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교회강단, 대사회적 역할제시 부재하다”

제9회 소망신학포럼 ‘설교학에서 본 사회참여’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한국교회의 위상은 얼마만큼 실추됐을까? 마치 교회가 한국사회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처럼 취급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5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하나님나라와 교회의 현실참여’란 대주제 아래 열린 제9회 소망포럼에 한국교회 대표적인 예배설교학자 김운용 교수(장신대)가 강사로 나섰다.

김운용 교수는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비난받게 된 원인을 뒤틀려진 강단 설교에서 찾았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의 과정에서 자리잡은 번영신학은 기복주의적인 샤머니즘과 결탁해 예수만 믿으면 어떤 삶을 살든지 상관없이 영육간에 복락을 누리게 되며, 형통게 되는 복을 받게 된다는 기복신앙을 교인들의 마음속에 뿌리 깊이 심어 놓았다. 이에 결과적으로 한국교회는 초대교회가 훌륭하게 감당했던 설교 예배학적 중요 기능을 상실한 채 이 민족 가운데서 그 이미지가 지극히 부정적으로 각인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현 강단 설교의 문제점으로 설교의 ‘대사회적 역할 제시’ 기능의 부재를 들었다. 그는 “한국교회 강단에 하나님 나라의 선포로서의 설교와 현실 참여로서의 예언적 설교 회복을 위한 설교 신학을 정립해야 한다”며 “설교는 하나님의 다스리심과 그 영역을 선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사회참여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교가 사회참여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는 말은 설교가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교인들에게 대사회적 역할을 제시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강단의 설교자가 사회참여적 특성을 담은 설교를 하려면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어불성설. 김 교수는 現 한국사회의 현상적 특성을 다섯가지로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사회는 특징은 △ 근대화와 경제부흥 △ 물질주의와 양극화 현상 △ 포스트모던 문화의 영향으로 인한 탈권위주의적이고 해체적인 경향 △ 정보화와 세계화 △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요약된다.

김 교수는 또 현재 설교 현장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밖으로는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팽배해져 교회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내적으로는 세속화의 영향과 기복신앙, 외형주의, 역사성의 결여,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목회직 세습 등의 문제로 한국교회는 위기의 중심에 서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오늘날 설교사역이 감당해야 할 한국교회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교회의 설교 사역은 교회의 활동과 사역의 중심이었고, 성장과 부흥의 원동력이었을 정도로 설교는 한 때 영광의 시대를 구가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의 설교사역은 ‘뒤틀려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뒤틀림이)결과적으로 오늘날 한국교회의 급속한 퇴조 현상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설교사역의 ‘뒤틀려진 모습’. 이것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이었을까? 김 교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교자와 설교사역을 병들게 하는 요소에는 “스타주의와 소비자 중심주의 그리고 번영신학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설교자가 빠지기 쉬운 스타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늘날 한국교회 설교자들은 유혹 앞에 서 있다. 목회 성공의 척도가 대형화, 물량화라는 숫자가 되고 있기 때문에 맘모니즘, 물량주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공주의에 사로잡힐 수 있다. ‘큰 것’ ‘많은 것’ ‘풍요로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고 최상의 선(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대자본주의가 추구하는 가치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과 신학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즉, 스타주의에 빠진 설교자 앞에 하나님은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고, 찬밥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설교자 유혹되기 쉬운 또 하나의 오류라고 하면 소비자 중심주의, 다른말로 청중 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소비자 중심주의에서는 소비자가 언제나 중심을 차지하는 ‘왕’이 된다”며 “때로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신’의 자리에까지 올려놓는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교인들의 비위에 맞춰 설교를 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이다. 정치적 용어를 빌린다면 ‘설교의 대중 영합주의적 속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밖에 앞서 여러번 언급됐던 ‘번영신학’ 역시 강단 설교에서 자주 행해지는 오류 중의 하나였다. 김 교수는 “(번영신학의)이러한 가치관에 사로잡히게 되면 메시지는 당연히 기복주의, 물량주의, 외형주의,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 등의 형태를 따르게 되며, 교회의 세속화와 목회자의 자질과 도덕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비윤리적인 삶으로 귀결되게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교회 강단에서의 ‘예언적’ 설교 회복을 위한 실천 신학적인 설교 제안을 했다. 김 교수는 예언적 설교의 기능을 구체적인 네 가지 범주로 소개했는 데 다음과 같다. △ 폭로와 저항으로서의 설교 △ 새롭게 회복하는 것으로서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설교 △ 비전과 대안 제시로서의 설교 △ 영광의 찬송으로서의 설교 등이다.

그에 따르면 ‘폭로와 저항으로서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과 통치를 벗어난 기존의 세력과 복음을 왜곡하는 이데올로기의 모든 세력에 대해 그것을 폭로하므로 저항하는 설교를 말한다. 또 ‘새롭게 회복하는 것으로서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설교’는 고통과 궁핍의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께로 나아가 새로운 방식으로 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뜻했다.

아울러 ‘비전과 대안 제시로서의 설교’는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설교를 말하는 것으로써, 이는 반드시 윤리적 실천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마지막으로 ‘영광의 찬송으로서의 설교’는 교리를 설명하는 것이나 이성적인 강연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찬양과 그의 다스리심에 대한 인정, 그리고 복종하는 삶에로의 초청으로 결론을 맺는 것을 말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이런 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 실제적인 설교사역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세워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연구의 과제로 남긴다”는 말과 함께 발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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