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에큐메니컬과 에반젤리컬, ‘가시적’ 연합해야”

양 진영의 연합 방법 구체적으로 제시

    ▲박종화 목사 ⓒ베리타스DB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종교간 대화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박종화 목사(경동교회)가 이번에는 한국 개신교회의 에큐메니컬 진영과 에반젤리컬 진영 간의 협력을 모색했다. 그는 기장회보 최근 호에 기고한 <에큐메니컬 운동의 진실>에서 두 진영간 분열은 신학적 차이로 인한 것이라기보다 정치 환경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점이 크다고 밝히고, 두 진영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연합은 ‘가시적’인 연합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반젤리컬과 에큐메니컬의 대립과 화해

먼저 박종화 목사는 두 진영의 대립 배경을 설명하면서 화해 가능성을 모색했다.

박 목사는 사실 에큐메니컬 운동의 요체는 ‘갈라진 교회들의 일치’이며 나아가 ‘궁극적 구원이 완성되는 일에 헌신하는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이 구체적인 기구(운동체)로 등장하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에반젤리컬 운동이 나타나 두 진영이 ‘대립적’인 관계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20세기 전까지만 해도 ‘에큐메니컬’과 ‘에반젤리컬’은 서로 상반된 개념이 아니었다. 종교개혁 이후 루터교회와 개혁교회는 ‘가톨릭교회’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뜻에서 스스로를 ‘에반젤리컬’(복음적)이라 칭했고, 1846년 800여 명의 유럽과 미국의 개신교 대표자들이 결성한 「복음주의 연맹」(Evangelical Alliance)도 가톨릭교회의 정치적, 영적 부흥에 맞서는 기구로서 창립되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양 진영은 서로 대립되는 양상을 띄게 됐는데, WCC가 내세운 교회일치운동이 일종의 단일 초교회(a super church)일 것이라는 오해가 ‘에반젤리컬’ 진영의 ‘반 에큐메니컬 진영’적인 성격을 띄게 하는 도화선이 됐다. 또 인류의 복음화를 지향하며 만들어진 「국제선교협의회」가 1961년 WCC에 흡수 통합되고, WCC 창립의 주역인 「신앙과 직제운동」 및 「생활과 사업운동」이 선교 및 봉사 차원의 일치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대립은 심화됐다.

갈등은 1970년대 중반에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로 변화하는 조짐을 보였다. 에반젤리컬 진영의 「로잔 선언」(Lausanne Covenant, 1974)이 사회구원운동에 소홀히 한 점을 고백하고 나선 데 대하여 에큐메니컬 진영의 WCC가 개인구원을 소홀히 한 점을 솔직히 고백한다고 제 5차 총회(1975)에서 선언함으로써 쌍방간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실체로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박종화 목사는 밝혔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두 진영의 반목에 신학적인 요소가 컸다면, 한국에서는 두 진영의 괴리가 “적어도 선교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자생적이라기보다는 타율적인 측면이 강했다”고 박종화 목사는 말했다. 그는 “WCC 가입 문제로 장로교회의 합동과 통합이 분열된 역사가 그 실증”이라며 “신학적 자주성이 아직은 시기상조이던 시절, 선교주체이던 미국교회의 갈등을 한국교회가 그대로 떠맡은 꼴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 NCC가 적대적 냉전구도 하에서 중공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승인을 요구했던 것이 분열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말했다.

요컨대 세계가 냉전구도에서 벗어나고 한국도 탈냉전적 개선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양 진영이 긍정적으로 상호협력을 추구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상호협력, 가능할까? 협력의구체적인 방법의 예시

한국교회에서 양 진영이 협력하는 방안으로 박종화 목사는 3가지 실천법을 제안했다. 먼저 양 진영이 ‘선교와 전도’ 지향의 연합운동을 함께 펼치는 것으로서, 이에 대해 박 목사는 “개교회나 개교파 중심의 문어발식 세계선교가 아니라 연합된 ‘세계선교기구’를 만들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세계선교에 나서는 선교의 일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로 ‘다양성 속의 화해’ 추구다. 그는 “같은 장로교 간판을 달고서도 수많은 교단으로 갈라진 모습은 주님의 몸 된 교회의 모습일 수 없다”며 교파 전통별 연합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WCC 모델과 같은 ‘협의체적 일치’다. 그는 “NCC같은 운동의 활성화는 물론 각 지역별로, 예컨대 광역 자치구역별의 초교파적 연합기구, 그리고 시, 군, 구 같은 기초 자치단위별 연합기구를 확산시켜 지역사회 속에서 선교, 봉사적 일치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단위별 연합교회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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