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천회 교수(캐나다 낙스 칼리지) |
캐나다 낙스 칼리지(Knox College)에서 아시아신학을 가르치고 있는 허천회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 ‘다민족 사회로 접어드는 한국교회에 요청되는 신학적 주제 : 인종차별과 기독교 복음’에서 한국 기독교의 과제로 ‘인종차별 극복’을 제시했다.
허천회 교수는 30세까지 한국에서 살고 지난 20년간 캐나다에 살면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민족과 함께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몸 속 깊이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에서 그는 이민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실천적 과제를 제시하기보다, “이민자들이 인종차별로 겪는 서러움을 이해해야 한다”며 심정적인 호소를 전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성서적 근거로 예수의 공동체 또한 이방인을 두루 포함한 다문화적 공동체였음을 말했다.
예수의 공동체 – 다문화적 시대의 다문화적 공동체
최근 수십 년간 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제 한국은 외국에서 인종차별 당하는 나라만이 아니라, 한국에 찾아온 아시아인들에게 인종차별을 가하는 ‘인종차별 가해국’으로 변모했다. 더구나 1세대가 자녀를 낳는 2세대, 3세대로 접어들면 인종차별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허 교수는 전망했다.
허 교수는 인종차별 문제에 한국교회가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대응의 첫 단계로서 예수의 공동체가 인종차별을 극복한 공동체였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의 사역배경이 된 갈릴리가 ‘다문화적 사회’였으며, 그 속에서 예수는 ‘다문화적 공동체’를 이뤘다는 것이다.
약 반세기 전 신약성서학의 대가인 불트만이 예수 시대의 갈릴리는 원시적인 촌락으로 이뤄졌고 아람어를 사용하였다고 단언하였지만, 그 이후 고고학적 발전에 따라 알게 된 것은 “갈릴리가 단순히 유대적인 마을이라든지 헬라화된 도시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다는 것”이라고 허 교수는 주장했다.
또 마틴 헹엘의 주장을 빌어 “갈릴리는 주전 100년부터 이미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물론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해 샌더스(E.P. Sanders), 홀슬리(R. Horsley) 등은 전통적인 유대주의적 삶을 유지하는 차원에서의 헬라화를 주장한 반면, 오버만(J.A. Overman), 에드워드(D. Edward) 등은 로마의 헬라적 도시화 정책에 따라 갈릴리는 더 이상 전통 유대사회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자들은 당시의 유대사회에 어떤 획일화된 ‘공통의 유대주의’(common Judaism)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다민족적 환경에서 사역한 예수는, 이방인을 끌어안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허 교수는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 가운데 이방인들이 있었고, 예수는 이방인들을 대상으로도 사역했으며, 그러한 현상은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을 통해 동일하게 반복되었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을 홀대하지 말라” 심정적 호소
허 교수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응하는 신학적 근거가 그 ‘표현’에 있어서는 ‘삶의 언어’와 ‘감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며, 이방인 차별 문제에 대해 심정적으로 호소하는 성구를 소개했다. 성구는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이었었음이라(출22:21)’, ‘타국인이 너희 땅에 우거하여 함께 있거든 너희는 그를 학대하지 말고 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레 19:33) 등이다. 또 이 법은 신명기에서 히브리 백성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법으로 반복된다고 전했다.
논문을 마무리하며 허 교수는 이민자들에 대한 심정적 이해를 재차 강조하고, “모든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며 태동한 종교가 기독교라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 앞에 선뜻 다가온 다문화, 다민족 사회의 문제를 기독교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