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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캐나다 정부에 보내는 한국기독교장로회와 캐나다연합교회 공개 서신

이명박 대한민국 대통령·스테반 하퍼 캐나다 수상

2009년 11월 15일


존경하는 양 국 수반께,

하나님의 공의와 그리스도의 평화가 이 땅에 실현되도록 함께 협력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와 캐나다연합교회는 한국과 캐나다 양국 사이에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이 경제적 정의를 훼손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아래와 같이 그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는 뜻에서 양국 정부에 공개 서신을 드립니다.

1. 한국-캐나다 FTA는 실패한 FTA의 전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판입니다. 우리는 NAFTA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습니다.

* 환경을 보존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훼손

* 국민들이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없도록 함

* 외국 자본에 대한 정부의 규제 노력을 방해

*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보조금과 공적 영역에 대한 지원금을 제한

*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는 반면 기업의 이익은 확대

* 중소농에 대한 막대한 타격을 입힘

우리는 이러한 오류들이 제대로 정정되지 않은 채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보냅니다. 이미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한국-캐나다 FTA에서 사실상 지속되고 있음을 양국 교회는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2. 이미 양국의 시민사회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NAFTA 제11장 투자자의 ‘투자자-정부 소송제’(ISD)가 한-캐나다 FTA 협정문에 그대로 실릴 경우 이는 양국 정부의 공공정책 선택권을 제약할 것이 자명합니다. 캐나다정부의 경우 이미 투자자-정부 소송제에 의해 피소된 사례가 18번이나 있었음을 상기하며 양 교회는 이 조항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NAFTA의 경우 ISD가 다양하게 이용됩니다. 외국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국민들의 건강권과 환경을 지키고 지역생산품을 사용하라는 정부의 조처들에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에 대하여 불이익에 된다면 정부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들은 공익을 추구하며 지역 발전을 도모하려는 정부의 노력들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한국-캐나다 FTA에서 한미 FTA의 치명적 오류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NAFTA 제11장의 수용은 양 국 정부는 물론 양국 국민들에게도 최악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간접수용’(규제 강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훼손하는 조항)의 인정 여부 역시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심각한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의 통상법 개정 논의에 주목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 내의 이러한 통상정책 개혁의 흐름(마이클 미카우드 의원이 발의해 116명의 의원들이 동참한 무역 개혁, 신뢰성, 발전과 고용에 관한 법률)에 한국과 캐나다 양국 정부 역시 동참할 것을 촉구합니다.

3. 2008년 한국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엄청난 사회적 논란과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여부는 다시 한 번 광우병 논란을 재현시킬 것입니다. 캐나다와 한국이 쇠고기 안전에 대하여 각기 다른 규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양국 교회는 정부가 국민건강권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였습니다.

4. 자동차에 대한 자유무역은 캐나다 자동차 산업에 위협이 되고, 또한 캐나다 국민들의 일자리를 상당수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특히 미국 발 경제위기로 인해 미국 자동차 3사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그 결과로 캐나다 자동차산업 역시 구조조정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동시에 양 교회는 한국의 자동차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말미암아 일자리를 잃고 있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명합니다. 2005년 양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을 시작할 때, 캐나다 자동차 노조는 한국 장동차 산업 노동자들과 경쟁관계에 돌입하는 것을 반대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일자리 안전과 공정 무역, 경제와 사회 개발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캐나다 자동차 노조는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 교회는 이에 대한 충분한 대책 없이 자유무역협정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힙니다.

5. 한국-캐나다 FTA는 한국의 농축산 농가에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이미 한미 FTA로 인한 전대미문의 농축산품 개방으로 한국 농민은 이제 더 이상 농업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한국 농민들에게 한국-캐나다 FTA는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입니다. 

6. 통상협정은 양국의 일자리 창출, 나아가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투명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있는 일자리마저 위협하고 사회적 약자를 확대시키는 통상협정은 체결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시한번 확인하는 바이지만, 한국-캐나다 FTA는 기존 NAFTA의 문제점을 개정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지 그것의 재판이서는 안 됩니다.

한국-캐나다 FTA 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여 그 대안을 마련하여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대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양국의 우호관계에 손상이 갈 뿐 아니라 양국의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극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을 우려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김종맹 목사                                  
총회캐나다연합교회 프로그램위원장 브루스 그레걸슨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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