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분쟁과 갈등 속에 있는 세계…한국교회의 역할은?

한국일 교수 ‘에큐메니컬 선교 관점에서 본 치유와 화해’

▲한국일 교수(장신대 선교학) ⓒ이지수 기자

장신대에서 선교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일 교수가 21세기에 새롭게 요청되는 선교의 패러다임은 ‘화해와 치유의 선교’라고 주장했다. 그는 18일 장신대에서 열린 소망신학포럼(주최 장신대 연구지원처)에서, 2005년 WCC 주최로 아테네에서 열린 ‘제 13차 세계선교대회’를 살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아테네 선교대회의 주제는 ‘치유와 화해’로서, 이는 당시 세계의 상황을 반영했다. 한 교수는 “세계는 냉전 체제의 종식과 함께 새로운 평화를 고대하였으나, 냉전 종식 후 전개된 국지적 갈등과 분쟁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했다. 신생 국가들은 독립 이후 크고 작은 분쟁을 경험하며 민족적, 국가적 화해가 절실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탈근대 사회로 넘어가면서 다종교, 다문화 현상이 심화된 것도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테네 선교대회는 이 같은 화해에 대한 인식을 ‘화해에 관한 문서’로 정리했으며 교회의 화해 사역을 “선교에 대한 명령”으로 표현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화해의 구체적 과정을 명시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진정한 화해’를 촉구했다.

문서에 의하면 화해의 과정은 진실(truth) 바로 세우기->과거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 치유 받게 하기->회개->응보정의, 회복정의, 구조정의 세우기->용서->사랑이다. 특히 가해자가 자신의 악행에 대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책임을 지는 ‘응보 정의’와,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보상 및 배상 받게 하는 ‘회복 정의’ 등을 명시함으로써 무게감 있는 현실적 화해를 강조했다.

한 교수는 “치유와 화해는 그 정도에 따라 많은 시간이 걸리며 민족이나 국가적 차원에서는 아주 오랜 기간이 요구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이 이미 행하신 화해에 응답할 소명을 받았기 때문에 치유와 화해 사역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유와 화해 사역을 실천하고 있는 단체를 소개하며 이 사역의 필요성이 현장에서는 한층 깊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먼저 프랑스 테제 공동체를 소개하며 “2005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세계 각국으로부터 청년들이 모였는데, 그 중엔 90년대 내전을 주도했던 세르비아의 청년들도 있었다. 테제에서 부르는 찬양과 기도, 그리고 각국 청년들과의 교제를 통해 그들이 과거의 상처를 씻고 미래를 창조할 새로운 힘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국제분쟁지역 선교단체인 ‘개척자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현장을 소개하며 “이들은 내전이 일어난 르완다를 방문하며 평화학교를 세우려는 비전을 갖게 됐고, 인도네시아 민병대에 의해 학살을 겪었던 동티모르에서 첫 번째 캠프를 열었다. 현재 이들은 종교와 인종 차별로 인해 분쟁을 겪었던 아체 지역, 미국의 침공 및 내전으로 인해 말할 수 없이 황폐해진 아프가니스탄, 지진과 테러의 공포에 싸인 파키스탄에서 매년 평화학교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를 마무리 하며 한 교수는 치유와 화해 사역이 한국교회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신학자나 교회의 전문용어로 여겨지고 있다”며 향후로는 한국교회 전체가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교회는 세계의 다양한 전통교회들의 신학 및 예전과 함께 오순절 교회의 성령 강조와 체험적 신앙의 특성, 그리고 선교적 열정이 공존한다”며 “이와 같은 특징을 가진 한국교회는 세계의 서구교회와 신생교회, 남반구와 북반구에 속한 교회들을 연결하는 화해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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