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문학자들 “기독교 예술에 대한 재평가 이뤄져야”

인문학에서 본 ‘한국 기독교 예술’

▲인문학자들이 모여 '기독교 예술'을 논했다. 학술대회를 주최한 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조규익 소장(동 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한국 근현대사에서의 기독교 예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인문학계에서 ‘한국 기독교 예술’을 논하는 학술대회가 13일 숭실대에서 열렸다. 신학자들이 아닌 인문학자들이 모여 기독교가 한국 예술계에 끼친 영향을 평가하고, 한국 기독교 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형식미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술대회를 주최한 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 조규익 소장(동 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한국 근현대사에서의 기독교 예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첫 유입된 기독교는 1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한국의 각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예술에 있어서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발전적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기독교 예술이 한국 문예사에 갖는 중요성이 부각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회 주제로는 문학, 미술, 음악, 연극, 건축 분야가 망라됐으며, 총 12명이 발표와 논찬했다. 이들은 기독교 예술의 ‘정신’보다 ‘형식미’에 초점을 맞췄다.

▲대회에서는 기독교 문학, 미술, 음악, 연극, 건축 문야가 망라됐으며, 학자들은 기독교 예술의 '정신'보다 '형식미'에 초점을 맞춰 발표했다. 박선영 박사(숭실대)가 박목월 시의 은유 체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박목월 초기 시의 공간 은유>를 발표한 박선영 박사(숭실대)는 한국 시문학사에서 전통 서정의 계보를 이은 박목월(1916-1984)이 어떠한 은유 체계 속에서 기독교적 초월성을 드러내고 있는지 살폈다. 그는 “지금까지 기독교 시(詩) 연구는 내용 연구에 치중했었다. 그러나 기독교 시문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미의 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박목월 시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형성된 은유 체계를 분석한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한국의 현대시사(現代詩史)에서 중요한 인물인 김종삼, 김현승, 정지용 등이 모두 기독교적 배경을 갖고 있듯 기독교는 현대시사 연구의 중요한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적인 것으로 취급 받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기독교 문학의 가치를 발굴하는 데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1920년대 초 주일학교 공연 레퍼토리 분석>을 발표한 박영정 연구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세기 초 주일학교 연극공연이 “한국 근대연극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다.

그에 의하면 1920년대 초 한국에는 2천여 개의 주일학교와 13만여 명의 학생들이 있었고, 부활절이나 꽃주일, 성탄절에 연극공연은 다반사로 열렸다. 신문 기사로 확인되는 최초의 행사는 1918년 12월 25일 승동예배당에서 성탄절 기념으로 열린 <동정의 눈물>이고,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 등 당시 신문에는 교회에서 열리는 ‘소년소녀 가극대회’ 기사가 빈번히 실렸다. 그는 “주일학교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열린 아동가극은 한국 근대연극의 형성에 간과할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교회문화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근대 초창기 예술문화의 차원에서도 연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백도기의 ‘본시오 빌라도의 수기’ 연구>, <한국 교회건축의 실태>, <미국 한인교회의 역사와 찬양대의 현황>, <한국현대기독교미술의 반성과 과제> 가 발표됐다.

조규익 소장은 기독교 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기독교만을 강조해서도 안되며, 반대로 예술적 기법만을 강조해서도 안될 것이다. 기독교 정신을 예술적으로 어떻게 잘 승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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