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기독교인들은 이제나 저제나 다석의 사상을 이단시할 것이다. 그러나 서구 신학에 식상한 나머지 우리신학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동방의 현자 다석의 가르침에 감읍하고 감사할 것이다”
▲ 정양모 신부 ⓒ베리타스 DB |
6일 늦은 오후 서울 명동 전진상 교육관에서 열린 제6기 씨알사상 강좌 말미에 정양모 신부(다석학회 회장)가 말했다. 앞서 ‘다석의 그리스도관’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정양모 신부는 다석이 생전에 △예수는 효자다 △예수는 얼 사람이다 △예수의 죽음은 대속죄 사건이 아니다 △예수는 하나님이 아니다 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설명 그리고 평가를 했다.
예수는 효자다= 다석에게서 예수는 하나님을 깊이깊이 체험하고 시종일관 아버지로 섬긴 효자였다. 그래서 다석 자신도 코로 숨쉬듯이 성령을 받아서 예수처럼 하나님의 아들로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예수는 얼 사람이다= 다석은 신약성서에 따라 성령을 하나님의 신령한 기운으로 이해하고, 순수 우리말로 얼·얼김·얼줄이라고 이름 짓곤 했다. 다석은 성령을 받아 사는 사람은 누구나 그리스도라고 했다. 예수 뿐 아니라 예수처럼 사는 신앙인들도 전부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예수의 죽음은 대속죄 사건이 아니다= 신약성서 전승자들과 필자들은 모두 예수의 죽음을 대속죄적 죽음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다석은 루가의 신명기적 사관의 연속선 상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전에 하나님이 보내신 의인들과 예언자들을 박하해고 죽였듯이 이제 의인인 예수를 처형했다고 봤다. 다석은 예수가 의롭게 사신 결과 비명횡사했다고 이해한 것이다.
예수는 하나님이 아니다= 다석은 서방 그리스도교계에서 만든 지극히 사변적인 예수신성·예수양성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동방의 도인으로서 자유롭게 믿고 살았다. 다석의 어록들은 이를 뒷받침 해준다. “사람을 숭배하여서는 안된다. 그 앞에 절을 할 분은 참되신 한아님뿐이다. 종교는 사람 숭배하는 것이 아니다. 한아님을 바로 한아님으로 깨닫지 못하니까 사람더러 한아님 돼달라는 게 사람을 숭배하는 이유다. 예수를 한아님 자리에 올려놓은 것도 이 때문이고 가톨릭이 마리아를 숭배하는 것도 이 까닭이다”(『씨알의 메아리 예수어록』, 278쪽)
정양모 신부는 위와 같은 다석의 얼그리스도관에 차례 대로 평가를 내렸다. “예수는 효자다”에 “유교 문화권의 사람들이라면 예수는 효자라는 이 명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예수는 얼 사람이다”에 “이는 마음공부를 역설한 동양사상과 잘 어울리는 반면, 죄와 속죄를 상론하는 서구신학과는 거리가 있다 하겠다”며 “그리고 예수 만 그리스도가 아니라 얼 사람은 누구나 그리스도라는 다석의 말을 들으면 그리스도인들 다수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라고 했다.
또 “예수의 죽음은 대속죄 사건이 아니다”에 “온 인류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대신 속죄코자 예수께서 죽임을 당했다는 신심은 오늘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인류의 첫 조상 아담과 또 한 조상 예수는 단순히 한 개이니 아니고 집단인격이라는 사상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 신부는 오히려 집단인격사상이 개성을 중시하는 오늘날 사회에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까지 했다.
“예수는 하나님이 아니다”라는 다석의 주장에는 “동방의 현자 다석은 서방의 지극히 사변적인 예수 신성교리·예수 양성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를 너무도 존경하고 사랑한 나머지 그를 신으로 추대했겠지만, 지나친 공경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다석은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신부는 다석의 그리스도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맺음말로 강연을 마쳤다. “언뜻 보기에 치밀한듯하지만 실은 허황되기 일쑤인 서방 신학의 영향을 다석은 거의 받지 않은데다가, 유불선 경전에 익숙한 동방인의 눈으로 성경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처럼 독보적인 신관, 그리스도관, 인생관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