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고 강원용 목사 설교] 에바다(열려라)

2000년 11월 12일 경동교회 설교

이사야서 35장 5~7절

그 때에 눈먼 사람의 눈이 밝아 지고, 귀먹은 사람의 귀가 열릴 것이다. 그 때에 다리를 절던 사람이 사슴처럼 뛰고, 말을 못하던 혀가 노래를 부를 것이다. 광야에서 물이 솟겠고, 사막에 시냇물이 흐를 것이다. 뜨겁게 타오르던 땅은 연못이 되고, 메마른 땅은 물이 쏟아져 나오는 샘이 될 것이다. 승냥이 떼가 뒹굴며 살던 곳에는, 풀 대신에 갈대와 왕골이 날 것이다.

마가복음서 7장 32~35절

그런데 사람들이 귀 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예수께 데리고 와서, 손을 얹어 주시기를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그를 무리로부터 따로 데려가서, 손가락을 귀에 넣고, 침을 뱉어서,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보시고서 탄식하시고, 그에게 말씀하시기를 "에바다"하셨다. (그것은 '열리라'는 뜻이다.) 그러자 곧 그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똑바로 하였다.

에베소서 2장 14~16절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이 양쪽으로 갈려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십니다. 그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 사이를 가르는 담을 자기 몸으로 허무셔서, 원수된 것을 없애시고, 여러 가지 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페하셨습니다. 그것은, 이 돌을 자기 안에서 하나의 새 사람으로 만드셔서, 평화를 이루시고, 원수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십자가로 이 돌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나님과 화해시키시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말씀인 마가복음서 7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본문 말씀은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숫가에서 귀머거리와 벙어리인 환자를 만나 그의 병을 치료해 주셨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님이 그 환자의 곁으로 가셔서 직접 자신의 손가락을 그 귀에다 넣고 그의 혀를 만져주고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탄식을 하면서 "에바다"하고 탄식을 하셨다고 합니다. '에바다'하고 외치신 그 말씀은 "열려라"하는 뜻입니다. 그러자 그 환자가 첫째로 귀가 열려서 들을 수 있게 되고 혀가 풀어져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 속에서 복음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어떤 말씀이나 행동을 하실 때에 항상 구약의 말씀을 염두해 두셨습니다. 예수님이 그 환자에게 하신 일도 오늘 읽은 본문 중의 하나인 이사야서에서 예언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사야서 35장의 말씀대로 앞으로 세상을 구원할 메시야가 오시면 소경이 눈을 떠서 보게 하고, 귀머거리가 귀가 열려서 듣게 하고, 벙어리가 혀가 풀려 노래를 하게 될 것임을 선포하고 그것이 하나님의 구원이 성취되는 증거임을 선언하셨습니다. 바로 이 날에 이 환자를 대하는 예수님의 머리 속에는 이사야서에 나오는 그 예언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그 예언을 성취시키려 온 메시야다라는 사실을 치료의 행동을 통해서 보여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성경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모든 비극은 귀가 막혀 버리고 혀가 굳어지고 그뿐 아니라 마음이 굳어지고 그래서 손발도 굳어진 그것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신체적 장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이에 있어서 상호관계의 장애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의 구별없이 누가 구원받아 행복한 사람이고 누가 그렇지 못해 불행한 사람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쉬운 기준중의 하나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고장이 났느냐 안났느냐의 차이입니다. 서로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자기의 마음에 있는 진실된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구원인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보면 복잡한 많은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결국에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참된 올바른 말을 들을 수 있고, 거짓말이 아니라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구원 받은 사람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고 입에서 거짓말과 탐욕과 술수로서 채워진 말은 시편58의 말씀에서 "저들의 입에는 독기가 가득히 차서 독한 독사와 같이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먼저 나자신의 삶을 냉철히 반성해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장은 많은 얘기를 듣게 합니다. 특히 메스콤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말들을 듣습니다만은 그것은 참말이 아니라 거짓에 불과한 말들 만을 듣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으로 가득찬 소음 속에서 사는 우리들의 말도 여전히 또 하나의 소음으로 바뀔 수 밖에 없게 돼버렸습니다. 우리의 손과 발은 올바르게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진정 예수라고 하는 분을 믿고 구원을 얻는 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이러한 소음과 거짓과 불행한 현실 속에서 예수님을 볼 때에 그 분이 세상을 구원하려 오셨다 하는 말은 닫힌 것을 열어버리려고 왔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완전히 닫혀 있는 것을 활짝 열어 젖히기 위해서 그가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시던 날을 보면 밤에 하늘이 열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천군 천사가 사람들 목자들을 향해 하던 말은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내가 크게 기뻐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그것이 바로 그가 탄생하던 날 밤입니다. 그 당시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로 하나님의 구원을 받은 백성은 율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요, 그 외에 목동과 같이 안식일을 제대로 지켜낼 수 없는 사람들은 버림받은 사람들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하늘의 기쁜 소식을 목동들에게 들려줍니다. 제일 처음 예수의 탄생을 경배한 것은 목동이었습니다. 바로 이곳 닫혀진 세계 즉, 인간과인간, 계급과 계급사이에 닫혀진 그것을 깨뜨리고 열린 사회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난 당시에 유대인들은 자기들은 하나님이 택한 백성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대인이외에 사람들은 다 하나님에게서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하나님은 그 닫힌 문을 목동에게 활짝 여셨던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은 그것을 선포하시기 위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또 하나 예수님에게 경배를 하러온 두 번째 사람들도 동방박사 즉 점성학자들 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아닙니다. 율법을 지키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특권을 가지지 못한 평범하거나 그렇지도 못한 계층의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예수님은 그들에게 먼저 보이셨고 그것은 또 하나의 해방과 열림의 계시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얘기로서 성서는 가득히 채워져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런 모든 인간들 사이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어 버리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십자가에서 죽던 때 그의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성전의 휘장이 쫙 열려버렸습니다. 성전은 제일 처음에 이방인방, 그 다음 지나야 부녀자들, 그 다음 지나야 남자들 그리고 나서야 성직자들의 순서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닫혀진 성전이 거기서 확 열려버린 것입니다. 이것뿐이 아니라 우리교회에서 늘 중요한 얘기 하나를 빼놓는다고 생각합니다만 베드로서에 보게되면 우리 나라 말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도신경을 보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지옥에 내려갔다가 사흘만에 다시 사시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에 예수님이 지옥에 내려 가 무엇을 했는가 하면 그것은 지옥의 문을 열어버린 것입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해방시켜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이 부활했다는 말은 인간들의 죽음과 삶 사이에 꽉 막혀 있는 것이 허물어 버리시는 것입니다. 죽음이 곧 삶이요 그러한 삶의 현장에서 예수님께서 승천을 합니다. 승천이라는 말은 무슨 말입니까? 하늘을 열고 올라갔다. 하늘과 땅 사이를 열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성령이 강림했다는 말은 하늘의 영이 이제는 두터운 하늘과 땅 사이의 차별을 없애고 우리를 열고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볼 때에 진실로 복음이라고 하는 것은 예수님이 여기서 말씀하신 '에바다' 의 말씀처럼 막혀버린 귀가 열리고 얼어붙은 입이 열리고 닫힌 내 마음이 열리는 바로 그런 구원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에베소서 2장에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사도바울이 예수가 누구냐? 그분은 세상에서 막힌 담을 헐어버리고 갈라진 두 백성을 합하여 손잡고 하나가 되게 하신 분이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그를 믿는 사도들의 확신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사도바울이 갈라디아서 3장 18절에 말한 대로 그 당시에 있던 유대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자유인과 노예 이 모든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열어버리고 그것을 하나로 만들어 버렸다는 그것이 바로 복음인 것입니다. 여기서 정말 우리가 예수를 통하여서 하늘의 음성을 들은 사람들이 첫째로 나타날 징조가 무엇이냐? 닫혀진 당신 자신을 열어 버리는 것입니다. 닫혀진 내가 열리는 것입니다. 왜 닫혀지는 것입니까? 나 자신을 중심으로 내게 필요한 모든 것, 그것을 어쨌든지 끌어안고 다른 사람이 거기다 손 못대게 하려는 것, 바로 그 에고이즘 때문인 것입니다. 물론 그 에고이즘은 많은 것들을 끌어 모을 수 있습니다. 돈도 많이 모을 수 있고 권세도 얻을 수 있고 인기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은 행복도 아니고 엄청난 불행입니다. 이것은 자기 스스로를 바로 지옥 속에다가 던지는 것입니다. 지옥의 유황불 냄새를 실지로 매일 경험을 하면서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과 축복 받은 사람의 모습은 이 세상의 문을 활짝 열어버리고 세상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것 추한 것, 선한 것, 악한 것 어느 것 가릴 것 없이 다 사랑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위하여 말하고 행동하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하나밖에 없는 내 목숨까지 던질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이미 하늘나라 천국 안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구원 얻은 사람의 모습인 것입니다. 저는 예수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열린 사람으로 사는 사람이냐 아니면 닫힌 채로 사는 사람이냐 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열린 자세로 사는 사람이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마가복음서에서 선포하신 '에바다'의 말씀대로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때 바로 그 자세가 우리가 받을 구원을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이고 신앙을 위한 자세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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