 위주에서 탈피해 워크샵 위주로 교육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교회에서 사용되는 성경공부 교재를 직접 만들어보고, 중요한 신학적 논점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내보는 등 다각도의 작업을 통해 학습 내용을 더욱 확증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교육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각 신학대에 출판사, 공연연습실, 방송스튜디오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문화인문학’의 견지에서 노 교수는 신학이 다양한 학문과의 만남을 시도할 것을 주장했다. 신학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에 대한 적확한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며, 이에 신학대는 “모든 분야를 섭렵하지는 못하더라도 철학 및 종교철학, 종교학, 종교사회학, 심리학, 윤리학, 문화인류학, 정치경제학 등에 대한 주요 논점은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적 실천신학’의 제기
마지막으로 노 교수는 자신의 이러한 주장을 ‘문화적 실천신학’이라고 명명하며 “실천성과 문화적 성찰을 강조한 ‘문화적 실천신학’이 한국신학의 실천성과 실용성 제고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