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헌정 목사 ⓒ 김진한 기자 |
피리, 해금, 가야금이 한데 어우러져 톡톡 튀는 듯 하면서도 미끌어지듯 감미로운 음을 낸다. 여기에 흥겨운 북소리는 점잖은 사람들 조차 장단에 맞춰 저절로 춤을 추게 했다.
1일 향린교회 예배당에서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예배에 접목시켜 보자는 의미에서 ‘국악예배의 오늘과 내일’이란 워크샾이 열렸다. 한국의 일반적 예배당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야금, 해금, 피리, 퉁소, 장구, 북 등을 연주하는 국악팀이 예배당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국악찬송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어색한지 점잖은 목소리로 국악에 맞춰 찬송을 불렀지만 어느새부턴가 그 흥겨운 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났으며 특히 북소리 장단에 맞춰 손가락이 절로 움직일 때, 이를 의식하지 않고서는 멈출 수가 없었다. 악기들도 제각각 구수하면서도 흥겨운 소리를 내며 예배에 녹아들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이 예배당 분위기를 한껏 흥겹게 돋군 사이 계량 한복을 입은 목사와 마찬가지로 계량 한복을 입은 순서자들이 예배당 앞으로 나왔다. 이들 뿐 아니라 성가대도 국악팀도 예배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계량 한복을 입었는데 곱게 차려입은 그들의 한복은 한국적이면서도 친숙한 예배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설교에서 조헌정 목사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예배의 접목을 시도하기 위해 ‘국악예배’를 계획했다고 전했다. 19세기 말 미북장로교 선교사들이 국내 선교를 시작할 당시 저급한 문화로 여겼던 무당 굿 등 전통문화에 사용된 음악, 악기들을 거부하면서 오늘날 우리 예배에서 전통음악나 악기는 찾아볼 수 없게됐다.
이와 관련, 조 목사는 각국의 문화에 따라 예배의 형식과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교회에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맞춘 예배 갱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를 위시한 많은 민족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전통문화에 접목한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창출해내고 있다”며 “그들의 예배에는 전통 춤과 전통 악기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 교회의 흐름으로 보면 우리 교회가 얼마나 변화에 더딘지 그리고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신대 박근원 박사(실천신학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 “ 한국 민속학의 연구결과는 그것이 역사적으로 불가피하게 무속과 엉켜있기는 하지만 결코 그것과 동일시 할 수 없는 성격의 민족적 제사 행위라는 것”이라며 “다시 말하면 그것은 우리 민족의 원시 ‘하나님 예배’였다”고 밝혔다. 또 “역사적으로 부여의 영고 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 등이 우리 조상들의 하늘님 제사의 대표적인 것들이었고 이런 축제들의 유산이 그리스도교 예배와의 접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조 목사의 말대로 향린교회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수용하기 위해 예향국악단(가야금 해금 피리 퉁소 장구 북 등)을 창설하고 국악찬송가(총 236장)를 발행, 예배 중에 일반 찬송가와 함께 사용해왔다.
단순히 음악만이 아니다. 향린교회의 예배에서는 각 순서순서에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개회’를 ‘열음’으로, ‘성서본문’을 ‘하늘말씀 읽기’로, ‘설교’를 ‘하늘 뜻 펴기’라는 말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교독문과 신앙고백송도 마찬가지다. 교독문은 보통 찬송가 뒤에 있는 시편들을 주로 사용하지만, 향린교회는 4.4조 운율에 따른 교독문을 사용하고 있다. 사회자와 회중이 메기고 받으며, 국악의 운율을 살려 냈다. 신앙고백송에는 국악곡인 ‘이 땅의 향기로운 이웃’이라는 노래와 ‘주기도문송’을 한 달씩 번갈아 가며 사용된다. 이 역시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멋을 한 껏 살려내기 위함이다.
조 목사는 “우리나라 전통가락은 우리 안에 숨겨진 민족의, 겨레의 얼을 깨울 것이며 이 전통문화에 따른 예배는 하나님 보시기에 더욱 아름답고, 축복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참석자들은 예배 후에 차와 함께하는 다과회에서 친교를 갖는 한편, 국악 찬송 배우기, 국악예배 추진사례 설명회 등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