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수녀님이 말하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

최현민 수녀 씨튼 종교대화강좌서 강의

▲최현민 수녀가 9일 씨튼연구원에서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최현민 수녀(서강대 종교학과 대우교수, 씨튼연구원 원장)가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9일 성북동 씨튼연구원에서 강의했다. 씨튼연구원 주최로 3월부터 계속된 ‘2009 종교대화 강좌’의 마지막 강의였다.

생태위기 극복은 전지구적 과제로서 이를 위한 종교간 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가운데, 최현민 수녀는 생태위기를 극복할 영성을 ‘불교’와 그리스도교 둘 다에서 찾음으로 비(非)불자들이 불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이날 강의에는 천주교 수녀 10여 명이 참석했다.

최현민 수녀는 “불교에서는 생태문제를 ‘마음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라만상의 얽히고 설킨 관계망 속에서 인간의 악한 마음이 그 관계망을 끊어놓는 것이 생태문제라고 불교는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눌선사는 수심결(修心訣)에서 근원적인 해결은 마음에 달려있음을 역설했다”며 “이런 점에서 불교는 팔정도(八正道)를 실천하고 식심(識心)에서 선심(禪心)으로 나아가는 것, 아견(我見)을 버리고 발심(發心)하는 것, 다시 말해 인간의 ‘본래성’을 회복하는 것을 생태문제의 해법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불교적 사고는 그리스도교와 통한다고 말했다. 불교의 ‘본래성 회복’과 그리스도교의 ‘하나님 형상(Imago Dei)’ 개념이 통하고, 특히 그리스도교에서 생태계 회복은 자연 속에 내재된 ‘하나님 형상’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두 종교가 대화·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교의 연기(緣起) 사상에서 엿보이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깊은 자각과 깨침에서 비롯되는 반야심으로 살아감은 분명 생태적 혜안이며, 그러한 주체적 삶을 사는 사람은 임제선사가 말한 무위진인(無位眞人)일진대, 이를 불성을 회복한 존재라고 한다면 그리스도교에서 예수가 추구한 길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종교간 접촉점을 찾았다.

최현민 수녀는 달라이라마의 말로 강좌를 마쳤다. 그는 “‘오늘의 종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달라이라마는 ‘창조질서의 보존을 위해 일하는 종교만이 종교라는 명칭을 달고 다닐 수 있다’고 했다”며 “불교나 그리스도교나 생태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는 것이 자기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초 개강한 ‘2009 종교대화 강좌’에는 개신교의 이정배 교수(감신대), 구미정 교수(대구대), 불교의 종범 스님(중앙승가대학 총장) 등이 강사로 초빙돼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생태영성’이라는 동일한 주제로 강의했다. 12월 14일 종합토론을 끝으로 종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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