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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설교 아닌 설교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교회 강단에서 설교 아닌 설교를 하는 설교자가 많다. 설교 아닌 설교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과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과 영생에 대한 소망이 설교에서 한 마디도 언급이 없는 설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즉 설교 본문은 물로 신약의 메시지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 설교로서, 구약을 본문으로 하고 구약의 오경과 여타에서 나오는 족장들과 신앙의 영웅 또는 위인들의 이야기가 설교의 전부이고 예수의 이름조차 한 번 나오지 않는 설교가 많다.

어떤 설교자는 이러한 설교 끝에 “예수님도”라고 하면서 예수의 어떤 행위를 참고 삼아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기독교 설교로서는 본말이 전도되었고 선후가 뒤바뀐 설교이다. 즉 기독교의 구원에 관한 메시지가 빠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구약의 족장들과 신앙 위인들의 행적과 믿음을 본보라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니지만 그리스도인들이 마치 그들의 믿음과 행위를 본받아서 구원을 받는 양 열변으로 강조하면서 그들을 본보라는 것은 예수를 믿어서 구원을 받겠다고 나온 신자들에게는 맞지 않는다.

구약의 신앙위인들이나 족장들이 박해와 고난을 이기고 견뎌내기 위하여 싸운 것은 그들이 살아남아 자손을 불리고 지경을 넓혀서 살아가기 위한 것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박해와 고난을 당할 때 예수 그리스도가 당하신 고난을 생각하고 박해자와 원수까지 용서하는 마음으로 자기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이 되며 하나님의 나라가 넓혀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요컨대 구약의 의인(義人) 개념과 신약의 의인 개념이 다르다는 말이다.

또 구약의 믿음은 하나님의 정의(正義)를 더 많이 신뢰하는 것이고 신약의 믿음은 하나님의 사랑에 더 의지하는 것이고 그의 정의는 그의 사랑으로 완성된 것이다. 구약의 종교는 모세의 십계명을 헌장으로 하는 것이고 신약의 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팔복의 설교가 그 헌장이다.

한국교회의 성장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해방 이전 나라 없는 백성이 지상에서 번영과 영화를 누릴 희망이 적어서 내세의 축복을 설득시키는 설교가 먹혀 들어갔으나, 해방 후에는 나라와 땅을 찾아 가지게 되어 이 땅에서 생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그리하여 현세에서의 번영과 부귀와 같은 축복을 지향하는 설교가 필요도 했고 또 환영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해방 후 기독교 신자들이 국가 사회에서 선각자격으로 진취력이 있고 식견이 앞서서 출세와 번영이 빠르기도 했다. 그리하여 한국 기독교인들이 점점 부(富)와 귀(貴)에 입맛이 들었고 설교자들은 교회의 양적 물적 성장의 물결을 타고 기복적인 설교를 많이 하면서 구약의 족장들이 남의 땅을 점령하고 정착하면서 당한 고난과 박해를 하나님을 믿음으로써 극복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도우셨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신약에서 예수나 사도들이 가르친 믿음의 행위는 구약 족장들이 바랐던 보응을 바랐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교회 설교자들은 마땅히 설교에서 신약을 본문으로 하고 구약은 참고로 삼을 것이며, 예수를 본받고 또 사도들을 본받으라고 먼저 설교하고 그 다음 필요하면 족장이나 여호수아를 참고하게 해야 할 것이다.

구약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신자들이 유년주일학교 시절부터 자주 듣던 것이어서 익숙해있는데 설교자들이 그들의 이야기만을 가지고 설교하는 것은 아무리 해석을 달리하는 이야기라도 그것은 성인(成人)이 된 교인들에게 계속 우유를 마시우는 격이다. 이것이 해방 후의 한국교인들의 신앙체질의 약화와 영적 빈약을 만들고, 또 이러한 설교를 즐겨 많이 한 목사들 자신들의 영성도 크지 못하고 목회 실패와 교회 지도력 약화를 가져와 교회분열, 교권싸움, 자리욕심, 싸움으로 얼룩진 한국교회가 된 것이 아닐까?

그리스도교의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의 죽음이 가져다 준 구원을 전하는 것이 되어야 하므로 설교자는 자연히 사람들의 죄와 악을 책망해서 회개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회개한 양심으로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도덕과 행위의 설교도 해야 한다. 그런데 신자들은 죄악과 회개 설교를 자주 듣기 싫어한다. 설교자는 양식 있게 설교의 메뉴를 짜야 할 것이다. 천주교에는 고해성사 제도가 있어서 교인들이 범죄했을 때마다 수시로 신부에게 고해하고 용서를 받아가지고 사죄되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범죄를 거듭하고 또 거듭 사죄를 받게 되면 그것도 폐단이 되어버리는 약점이 있다. 개신교에는 이러한 사죄 제도가 없어서 신자 각자가 죄책감을 가질 때 하나님께 용서를 빌고 자책감과 자중심을 가지고 세상의 생존경쟁 터로 나아가는데, 번영과 부귀를 쟁취하는 곳에서는 죄의식이 약화되고 죄와 타협하기 쉽다. 혹은 신교의 ‘신앙 양심의 자유’라는 사상을 가지고 자기 양심을 판단으로 죄가 될 것도 죄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사도바울의 은혜론을 잘못 이해한 초대교회 신도들 중에 있었던 소위 antinomian(도덕적자유), 즉 율법의 시대는 지나갔다든지 또는 믿음으로 행하는 자를 정죄할 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단히 위험하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사회에서 표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지 않을까?

한국교회 강단의 설교 패턴의 다른 한가지는 성령을 강조하는 설교이다. 어떤 설교자들은 설교에서 예수님 이름이나 교훈 또는 심지어 하나님의 이름도 언급함이 없이 성령만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설교가 신자들에게 은사 이야기와 함께 환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것도 빗나간 설교이다. 우리가 교인들에게 삼위일체교리를 잘 설명해주기 어렵지만 삼위의 하나님이 동시에, 하나되게 역사하는 것을 가르치고 설교해주어야 할 것이다. 성령 단독으로 모든 일을 하시는 듯이 설교하면 성령이 성부와 성자와의 관계가 없는 것 같게 된다. 자칫 성부시대(구약)와 성자시대(신약) 시대는 과거로 지나가버리고 이제는 성령시대라고만 생각하면 이것은 신학적으로 일찍 정죄된 양태론 삼위일체 사상이 되어버린다. 

한국교회가 이제 와서 영성회복을 부르짖으면서 성령강조를 일삼고 있다. 그러나 성령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그리스도교 영성은 구현되지 않으므로, 오직 삼위일체적인 영성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령은 언제나 어디서나 성부와 성자와 함께 또 동시에 하나가 되어 역사하시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태양은 하나이지만 거기에는 빛과 열과 이것들의 근원이 있어서 함께 작동하듯이, 한 하나님 안에는 빛이 되는 성자의 의지(意志)와 열이 되는 성령의 정(情)이 성부의 지혜의 근원에서 나와 일체를 이뤄 언제나 어디서나 함께 역사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온당한 행위도 지, 정, 의 셋의 합작이다.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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