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요한 교수(장신대) ⓒ베리타스 DB |
종교개혁자 칼뱅은 칭의론에 관한 루터의 가르침에 동의했다. 그러나 루터가 율법과 복음을 날카롭게 구별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던 것과는 달리, 칼뱅은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의 율법의 긍정적인 기능을 발견했다. 그에 의하면 ‘율법을 지키는 것’은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이 지켜야 할 도리다.
이러한 ‘율법에의 강조’ 또는 ‘율법을 이행하려는 노력’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필요하다고 현요한 교수(장신대 조직신학)가 21-22일 장신대에서 열린 ‘종교개혁기념 학술강좌’에서 주장했다. 이 학술강좌는 장신대 주관으로 열렸으며 올해로 7회를 맞았다.
‘율법을 이행하려는 노력’은 ‘성화(聖化)의 길을 가려는 노력’이다. 현요한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말미암아 죄인이 의인 된다’는 칭의론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칭의와 성화의 연관성을 간과하여, 귀중한 하나님의 은혜를 ‘값싼 은혜’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또 성화를 위한 훈련 또한 신자들에게 적절하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요한 교수는 칼뱅이 주장한 ‘이중적 용납’에는 ‘칭의’는 물론 ‘성화’의 가치도 함께 부각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중적 용납’ 중 첫 번째 용납은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은혜를 인하여 우리를 의롭다고 받아주시는 용납”, 즉 ‘칭의’다. 현 교수는 여기서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은혜를 강조하며, 사도행전에서 ‘고넬료의 기도와 구제가 하나님께 상달되었다’는 것도 고넬료 자신에 의한 것이 아닌 ‘그의 선행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용납은 “칭의 받은 그리스도인이 행한 ‘선한 행실’을 하나님이 용납하신다”는 것으로서 ‘성화’에 관한 것이다. 현 교수는 여기서도 ‘무조건적인’ 은혜가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자가 선한 행실을 할 때 그 행실 자체는 불완전하고 부족한 것이며 그것이 공로가 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그 행실을 의롭다고 받아주시고 상을 주신다”고 설명했다.
또 선한 행실이 의롭다 함을 받는다는 것은 율법을 지킴으로써 의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은 자에게 있어서 선한 행실은 ‘은혜로 말미암아’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뱅의 이러한 ‘이중적 용납’ 주장은 당대에서 그치지 않고, 19세기의 개혁신학자 하인리히 헤페(Heppe)의 책 <개혁파 정통 교의학>에도 반복되듯 후대까지 이어졌다. 이에 오늘날 한국교회도 칼뱅의 ‘이중적 용납’에 따라 ‘칭의’와 ‘성화’를 모두 가르쳐야 한다고 현 교수는 주장했다.
현 교수는 “칼뱅의 ‘이중적 용납’은 ‘믿음으로 얻는 구원’을 외치면서도 그에 합당한 성화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말하고, “칼뱅 탄생 500주년을 맞으면서 우리는 칭의와 성화(행위의 칭의)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