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의 역사, 12개의 지학회, 2,000여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최종진 서울신대 교수)가 16-17일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서 ‘21세기 한국문화와 기독교’를 주제로 제 38차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기독교학회가 정기학술대회 주제로 ‘문화’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회는 21세기 한국을 ‘문화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 가운데 한국 기독교의 자리와 역할을 모색했다.
▲한국기독교학회 제 38차 정기학술대회가 '21세기 한국문화와 기독교'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지수 기자 |
신학자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침신대 대강당에서 개회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대회는 시작됐다. 설교를 맡은 김삼환 목사(NCCK 회장, 명성교회)는 “아무리 새로운 문화와 예술, 과학이 발전된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준다 한들 그것은 진정한 구원이 될 수 없다”며 “겉으로는 빛나 보이는 이 시대가 사실은 패역과 패망의 시대라는 진단과 함께 한국 신학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장상 민주당 최고위원(전 이화여대 총장)이 “국회의원의 47%가 크리스천인데 누구도 국회를 기독교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 교회와 신학이 얼마나 훌륭한 꼴을 먹이고 있는가를 반성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3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학술발표회의 첫 테잎은 장신대 노영상 교수(기독교윤리)가 끊었다. 그는 ‘문화적 실천신학’(Cultural Practical Theology)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신학을 제시했다.
노 교수는 과거엔 ‘실천신학’의 범위가 선교학, 예배학, 기독교육학 등에 한정됐으나, 21세기 문화의 시대에는 교회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온 사회’와 공명해야만 유의미한 신학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문화적 총체성 ▲문화적 다양성 ▲실천성에 기반을 둔 ‘문화적 실천신학’을 제시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신학'과 '문화'의 만남이 다각도로 시도되었다. 노영상 교수(장신대, 기독교윤리학)가 '신인문학이 오늘의 한국신학에 주는 의미와 문화적 실천신학의 제기'란 제목으로 주제발표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이 중 ‘문화적 총체성’에 대해 노 교수는 “학문의 한 분야만으로는 인간에 대해 협소한 이해만을 할 수 있는 바, 신학과 총체적 학문 간의 만남이 요구된다”며 “앞으로 신학자들은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에 대한 연구 검토를 통해 인간의 삶과 체험의 내용을 간추려내고, 그로부터 신학적 질문을 추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하고 급변하는 사회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학의 ‘실천성’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며, “신학대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의 50% 이상이 실천신학이어야 하며, 이론신학도 실천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틀 동안 열린 총 28건의 학술발표는 모두 ‘문화’와 ‘신학’의 만남을 시도했다. 한국교회사학회 윤영훈 교수(명지대)는 ‘문화시대의 창의적 그리스도인’, 한국선교신학회 장성배 교수(감신대)는 ‘포스트모던 문화와 소통하는 한국교회의 존재양식 모색’, 한국문화신학회 이찬수 교수(강남대)는 ‘문(文)-화(化), 그리고 적(的)의 논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또 한국의 ‘다인종 문화’, ‘디지털 문화’, ‘대중 문화’, ‘생명 문화’ 상황에서의 기독교 역할이 고찰됐다.
한국기독교학회 최종진 회장은 이번에 ‘21세기 한국문화와 기독교’를 주제로 채택한 배경에 대해 “한국사회는 다문화적 환경으로 급변하고 있으며, 이에 신학적·목회적인 대처법을 찾는 게 시급해졌다”고 밝혔다.
‘구약성서와 21세기 한국문화’를 주제로 발표한 강성열 교수(호남신대)는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 선정이 매우 시의적이었다”며 “이 주제야말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교회의 실상을 21세기 한국문화의 시각에서 진단, 처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표에서 한국 교회 및 신학계가 주목해야 할 주제로 ▲신자유주의 경제에 맞서는 나눔과 섬김의 문화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는 노년층 배려의 문화 ▲생태계 위기에 대응하는 생명?생태문화 ▲다문화의 현실을 수용하는 사회통합의 문화를 제시했다.
‘문화시대의 창의적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발표한 윤영훈 교수(명지대)는 “21세기의 키워드가 문화에 있다는 말은, 교회가 문화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문화 속에서 사명을 찾아야 한다”며 문화 담론의 중요성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