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가톨릭·그리스정교회로부터 듣는 ‘신학교육의 방향’

전국신학대학협의회(KAATS) 컨퍼런스 열려

▲6일 전국신학대학협의회(회장 목창균) 는 '신학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지식교육으로부터 영성함양으로'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감신대에서 열렸다. ⓒ이지수 기자

국내 41개 신학대의 협의체인 전국신학대학협의회(KAATS, 회장 목창균)는 6일 감신대에서 ‘신학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지식교육으로부터 영성 함양으로’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다.

신학교육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번 컨퍼런스의 강사진으로는 로마가톨릭과 그리스정교회의 신학자들이 초청됐다. KAATS 목창균 회장(서울신대 총장)은 ‘실용적’인 영성훈련에 있어서 개신교보다 가톨릭, 그리스정교회가 앞서 있다며 초청 배경을 밝혔다. 덧붙여 “이론과 원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한국 신학교육은 현장의 시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영성 함양에 초점을 둔 신학교육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정교회에서는 페르토스 바실리아디스 교수(그리스 데살로니키대학 신학부장)가 초청돼 정교회에서 실시하는 신학교육의 기조를 설명했다. 가톨릭에서는 방상만 신부(수원가톨릭대 총창)가 국내 가톨릭 대학교의 커리큘럼을 소개했다. 두 강사의 발표내용을 논찬과 함께 소개한다.
 

“성찬공동체의 관점에서 신학교육 이해해야”

▲페르토스 바실리아디스 교수(그리스 데살로니키대학 신학부장) ⓒ이지수 기자

바실리아디스 교수는 성찬공동체의 관점에서 신학교육을 이해할 것을 제시했다. 정교회신학에서 성찬과 함께 기조를 이루는 것은 삼위일체론과 종말론. 바실리아디스 교수는 특히 성찬을 ‘값비싼 성찬적 비전’이란 개념을 통해 ‘윤리적’ 가르침으로 발전시키며, 삼위일체 하나님-종말론적 비전-윤리적 헌신을 연결시켜 정교회 신학교육의 목적을 설명했다.

바실리아디스의 이러한 주장을 서원모 교수(장신대)가 ‘개신교적’으로 풀이한 바에 따르면, 정교회가 성찬공동체의 관점에서 신학교육을 이해한다는 것의 뜻은 “신학은 예배공동체의 산물이며 예배에서 시작해 예배로 끝난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는 선교공동체나 교육기관 혹은 제도나 조직이기 이전에 삼위일체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이며, 따라서 신학교육은 예배공동체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정교회의 이 같은 이해가 “개신교의 신학교육에 많은 통찰을 준다”고 평했다. 국내 신학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신학교육은 ‘예배공동체’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에 ‘신학교 신학’과 ‘예배당 신학’이 분리되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며, ‘성찬공동체’와 긴밀히 관계된 정교회 신학교육으로부터 시사점을 찾았다.

또 다른 시사점으로 서 교수는 ‘교회의 일치와 교제’를 찾았다. 그는 정교회의 신학교육이 신학의 맥락 혹은 현장성(contextuality)을 인정하면서도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신학과 ‘교회 일치’를 위한 비전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는 신학교육과 성찬공동체를 연결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교회 일치’의 신학교육은 에큐메니칼 정신이 약화돼가는 한국교회에 도움이 된다며, “한국교회가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성찬공동체의 비전을 굳게 붙잡고, 교회일치를 향한 신학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바실리아디스 교수는 ‘성찬’에 담긴 종말론적 비전과 관련해 ‘윤리적 헌신’을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서원모 교수는 “성찬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신학교육은 종말론적 비전에 대한 헌신과 뗄 수 없음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성차별의 철폐, 경제 정의, 창조 세계의 회복을 위한 섬김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가르침은 신학교육이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생들은 이렇게 공부합니다”

이어 발표한 방상만 신부는 국내 가톨릭 대학교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성 훈련’ 커리큘럼을 소개했다.

우선 가톨릭신학생들의 일과다. 평일에 이들은 6시에 기상해 오전에 아침기도와 묵상, 미사, 수강하고 오후에 강의와 기도, 묵주기도, 끝기도와 묵상한다. 영성 훈련을 빼놓고 신학교육을 말할 수 없는 셈이다.

또 ‘영성신학 입문’과 ‘영성신학’ 등 학문적 강좌, 전례(미사, 영성조 미사, 성무일도, 성체조배와 현시), 기도생활(묵상, 양심성찰과 성체조배, 묵주기도, 피정), 영적 지도(영성강화, 영성면담, 고해성사), 영적 독서 지도, ‘영성의 해’와 ‘영성 심화의 해’ 보내기 등 그야말로 ‘풍부한’ 영성 훈련이 신학교 재학 시 이루어진다.

방 신부는 영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이 시대가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시대 젊은이들은 영적인 공허감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사람들로서 ‘기도의 스승’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니 사제들을 ‘기도의 스승’으로 키워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 교회의 미래는 미래의 사제들에게 어떻게 ‘영성 교육’을 시키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영성 교육은 사제의 존재와 ‘행동’이 통일을 이루고 활기차게 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목 교육에 있어 영성 교육이 빠진다면 기초 없는 교육이나 다름 없다”며 “수많은 가치관이 난립하는 세상에서 신앙심을 유지하면서 헌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영성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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