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티칸, 성공회 신자들 쉽게 받아들이기로

교황령 발표... 고유 전례 허용

영국 언론 "분열 막으려는 노력 바티칸에 빼앗겨"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윌리엄 조셉 레바다 추기경/교황청 경신성사성 비서 어거스틴 디노이아 ⓒcatholicnewsagency.com

가톨릭 교회가 지난 화요일 성공회의 전례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면서 사제와 신자들을 가톨릭으로 개종하기 쉽게 하는 교황령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종 신자들을 받아들이는 절차적인 부분을 간소화한 것이다.


윌리엄 레바다(William Levada)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은 BBC를 통해 "가톨릭으로 개종하는데 관심을 보여준 많은 성공회 사제와 신도들의 요청이 있었고, 이번 교황령은 이러한 세계적인 현상에 대한 타당하면서도 필수불가결한 반응"이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과 대화한 바 있는 성공회 관계자들은 사도성을 잇는 하나의 거룩한 그리스도교회로의 가시적인 일치에 대해 충분한 의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레바다 장관은 말했다. "동시에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들의 신앙적 여정에 있어서 성공회의 영성과 예배 전통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전통성공회공동체(TAC, Traditional Anglican Communion)로 알려진 한 그룹은 가톨릭 교회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1990년 캔터베리 대주교로부터 갈라져나간 이 그룹은 전 세계 41개국에 걸쳐 40만 명의 신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에 동참하기로 한 성공회인들은 기존의 성공회 사제들이 담당하는 개인 교구에 소속, 분류된다. 이 모델은 군인 가족에 대한 영적 캐어를 담당하는 가톨릭 군종교구(Catholic military ordinariates : 지리적 경계에 기초를 두고 있지 않은, 교구와 유사한 교회 내의 한 단위)를 본뜬 것이다.


또한 결혼한 성공회 사제와 신학생들은 주교는 될 수 없지만 가톨릭 신부로 인정받으며, 성공회 기도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와 빈센트 니컬스(Vincent Nichols) 가톨릭 웨스트민스터 대주교는 공동 성명을 통해 40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교회 일치에 관한 대화의 결과와, 양측의 노력에 의한 성취로서의 이번 교황령을 확인했다.


교황령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와의 재통합은 새로운 희망의 길을 내며 불확실한 시대의 종식을 가져오고 있다." "가톨릭 교회와 성공회 전통 간의 신앙과 교리, 영성의 실질적인 오버랩에 대한 진보된 합의이다."


"이 긴밀한 협력은 우리가 재통합과 선교협력을 해 가는 가운데, 영국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가운데, 교회 안에서 충분히 함께 성장해감으로써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방침이 성공적인 교회일치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회로부터 개종시키기 위한 가톨릭의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성공회는 여성과 동성애자 사제 서품 문제를 포함한 이슈들로 인해 심각한 분열을 경험한 바 있다.


로마 성공회의 대표인 데이빗 리처드슨(David Richardson) 부감독은 AP를 통해 "내가 묻고 싶은 두 가지 질문은 '왜 이 문제이며,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왜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내게는 여전히 불분명한 채로 남아있다."


"만약 이 결정이 이전의 성공회인들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미 떠난 자들에 관한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내게는 이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의혹이 있다."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는 가톨릭의 신자 가로채기 의혹을 부인하며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황령은, 모든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우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의미에서, 성공회 신자들과 성공회가 가진 유산들을 포함하여 대단히 광범위한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제기하는 의문과 요청들에 대한 응답이다.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나는 이번 결정을 성공회 문제에 대한 교황청의 어떤 특정한 의미의 코멘터리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성공회공동체는 공식 웹사이트(anglicancommunion.org)를 통해 “이번 방침은 가톨릭과 성공회 사이의 교회일치를 위한 대화의 결과”라고 밝혔지만, 영국 언론들은 성공회의 분열을 막으려던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의 노력이 교황청에 ‘선수’를 빼앗겨 타격을 입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성공회는 영국국교회에서 발전하여 세계 전역에 퍼진 교회로서, 16세기 영국에서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아라곤의 캐서린 왕비와 헨리 8세의 이혼을 승인하지 않자 헨리 8세가 가톨릭 교회에 결별을 선언하면서 설립되었다. 선임 주교이자 명목상의 지도자인 캔터베리 대주교에게 다같이 충성하고, 16세기 〈성공회 기도서 Book of Common Prayer〉가 규정하는 교리와 의식에 동의하는 것으로 결속된다. 특유의 자치적인 성격으로 인해 이번 방침에 대한 선택은 다양하게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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