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대한민국 정부수립시 한국교회 흐름 조명

2008 한국기독교역사학회 학술 심포지엄 개최

2008년 한국기독교역사학회 학술 심포지엄이 지난 1일(토) 오후 2시 새문안교회 신관 1층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한국기독교역사학회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주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주로 이승만 대통령 등 대한민국 정부수립 즈음의 기독교적 흐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덕주 교수(감신대)는 “이승만의 기독교 신앙과 건국론 – 기독교 개종 직후 종교 활동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갖고 우남 이승만의 초기 기독교 신앙 수용과 종교 활동 및 이를 배경으로 형성된 건국론의 내용과 성격을 살펴봤다.

이승만은 영어를 배워 출세할 목적으로 미 감리회 선교부에서 운영하는 배재학당에 들어가면서 기독교 신앙과 서양 학문을 접했다. 그는 배재학당 재학시절 독립협회를 중심으로 정치 개혁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1899년 독립협회 해산직후 터진 ‘박영효 쿠테타 음모사건’에 연루되어 한성감옥에 투옥되었다가 그곳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후 1904년 8월 석방됐다. 그리고 석방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워싱턴대학과 하버드대학을 거쳐 1910년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봉건적 질서의 붕괴와 근대적 시민사회의 건설이라는 전환기적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 수구와 개혁의 이념적, 정치적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던 혼돈의 시대에, 불교와 유교 문화와 전통이 혼재하던 전통적 ‘몰락양반’ 가문에서 출생한 이승만은 그 시대 청소년들이 그러했듯 전통적 가치와 체제의 붕괴를 목격하며 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모색하는 것으로 고민과 탐구를 시작했었다. 그런 이승만에게 배재학당은 개방과 근대화의 가치와 질서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교육장이었고, 독립협회와 협성회, 만민공동회, ‘매일신문’ 등은 이런 ‘진보적’ 가치를 실험할 수 있었던 훈련장으로 평가된다.

이덕주 교수는 “이승만의 이러한 정치적 실험은 독립협회 해산과 투옥으로 한계에 처했지만, 오히려 감옥 안에서 이뤄진 개종과 그 이후의 옥중 전도와 교육, 독서와 연구 활동은 그에게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한 정치론 형성의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이승만은 현실을 초월한 절대적 주권자의 섭리론과 내세 심판론, 그리고 천부적 인권사상과 그리스도의 이타적 자기희생을 토대로 자유와 평등 가치가 구현된 독립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봤던 것이다. 이 교수는 “결국 이승만은 종교적 교회를 통해 국민의 정신을 개조한 후 동일한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자주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설정했고, 그 구체적인 가능성을 영국과 미국 같은 서구 기독교 국가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그[이승만]는 단상에 오르자, ‘대한민국 독립 민주주의 국회 제1차 회의를 여기에 열게 된 것을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을 정한 것은,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먼저 우리가 다 성심껏 일어나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것을 제기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간혹 떨리는 듯 하였다. 국회위원이 모두 일어나 선 가운데 이윤영 의원이 기도하는 목소리가 의사당에 퍼졌다”

이덕주 교수는 “1984년 5월 27일, 우여곡절 끝에 제헌국회가 소집되고 그 초대 의장으로 선출된 이승만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그 첫 번째 순서로 모든 의원을 기립시킨 후, 감리교 목사 출신 이윤영을 내세워 기도를 하도록 했을 때 이승만의 감회와 감격은 누구보다 컸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승만이 30년이 넘는 긴 망명시절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투쟁의 삶을 가능케 만들었던 종교적 신념, 즉 자유와 평등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 국가 건설’이라는 원대한 꿈이 비로소 이루어지는 순간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실지로 이승만을 비롯해 제헌국회의원 다수가 기독교인이었고, 이미 군정청을 통한 정부수립 과정에도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목회자들과 기독교인들이 다수 참여해 초대 국회와 정부는 ‘기독교적 색채’가 강했다고 한다. 이덕주 교수는 “이승만으로서는 한반도에서 기독교적 이념과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그의 오랜 기도, ‘완전한 기독교 국가가 되게 하여 주소서’ 했던 간구의 응답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이덕주 교수는 “이승만의 기독교 구국론, 나아가 기독교 구가 건설론이 일제시대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기독교 민족운동가들에게 투쟁 이념과 방법론으로 활용되었음은 물론이다”고 말하고, “이러한 이론과 방법론이 식민지 시대 기독교인들의 민족 저항운동의 원리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종교적, 이념적 배타성의 문제와 서구 기독교 국가 및 문화에 대한 의존성 문제 등 이승만의 한계와 문제점 역시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승만은 ‘기독교인’으로서 분명한 자의식을 갖고 근대화와 민족의 자주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명제를 안고 씨름하면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충실해 이를 기반으로 정치적 실험을 모색했던 ‘시대의 인물’(man of time)이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고 평가하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한편 이덕주 교수에 이어 발제한 강인철 교수(한신대)는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기독교적 성격”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 시기 이승만과 개신교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교회는 이승만을 향한 일편단심을 갖고 독주체제를 점진적으로 형성하더니 특권적 종교로 도약했다”고 주장했고, 반대 의견을 갖고 논찬자로 나선 박명수 교수(서울신대)와 논박을 벌이기도 했다.


기사제공: 아폴로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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