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사)장공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박형규 목사(남북평화재단 이사장, 기장 증경총회장)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란 제목으로 장공을 추억하는 강연을 전했다. ⓒ이지수 기자 |
민주화의 산 증인 박형규 목사(87, 남북평화재단 이사장, 기장 증경총회장)가 장공 김재준을 추억했다. 박형규 목사는 2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사)장공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이사장 황성규) 제12회 長空 기념강연회에 참석해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란 제목으로 강연하며, “장공이 살아 계셨다면 민주화가 퇴보하는 이 시대를 향해 양심의 소리를 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규 목사는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60-80년대에 한국기독학생회 총무, 기독교방송 상무이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등을 역임하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민청학련 사건에 가담(1974)하고 호헌철폐 국민대회를 주관(1987)했다는 이유로 구속 당하기도 했다. 김재준과는 민주화 운동의 동지이자, 김재준을 정신적 스승으로 모시는 관계였다.
박형규 목사는 “세종시 문제, 4대강 문제, 미디어법 문제 등을 볼 때 현 정권은 아주 교묘하고 억지스럽게 독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신종개발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하며, “만약 장공이 살아서 이것을 보셨다면 매우 노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공이라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 지 궁금하다. 그래서 그 분의 글을 다시 음미하고자 한다”며 주재용(한신대 명예교수) 저 <김재준의 생애와 사상>에 나온 김재준의 글을 읽었다. 이 글에서 김재준은 ‘그리스도교는 하나님이 역사 안에 오셔서 역사를 통하여, 아니 역사적 현실을 그대로 부둥켜 안고 그것을 하나님의 말씀과 영의 권능으로 변화시켜 하나님께 바치게 하는 종교’라며 역사 참여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박형규 목사는 “나는 장공의 신학이 이 한마디에 집약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재준 목사, 서광선 박사 등과 함께 창간한 신학잡지 <제3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잡지 제호를 <제3일>로 정한 것은 제 1일의 고난 후 제 3일에는 광명의 부활이 있을 것이라는 역사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정신을 닮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박정희의 3선개헌 시 잡지 <기독교사상>의 편집주간과 YMCA 시민논단위원장으로 있던 박형규 목사를 김재준 목사가 호통 치던 일화도 소개했다. 사무실에 있던 박 목사를 갑자기 불러내 “기독교사상이 뭐 하는 잡지냐? 시민논단은 또 뭐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데 너는 뭐하고 있냐?”고만 말하고 나가 버렸다. ‘3선개헌을 하는데 침묵하고 있으면 어떡하냐’는 뜻이었다.
박형규 목사는 “교회가 역사에 동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공은 교회가 ‘덕을 세운다’는 미명 하에 침묵의 불신앙으로 빠지는 것을 통탄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는 ‘풍선을 탄 교회’라고 풍자하셨다. 역사 속에서 안이한 행동이 아니라 고난에 동참하는 교회,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외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