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가정붕괴 현실에서 교회가 말해야 할 ‘가족관’은?

“교회서 ‘비정상 가정’은 상처받는 현실”

 
▲10일 관악구 봉천교회에서 새가정연구원 가을세미나가 열렸다. 강사로는 구미정 교수가 초청됐다. ⓒ이지수 기자

“현대의 가정붕괴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부(父)와 모(母), 그리고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만을 ‘정상적인 가정’이라고 기준함으로써 그 기준에서 열외된 가정에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는가?”

구미정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 겸임교수, NCCK 생명윤리위원)가 한국 교회의 가정목회 패러다임에 이의를 제기했다. 구 교수는 전통적 가치관에 기반한 가정목회가 현대의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담아낼 수 없다며, 성경적 가치관인 정의, 공평, 사랑, 긍휼, 신실에 기반한 가정목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10일 관악구 봉천교회에서 열린 새가정연구원(원장 김광년 목사) 세미나에서 주장했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먼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다. 2000년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가구 수 1, 431만 가구 가운데 가구주가 ‘여성’인 가구는 무려 265만 곳(전체의 18.5%)으로, 이는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인해 남성 배우자가 없는 가구, 남편이 있으되 부양자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가구, 미혼여성이 세대주인 가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또 자녀 없이 사는 부부 가구가 총 가구의 14.2%, 혼자 사는 가구가 15.5%로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는 부-모-자녀로 이루어진 가정만을 ‘정상’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더구나 맞벌이가족 비율이 49%(2001년 기준)에 달해 소위 ‘정상 가정’도 일상 생활에서 정상적일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 교수가 제시하는 또 다른 근거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이다. 그는 자신이 목회하던 교회 이야기를 하며 “5월이 가족의 달이라고 해서 ‘정상 가정’ 만을 대상으로 설교하면 나머지 교인들은 한달 내내 상처 받는다. 어떤 집사님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을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 교회는 ‘가정의 달’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었다.” 중고등생들도 ‘가정의 달’이 자신들에게 와 닿지 않았는지, ‘5월이 무슨 달이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예수가족살림의 달이요’, ‘공동체성 회복의 날이요’라는 등의 대답을 해왔다.

이에 구미정 교수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가족을 ‘육적 단위’가 아닌 ‘영적 단위’로 보는 ‘성경적 가치’를 따르자는 것이다. 구 교수는 “성경에서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이며 형제들이냐?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자라야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라고 하셨다”며 ‘성경적’인 가족은 혈연에 기반한 가족이 아니라 “성령의 세례로 새롭게 태어나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또 성경적 가족이 뿌리 내려야 할 가치는 정의, 공평, 사랑, 긍휼, 신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치 속에서 혈연적으로 깨어진 가정들은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으며, 교회는 교회 내 각종 행사와 관행에 은밀히 스며들어 있는 ‘친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다. 또 부모-자녀의 2세대로 이루어진 ‘정상 가정’들도 세속화된 신앙을 떠나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파하고 실천하는 ‘하나님나라 운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가치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구미정 교수는 ‘생명과 평화라는 두 날개로 나는 교회’라는 슬로건으로 강의 내용을 집약하며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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