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학의 요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말했다. 1960-80년대의 치열한 민주화 투쟁을 겪지 않은 신학도들이 말하는 21세기형 민주주의는 무엇일까? 학술제는 8일 한신대 서울캠퍼스에서 신대원 학회연합회 주최로 ‘성서와 민주주의’란 주제로 열렸으며, 고덕신 박사(한신대 강사, 기독교윤리)가 주제발표하고 교내 학회인 여성신학회, 우리신학회, 한신구약학회가 논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회연합회 학술제가 9일 한신대 서울캠퍼스에서 '성서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열렸다. ⓒ이지수 기자 |
고덕신 박사는 민주화 투쟁을 지나 오늘에 이른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위기’는 특정한 억압 상황을 뜻하기보다 “민주주의는 그 성격상 항구적 위기에 놓여 있다”고 설명하고, 특히 “민주주의가 ‘이상과 가치’를 잃어버렸을 때 ‘진정한 위기’에 봉착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주의의 ‘이상과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며 민주주의 개혁을 역설했다. 그는 민주화 시절 시민들이 지표로 삼았던 가치는 인권침해와 독재에 저항하는 도덕적 가치였으며, 이후 20년은 그러한 도덕적 정당성으로 지탱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단지 과거의 운동에 근거한 것이 아닌 ‘새로운 정당성’을 생성해 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민주주의를 창출하는 방법이 ‘투사적 운동에로의 복귀’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의 가치인 자유, 평등, 정의 등을 쟁취함에 있어 투쟁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
단순히 민주주의의 가치가 확산된 것만을 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전했다. 그는 “아무리 자유와 권리가 주어졌어도 그 사용이 제한된다면 그것은 의미 없다. 하버마스의 주장처럼 ‘평등한 사용가치’가 중요하며, 이에 사회복지적 온정주의가 권리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을 위하여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개혁을 위해 ‘교회’가 할 일은 무엇인가? 고 박사는 ‘시민사회운동과의 연대’를 제시했다. 시민사회와 접촉함으로써 민주사회의 구성원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국동포교회, 외국인노동자선교교회처럼 시민운동과 ‘일체화’ 되는 모델도 좋다고 전했다. 특히 시민운동의 ‘합리성’과 교회의 ‘신앙적 고백’이 만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방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박사의 발표에 이어 논찬한 우리신학회(사회윤리학회 성격)는 ‘경제적 시각’을 보탰다. 우리신학회는 “최근의 사태와 경험들이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는 더 이상 정치학과 경제학을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고려한 분석이 요구됨을 말했다.
여성신학회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논함에 있어 ‘여성’에 대한 논의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성신학회는 “여성이 타자화 되고 주변화 되는 민주주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민중신학회가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서 ‘용산참사를 통해 바라본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 행보에 대한 신학적 비판’을 전했으며, 이에 대해 신약신약회와 아나톨레가 논찬했다.