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고 강원용 목사 설교] 악의 영을 추방하는 성령

2000년 11월 12일 경동설교

에스겔서 37장 1, 3~5절

주께서 권능으로 나를 사로잡으셨다. 주의 영이 나를 데리고 나가서, 골짜기의 한가운데 나를 내려 놓으셨다. 그런데 그곳에는 뼈들이 가득히 있었다. 그가 내게 물으셨다.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내가 대답하였다. "주 하나님, 주께서는 아십니다." 그가 내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뼈들에게 대언하여라. 너는 그것들에게 전하여라. '너희 마른 뼈들아, 너희는 나의 주의 말을 들어라. 나 주 하나님이 이 뼈들에게 말한다. 내가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마태복음 12장 26~28절

사탄이 사탄을 내쫓으면, 스스로 갈라진 것이다. 그러면 나라가 어떻게 서 있겠느냐? 내가 바알세불의 힘을 빌어서 귀신을 내쫓는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으로 귀신을 내쫓는다는 말이냐? 그러므로 그들이야말로 너희의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영을 힘입어 귀신을 내쫓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에게 왔다.

사도행전 1장 6~8절

사도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에 예수게 여쭈었다. "주님, 주게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나라를 되찾아 주실 때가 바로 지금입니까?" 에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때나 시기는 아버지께서 아버지의 권한으로 정하신 것이니, 너희가 알 바가 아니다. 그러나 성령이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그리고 마침내 땅 끝에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이번 주는 성령강림 세 번째 주일입니다. 우리는 성령이니 악의 영이니 하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런 말은 우리 기독교만 특수하게 사용하는 말은 아닙니다. 다른 종교에서도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성령은 신앙에 있어 가장 핵심 되는 문제가 됩니다. 성령이라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이론적으로 풀어나가자면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세계종교를 크게 나누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중동지역에 있던 조로아스터교 혹은 마니교와 같은 이원론적인 종교와 유대교나 이슬람 같은 일신론적인 종교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선(善)의 신과 악(惡)의 신이 있는데 선의 신은 처음에 선을 창조하는 신을 의미하고 악의 신은 악과 파괴를 창조하는 신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구약성경을 믿고 있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기독교는 이런 이원론을 믿지 않습니다. '신은 근원적으로 둘이다'는 명제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나 이슬람교는 신은 한 분뿐이고 이 한 분에 대해서 천지만물이 창조되었다고 믿습니다.

그럼 과연 악마는 누가 창조했는가? 여기에 우선 같은 구약성경을 믿는 종교가운데서 유대교의 하나의 문서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카바라라는 문서인데 이 문서를 보면 하나님의 오른손에는 사랑과 자비가 있고 왼손에는 분노와 심판이 있어서 같은 하나님 안에 우리가 말하는 자비와 사랑 그런 류의 성령이 있고 다른 손에 미움과 분노와 심판 등이 있다고 씌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처럼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유대교나 이슬람교 사람들은 구약성경만을 정경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신약성경은 그들의 성서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구약만 가지고 설명을 하기 때문에 하나님을 자비하신 하나님이면서 동시에 심판하시는 분으로 이해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답하고 있습니까? 기독교는 구약을 읽되 신약을 통해서 구약을 읽습니다. 따라서 이런 입장에서 볼 때 구약에 나온 성령의 이야기가 신약에 와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의 문제는 오늘 말씀의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인 것입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창세기 1장 2절에 천지만물이 창조되는 장면을 보면 '하나님의 영이 물위에 운행하면서 천지만물이 창조되었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의 영이 물위에서 운행하면서 모든 만물의 창조가 그의 움직임과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영에 의하여 창조된 우주만물을 잘 돌보기 위해서 사람을 만드는데 이 사람을 진흙으로 빚어 만들고 그 코에다가 생기 즉 말하자면 영을 불어 넣었습니다. 창세기의 본문에서 "그는 생령이 된지라"라고 그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아내에게는 이미 하나님의 영이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와 에덴동산은 항상 생명의 과일이 열려있는 생명이요 서로가 사랑하는 사랑이요 모든 것이 평화인 그러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악의 영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결국 아담과 하와가 악의 영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부터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악의 영의 지배아래서 하나님의 택한 백성인 이스라엘 백성들은 계속해서 악의 영의 지시대로 살아오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이집트에서 불러 내오고 광야를 지나서 가나안 복지까지 들어오게 만들어줘도 거기서 또 서로 싸우고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서로 미워하고 오만해져서 결국은 이스라엘 백성은 결국 바벨론의 포로가 되어 버립니다. 이때 이 사람들에게는 생명이 떠나갔을 뿐 아니라 희망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완전히 절망뿐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성경은 철학하는 사람처럼 설명하지 않고 비유를 가지고 설명합니다. 그것은 에스겔에게 보여주신 장면을 말하는 것인데 하나님의 영이 에스겔을 데리고 어디를 갑니다. 이 사람은 하나님의 영이 인도를 하는 대로 따라가서 백골들이 많이 있는 곳을 보게됩니다. 하나님의 영이 "너는 이 백골들이 보이느냐? 너는 이 백골들이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으냐?"라고 물었을 때 에스겔이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대답합니다. 곧 하나님의 영은 "너는 이제부터 나를 대신해서 이 백골들에게 설교를 해라. 너희들이 말라서 생명이 떠나가고 희망이 없어졌지만 나 여호와가 우주를 창조한 영의 힘을 너희 가운데에 불어 넣어서 너희를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무덤 속에 있는 너희들에게 가서 무덤을 열고 나와라 외치면 그곳에서 무덤을 헤치고 나와서 다시 살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이 말이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구약만 보면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만 이 이야기의 의문에 대한 답은 신약성경에 와서 예수님을 보는 때 비로소 나타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와 똑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성령으로 잉태하셔서 마리아라는 여성의 자궁과 태반을 빌어서 세상에 생겨진 것 말고는 똑같습니다. 이 세상에 나타난 그는 성령의 힘이 한 아기 인간으로 되어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신약성경의 전제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어른이 되어서 하나님 나라의 일을 시작하려고 요단강으로 가서 죄인들과 함께 세례를 받습니다. 그런데 위에서부터 비둘기모양을 한 성령이 그 위에 임하여 옵니다. 그리고 이 성령이 예수를 데리고 광야로 갑니다. 바로 에스겔을 데리고 해골 골짜기로 간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 이 광야는 악의 영과 귀신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에스겔서에서도 등장하는 악의 영들이 지배하는 그곳 광야에서 악의 영은 예수 그리스도를 인도하고 간 하나님의 영에 의하여 추방되고 맙니다. 그것이 예수님이 광야에서 유혹 받는 이야기입니다. 마가복음 1장 15절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젠 때가 찼다 하나님나라가 지금 너희 가운데 오고 있다."라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오늘 읽은 마태복음서 12장의 말씀을 합니다. 그 당시에는 악의 영들이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귀신이나 사탄이라는 말 그리고 수괴마귀는 바알세불이라는 말 등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사람들은 귀신을 쫓기 위해서는 그 귀신보다 더 힘센 귀신을 데리고 와서 쫓아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병도 고치고 귀신을 내쫒는 것을 보고 "아, 저분은 분명히 바알세불과 같은 굉장히 힘센 귀신을 얻고 저 일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이 대답을 여러 번 합니다. "똑바로 들어라. 아무리 악마의 세계라 할지라도 한 나라안에 둘이 서로 싸우면 그건 바로 망하고 마는 거다. 내가 어떻게 바알세블의 힘을 빌어 가지고 이일을 한다고 하면 그건 대체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이냐" 그리고 또 "내가 하나님의 영을 힘입어 악마들이 악의 영이 추방을 당한다. 그러므로 악의 영이 추방을 당한 때에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가운데 임하여 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신 복음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얘기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광야에서 축출을 당한 악의 영들이 성경에 보면 "잠시동안 머물러가 있었다"라고만 한 것입니다. 아직 마지막 결전은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 결전이 바로 십자가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여러분이 성경을 보게되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진 장소를 뭐라고 합니까? 골고다라고 하지요. 그 골고다라는 말은 해골이 있는 곳이다라는 말입니다. 에스겔서에 나오는 바로 그 해골골짜기 그것이 골고다입니다. 거기서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고 무덤에 들어갑니다. 여기에 에스겔을 통해서 수백년 전에 한 말 "내가 이제 이 무덤을 열고 너를 그 무덤에서 나오게 하리라"한 그 예언이 예수의 부활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때부터 예수님의 승천과 더불어 성령의 전 이 세상 구석구석에 강림하여 옵니다. 이것이 신구약 성경에서 나오는 악의 영과 거룩한 영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우리신도들에게 한 가지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성경에 "성령으로 악의 영을 추방하며"라고 했으니까 이제 우리 예수 믿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이 세상의 나쁜 것들과 싸워서 물리쳐야 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은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소위 십자군전쟁입니다. 지금도 우리 찬송가 속에 "십자가 군병들아 일어나 원수를 쳐 물리치고..." 이것이 바로 교회 안에 교묘히 들어와 있는 악의 영인 것입니다. 우리는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악의 영과 맞대결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성령의 역사가 들어오면 악의 역사는 물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부정과 싸우는 게 아닙니다. 정의를 실현시키면 부정은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 방에 어두움을 가득히 찼으면 그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별일을 다해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 빛이 들어오면 어두움은 저절로 물러가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성경의 진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러한 것을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내 원수를 사랑하라, 원수를 원수로 갚지 말아라 하는 말씀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러한 의미에서 평화가 깨진 곳에 평화가 들어가면 깨진 평화는 다시 회복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악한 영을 이기는 성령의 진정한 모습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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