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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북핵의 위협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예레미야 선지자가 북쪽의 바벨론의 끓는 가마솥이 유대나라를 향해 기울어지고 있다면서 유대인들에게 경고하였으나 각성과 대비 없었던 그들은 비참을 겪었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남한과 동남아 국가들의 공포심을 야기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 남한국민에게 있어서는 그 핵무기는 옛날 바벨론의 불가마와 비슷한 것이 된다.

지난 날 태평양전쟁을 종결시키고 평화를 오게 한 일에 공을 세운 것은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원자탄이었다. 미국이 일본에 원자탄을 던져 비참한 일이 일어나게 하였다고 원망하는 소리도 있지만, 2,000만 명의 죄 없는 동남아 인민들을 학살하고도 계속 일본의 승리를 바라고 전지를 확대해가던 때 미국의 원자탄 밖에는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원자탄 또는 핵무기가 전쟁 수행의 수단이 아니고 평화 회복의 수단이 되었는데, 그 후로 동서냉전 시대 소련이 무기 확장에 기를 쓰고 그것을 자국의 평화 유지와 확보의 수단으로 삼았으나 미국과 다른 나라에게는 위협이 되었다. 그리하여 미국의 현실주의 기독교 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버 교수는 미국 정부에 대등한 무기 개발과 확보를 권고하였고 미국 정부는 그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이 때부터 강대국들은 앞다투어 핵무기까지 개발 생산 하였는데, 구실은 이것이 평화 유지의 길이라는 것이었다. 북한도 이 논리를 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전쟁터에서 적군과 서로 대치하고 경계하면서 오랫동안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보면 신경과민이 생기고, 상대편의 거동을 오해하거나 착각하여 총을 먼저 쏠 수도 있다. 그리 되면 전쟁이 일어나는 법이다. 즉 원자탄이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따라 무서운 무기를 전쟁 수단으로 먼저 쓸 수도 있다.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위험시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 동안 북한 당국자들 중에 남한에 대하여 심한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남한을 일시에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위협하였는데, 그것은 그저 듣고 지나갈 말이 아니다.

지금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신경이 가장 과민한 정권은 북한 정권이며, 미국과 한국과 일본까지도 자기들에 대하여 어떻게 나오는지를 알고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공산주의 체제 유지와 정권의 유지를 지상 목표로 삼고 그것을 보존하기 위하여 선군 정책으로 군대의 힘을 계속 키우고 있다. 북한 정권의 힘은 군대의 힘이므로 핵무기를 계속 개발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의 제 일차적 피해는 남한 국민에게 있을 것이다. 그 동안 남한 정부와 국민은 북한에다가 양곡, 의약품, 생활용품 및 병원시설, 농산과 임산 산업 지원 등등 많은 선심을 썼지만 그 동안 남한 사람들이 북한의 비정과 무모로 생명의 손실을 많이 보았다. 공산주의 철학은 공산주의 천지가 개벽될 때까지의 과정, 소위 혁명과정에서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도 상관 없다는 것이므로 살생과 숙청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므로 남북한 관계의 근본 문제는 정치, 사회, 경제제도의 이념 또는 철학적 문제이므로 인도적 지원이나 심지어 동포애나 민족애 같은 것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북한이 적화통일의 이상을 버리지 않는 한 남한도 자유민주주의 이상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정권의 생각은 결국 군대의 힘, 무기의 힘이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한 탓으로 남한에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군인과 미사일과 여타 무기를 저장하고 있다. 선군 정책은 결국 전쟁으로 승부를 가리자는 것이고, 남한은 자유시장경쟁 정책으로 부(富)의 축적으로 승부를 겨루자는 것이다. 북한은 전쟁도 불사한다는 것이고 남한은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정치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전쟁하지 않기 위하여 국가 간에 정치 활동을 한다. 지금 6자회담이니 2자회담이니 하는 것이 전쟁을 피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고 정치는 협상을 도모하는 것인데 그동안 이 협상 정치가 계속 실패하였었다. 문제는 언제까지 정치가 계속될 것인가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지금 남한 국민의 태세이다. 북쪽의 가마솥이 곧 기울어질 듯 한데도 남한 국민들은 태연한 상태이다. 정부는 경제 개발 정책과 교육과 사회 일반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 정신 상태는 해이해 있고 화합과 일치를 해치는 소행들이 많다. 국회는 그 동안 폭력도 불사하는 좌우 정당 간의 격투장과 같았고, 관광지대와 유흥지대는 도박장이 되어 있고, 대도시는 사치와 낭비의 시장이 되어 있고, 인터넷은 사기꾼들의 게임장과 같고 산업현장은 쉴 새 없는 노사 간의 씨름판이 되어 있고, 성매매 소굴은 가련한 여자들의 도살장과 같고, 정계와 관공계와 심지어는 기독교 교계도 돈과 명예 또는 권력을 사고 파는 환전 시장처럼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 있는 백성은 북핵과 같은 불을 막을 길이 없을뿐더러 역사의 마지막 심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베드로 사도가 예언처럼 말한 세상 종말의 낮에 일어날 무서운 현상은 실로 원자탄, 수소탄, 또는 핵무기 등이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불의 심판을 예견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리라.”

노아 때의 물의 심판을 받고 살아 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새출발을 했지만 앞으로 올 불의 심판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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