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송파는 역사가, 영문은 새로운 역사의 원동력이 되고

특집- 교회합병 사례를 찾아서(3)

본지는 한국기독교장로회신학연구소(소장 이재천)가 최근 출간한 계간지 ‘말씀과 교회- 특집: 교회합병 사례’를 연재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교회 숫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한국교회 그리고 생존 경쟁에 따라 개교회 이기주의에 빠져버린 한국교회에 교회 합병 이야기는 ‘양보와 비움’이란 교회의 본래의 가치를 찾는데 작지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 편집자 주

 

  ▲ 최근 영문교회와 합병한 송파교회

한쪽은 자립이 되는데 예배당이 없고, 다른 한쪽은 교회건물은 있는데 자립이 안 된다. 교회합병에 성공한 교회들 가운데는, 외견상 도저히 합병이 불가능할 것 같은 교회들이 합병에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에게서 절실히 필요 했던 것을 찾아내면, 다른 조건들에 구애받지 않고 합병에 전력을 기울인 교회들이다. 송파교회의 사례는 객관적인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통해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교회들이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영문교회 이야기

영문교회는 백재봉 목사가 1982년에 함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연대, 고대, 서울대 법대 출신 몇몇 부부들과 대치동에 개척한 교회이다. 영문교회는, 비록 건물 지하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을지라도, 교회 주변에 대형교회인 소망교회가 들어서기 전에는 180명까지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1909년 정병길 목사가 부임할 당시에는 교세가 많이 기울어져서 스물다섯 가정만 남아 있었고, 한 달에 400만원에 이르는 지하 월세를 감당하기에도 벅찼다고 한다. 그래서 2003년에는 개포동에 있는 대전초등학교 강당을 일 년에 1400만원을 학교에 기부하는 것을 조건으로 금요일 저녁과 주일만 사용하는 것으로 계약하고 지내왔다고 한다. 그러나 매번 토요일마다 나와서 학교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비품들을 꺼내어 예배드릴 수 있도록 강당을 세팅하고, 매번 치우는 일은 고역이었다.

영문교회는 교회를 건축하자는 생각을 하고 2007년에 처음 건축헌금을 했다고 한다. 6억 5천정도 헌금이 들어왔고, 이것저것 합하니까, 10억 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정 목사는 그 한도 내에서 교회건물을 구하려고 사방팔방을 다 찾아다녔지만, 그러나 강남에서는 최소한 17억에서 20억 정도는 있어야 100평 정도의 건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한다. 교회를 옮길 곳이 없어서..자립은 되는데 예배당이 없었다.

정 목사는 초등학교 강당을 빌어 사용하던 지난 5년 반 동안 교인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내부적으로 단합이 잘 되었던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했다. 그러나 남의 건물을 빌어 예배를 드리다보니, 새벽기도회나 수요기도회 등 교인들의 영성과 신앙훈련을 체계적으로 할 수 없었던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역시 교회는 자기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파교회 이야기

송파교회는 10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이며, 1960년대까지 쟁쟁한 분들이 목회자로 계셨던 교회였다. 우리나라의 부통령까지 지내셨던 함태영 목사도 송파교회의 담임목회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일제 강점기 하에서는 민족운동의 산실이 되기도 했던 교회이다. 3.1운동 당시 전국에서 두 번째 큰 규모로 일어난 송파장터 운동도 송파교회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송파교회의 교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원래 송파교회는 대지 360평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거의 다 처분하고 현재는 100평이 남았다.

합병하기 전에 송파교회는 4명의 교인만이 남아 있었다. 교회당 건물이 있었지만, 윗 층은 세를 주고 송파교회는 지하실에 들어 있었는데, 찜질방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목회하던 목사는 김응철 목사였는데, 그가 은퇴하기 전에 송파교회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교회합병이라고 생각하고 이곳저곳 수소문하여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찾은 교회가 영문교회였다. 정 목사가 송파교회를 찾았을 때, 건물건체 외관은 물론 교회본당이 마치 창고와 같았다고 한다.

교회합병 이야기

  ▲ 합병한 송파교회의 교육관 전경

송파교회 교인들은 교회합병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송파와 합병이야기가 나왔을 때, 영문교회 교인들도 환영일색이었다. 그러나 정 목사 자신은 원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건물을 가지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교인들이 원하는데, 어떻게 목사 자신이 반대하겠는가. 2008년 2월 송파교회에서 합병 제안을 했을 때는, 정 목사가 반대해 무산되었고, 4월에 다시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전체 교인들이 100% 합병에 찬성했다고 한다.

교회를 합병하면서 우선 송파교회의 빚을 갚는 일부터 시작했다. 교회에 3억원을 헌금하고, 1억 7천을 들여서 교회건물을 수리했다. 사택도 하나 얻었다. 서울동노회는 영문교회와 송파교회의 합병에 대해 갑론을박했지만, 결국 8월 14일에 임시노회를 열어 공식 승인을 하였고, 송파교회는 8월 31일에 합병예배를 드리게 된다.

송파는 역사를 살리고, 영문은 새로운 역사의 원동력이 되고

송파교회는 건물이 있지만 교인들이 4명뿐이고, 영문은 교회는 없지만 교인수의 재정 면에서 압도적인데, 어떻게 전교인 100%가 합병에 동의하면서 교회이름을 송파로 정했을까? 정 목사는 처음 합병한 교회 이름을 송파영문 혹은 영문송파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105년 역사를 가진 ‘송파교회’의 이름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김응철 목사의 주장과 또한 합병과정에서의 노회의 강력한 요청을 존중하여 ‘송파교회’로 정했다는 것이다. 영문교회 교인들은 ‘영문’이라는 명칭을 아쉽지만 접자는데 동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송파는 역사를 살릴 수 있게 되었고, 영문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교회합병 뒷이야기

교회합병을 진행하면서 특히 노회적으로 많은 말이 오갔다. 대체로 두 가지 논리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가뜩이나 노회가 작은데 교회가 없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덕성에 관한 문제였다. 그러나 합병과정의 절차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이 있었지, 합병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대의견은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교회합병은 현대목회에서 교회운영의 좋은 돌파구 내지는 새로운 방안이 아니겠는가 하는 건설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영문교회는 송파교회와 합병을 결정하면서, 그토록 바라던 예배공간을 갖게 된 것을 가장 기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송파교회가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을 일단 헌금하여 해결하기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우리가 송파교회가 되었으니까 그때 하기로 하자고 했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김응철 목사와 관련된 합으였는데, 김 목사가 2009년 3월에 은퇴할 때, 은퇴자금을 헌금으로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송파교회의 비전

  ▲ 송파교회 전경

송파교회는 이제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정 목사는 교회합병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진행되어서 아직 구체적인 목회비전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선 가시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교회당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 그리고 다른 교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모임들이지만, 영문교회나 송파교회가 해보지 못했던 일들, 예컨데, 새벽기도회, 수요기도회 등을 열거한다. 이렇게 교회를 교회답게 만들어가면서 송파교회를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개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어린아이까지 다 합치면 약 80명의 교인들이 있다. 정 목사는 교인이 100명 정도를 넘어서야 본당이 썰렁하지 않을 것 같다며, 일단 100명으 교인을 목표로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쌍방 간의 객관적인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소망할 수 있게 된 송파교회의 합병모델이 이와 비슷한 사정에 있는 많은 교회들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교회성장 모델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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